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공부란 무엇인가' 강연
공부는 세계를 해석하는 과정
갇혀있는 인식틀 깨뜨려야
똘레랑스에서 노마디즘으로
변화와 관계복원 중요성 강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고양시를 찾았다. 신영복 교수는 5일 아람누리에서 열린 아람문예아카데미에서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2시간여동안 강연을 진행했다. 박정희 유신독재 시절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 20년간 옥중고초를 겪었던 그는 당시 감옥에서 겪었던 고뇌와 사색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과 철학과 신념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신영복 교수는 “공부(工夫)는 한자 그대로 ‘세계를 인간이 해석하는 과정’을 뜻한다”고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들이 ‘공부’라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공부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말하는 신 교수는 감옥시절 자신이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 거기서 얻은 깨달음에 대해 말했다.
목수출신이 집을 그릴 때 지붕부터 그리지 않고 주춧돌부터 그리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이야기, 밑바닥을 살아온 기층민중들과 24시간 맨살을 부대껴 가며 그동안 책상머리에서 관념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봤던 ‘먹물성’을 반성했던 사연, 육군교도소 복무시절 함께 방을 쓰던 죄수들이 모두 사형당하는 모습을 보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경험을 전했다. 그는 “오랜 수감생활 때문에 자살충동도 느꼈지만 창문으로 비치는 작은 햇볕을 위로삼아 이겨내곤 했었다”며 “어떤 커다란 절망이 있더라도 작은 희망을 가지면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라는 존재는 ‘관계’속에서 탄생한다.” 머리로 다른 사람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공감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 그것을 통해 나를 변화시키고 진정한 공존을 이뤄내는 것이 바로 공부이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자기 그림자를 추월해야 하는 절박함 속에서 자기 착취를 반복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신영복 교수가 설명하는 후기 근대사회의 인간상은 의자를 든 사람의 모습이다. 의자는 머리위에 들어올리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인간 스스로가 만든 생산물로부터 소외 억압되고 있다. “국민들이 스스로 선출했던 권력에 억압당하고 원하지 않는 욕망에 좌지우지 당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피로사회에서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계의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마지막으로 신영복 교수는 자유의지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여기서 자유는 남의 이유가 아닌 자기 이유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신 교수는 중국 사상가 노신이 예로 든 ‘어린 요한’이라는 동화책의 한 구절을 이야기했다.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버섯 하나를 가르키면서 독버섯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목된 버섯은 크게 실망했죠. 그때 옆에 있던 버섯친구가 위로해 줍니다. ‘괜찮아 독버섯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 우리에게 너는 좋은 친구야’. 이처럼 자기 정체성을 깨닫고 자기 삶의 이유를 찾아야만 타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진짜 자신으로 살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