주변에 3개 레미콘 공장 / 비산먼저, 굉음에 고통

주변에 3개 레미콘 공장
비산먼저, 굉음에 고통
시 “레미콘 전용도로 확장”
10여 년 간의 고통을 참던 화전동 주민들이 드디어 일어섰다. 화전동에 인접해 있는 3곳의 레미콘공장 때문이다.
화전다리 앞에 모여 구호를 외치는 화전동 주민들 200여 명 중 대부분은 걷기도 불편해하는 연로한 70세 이상의 노인들과 주부들이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다리가 아프고 허리가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회에 참여해 작은 목소리를 보탰다.
‘화전동 레미콘공장 피해대책위원회’ 허덕호 위원장이 선창을 하면 피켓을 흔들며 ‘숨 좀 쉬자’, ‘레미콘 아웃, 비산먼지 아웃’, ‘삼표 아주 레미콘공장 이전하라’, ‘무서워죽겠다 레미콘트럭 돌아가라’, ‘레미콘 전용도로 신설하라’, ‘화전주민 암 걸려 다 죽는다 보상하라’는 내용을 적은 피켓을 흔들며 한 목소리로 ‘이전하라, 물러가라, 보상하라’라고 외쳤다.
화전동과 인접한 도내동에는 3곳의 레미콘 공장이 밀집해 있다. 전통장류 제조공장 터에 새로 지어진 레미콘 공장이 있고, 십여년 전부터 있었던 삼표와 아주 레미콘 공장도 코앞에 있다.
주민들의 피해는 차량이 지나가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비산먼지와 대형트럭이 내는 굉음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에는 화전역 사거리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25톤 레미콘 자재를 실은 트레일러 트럭이 버스와 추돌해 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도 있고, 6월에는 레미콘 트럭이 앞서 가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81)씨와 뒷좌석에 탔던 노모(77·여)씨가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레미콘 차량에 의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1년에 수십 건 발생하고 있어, 이로 인해 화전동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전통장류 공장터에 레미콘 공장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은 2년 전부터 시청 지역경제과에 항의방문 및 시위를 하며 적극 반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레미콘 공장이 들어섰고, 이미 두 곳의 레미콘 공장으로 인해 십여 년 간 비산먼지와 소음과 교통사고 등의 피해를 입던 주민들이 이 날 레미콘 반대 및 대책을 강구하는 집회를 열게 된 것이다.
허덕호 위원장은 “전국 어디에도 이렇게 3곳의 레미콘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찾아볼 수 없다. 곧 레미콘공장이 가동 될 텐데 그때 주민들이 입을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며 어처구니없어 했다.
주민들은 이 날 화전다리를 건너 전통장류 공장 터에 지은 레미콘 공장과 삼표와 아주 레미콘 공장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시위를 하는 내내 대형트럭과 레미콘차량이 쉴새 없이 먼지를 뿜어대며 공장으로 들락거렸다. 잠시 시위를 취재하는 동안에도 목이 아프고 눈이 따가울 지경이었다. 또한 이들 차량이 내는 소음은 주민들의 시위 목소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10여 년간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갔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화전동 주민자치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화전교회의 강대석 목사는 “4년 전부터 주민들에게 레미콘공장 반대 및 대책 마련에 대한 서명을 받아서 시청에 들어갔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긍정적인 답변이 없었다”며 “이런 방식의 시위는 처음이지만 앞으로 원흥동과 서정마을, 도내동 등과 연대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며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밝혔다.
집회에 참여한 정창일 행신3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서정마을 6단지와 8~10단지도 이곳과 작은 산 하나를 두고 있을 뿐이어서 레미콘 공장으로 인한 피해를 비켜갈 수 없다”며 “앞으로 꾸려질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회 현장을 찾은 허신용 민생경제환경국장은 “레미콘 공장 허가를 안 해주려고 했지만 소송에서 패소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며 “어제 도시계획 도로를 건설한다는 결정이 났다”고 발표했다.
이미 창릉천 제방과 레미콘 공장 사이에 있는 작은 하천 옆에 레미콘 전용도로가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이 도로는 폭이 좁아 대형 레미콘 차량과 자재를 실은 트럭이 교차해 진행할 수 없어서 대부분 차량들이 화전동 6~10통 옆에 있는 도로를 이용해 드나들고 있었다. 무용지물이었던 레미콘 전용도로를 확장해 레미콘 차량이 기존에 다니던 도로로 다니지 않고, 전용도로로만 다닐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이제까지 내놨던 대안 중에 한 가지였다.
집회 하루 전에 도시계획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집회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이러한 소식을 알리는 허신용 국장을 보며 도로에 주저앉아 있던 한 할머니는 “일찌감치 해줬으면 이런 고생 안하잖아!”라며 한탄을 하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은 이제까지 묵묵부답이었다가 주민들이 적극적인 행동을 하고 나서야 급히 대안을 내놓는 모습을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허덕호 위원장은 “앞으로 세 군데의 레미콘 공장과 고양시에서 발표한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어 가느냐를 지켜 볼 것”이라며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적극적인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