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지방선거가 끝났다. 광역시·도와 시·군·구의 각급 단체장과 교육감, 그리고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 등 전국에서 4000여 명에 달하는 지역일꾼을 뽑았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참사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와 총리 후보자 낙마 등 어수선한 정치·사회적 소용돌이를 고려하면 그래도 무난히 치러졌다는 생각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두고 국민이 여와 야 어느 쪽에도 힘을 실어주지 않고,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절묘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 시국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현명하게 했을지 몰라도, 지역일꾼을 제대로 뽑았는지는 도무지 확인할 길이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방선거가 본연의 기능을 다해 치러졌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말이다.

먼저, 중앙정치에 의한 지방정치의 예속이 도를 넘었다. 흔히 이번 선거를 각종 사회현안에 대한 현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고 말하곤 했다. 여야가 정치적 명운을 걸다시피 하며 총력을 기울인 것도 이 때문이리라. 하지만 편의상 전국동시선거로 치르는 것일 뿐 지방선거는 엄연히 지방의 일꾼을 뽑는 지역의 축제다. 임기 동안 지역사회를 이끌 적임자를 찾는 중요한 절차다. 정부와 중앙정치에 대한 평가는 시기의 문제일 뿐 또 다른 선거가 있지 않은가. 민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언정 지방선거 본래의 취지가 퇴색되어서는 곤란하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과정이 중앙정치의 지나친 작용과 개입으로 왜곡된다면 그건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이고, 결국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선거를 통해 옥석을 가려 지역일꾼을 제대로 뽑기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최다 7장의 투표용지를 받아들었다. 지지정당이 확실하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그렇지 않은 유권자는 여간 고민이 되는 게 아니었다. 그나마 교육감 선거에서는 소속 정당도 없었다. 많은 유권자들이 누구에게 표를 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했다. 지방선거에서 일꾼이 아닌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것도 문제려니와, 출마자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못하다는 건 더더욱 문제다. 벽보나 후보자 스스로 작성한 홍보전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임기 동안 내 지역의 살림살이를 맡길 일꾼을 뽑는데 이 정도의 정보만으로 판단하라면 눈을 감고 원하는 물건을 사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요즘 정치권에선 적폐(積弊)의 일소가 화두다. 사회 구석구석에 오랫동안 뿌리내려 있는 잘못된 관행과 폐해를 발본색원해서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민주사회에서 통치자와 중앙정부의 주도로 이게 어디까지 가능할까. 단편적인 현상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각종 권한을 좀 더 과감히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한편, 주민의 감시기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 일꾼이 중앙정치가 아닌 주민의 눈치를 보며 최선을 다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지방과 중앙정치 모두 민의가 반영된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다. 이것이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한 전제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일꾼을 뽑기 위해 선거기간에만 관심을 가지기보다 평소에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말하는 과거의 치적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후보자의 포부와 비전 그리고 그가 걸어온 길을 둘러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권자와 후보자가 서로 자주 만나는 게 좋다. 하나의 좋은 방법이 평소 시간을 내서 주변의 지역사회 행사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보통 지역의 일꾼들이 참여하므로 유권자와 일꾼이 만날 수 있는 아주 좋은 교류의 장이다. 지역일꾼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다음 선거에서 한 표를 어떻게 행사할지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내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지역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알 수 있는 건 말할 나위도 없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따른다. 행사나 활동을 주최하는 지역사회 단체가 건전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간섭과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얘기다. 또 TV나 유원지로 향하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을 지역사회 교류의 장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 재미있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다음 지방선거는 중앙선거와 차별화된 진정한 지역의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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