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주체 의견수렴에 소홀” 지적... 고양시 초·중·고 92.3% 시행

“교육주체 의견수렴에 소홀” 지적
고양시 초·중·고 92.3% 시행키로
일부고교 반대여론에도 ‘눈치보기’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추진해 지난 1일부터 전격 시행된 ‘9시 등교제’를 두고 학부모·교사, 교원단체 간의 찬반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장 교육주체들의 의견수렴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무리한 시행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고양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고양시 초·중·고교의 92.3%가 ‘9시 등교제’ 시행을 확정해 경기도 전체(88.9%)에 비해 높은 참여율을 나타냈다. 고양시 초등학교의 경우 1개 학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시행하며 중학교 또한 41개 학교 중 39개 학교가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입시문제 등으로 가장 논란이 됐던 고등학교의 경우 35곳 중 26곳만이 시행확정 돼 상대적으로 낮은 참여율을 보였다.

혁신학교인 덕양중학교의 경우 기존 등교시간을 15분 늦춘 대신 체육활동과 독서 등 다양한 아침 자율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준원 덕양중학교 교장은 “단순히 등교시간을 늦추는 문제가 아니라 비교육적이고 비정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냈던 삶의 모습을 바꾸어보자는 보다 근원적인 성찰을 위해 필요한 제도”며 “입시경쟁에 가혹하게 학생들을 몰아넣는 현 교육상황 하에서 등교시간 늦추기는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과 행복권 보장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급한 도입이라는 일부 목소리에 대해서도 그는 “이미 수원지역 18개 학교 등 많은 곳에서 ‘9시 등교제’를 실시해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며 “타 교육청 등에서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 금방 정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부 학생들은 늦어진 등교시간 만큼 하교시간도 늦춰지는 부분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입시를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반발도 심하다. 각 학교 학부모 회장들이 모인 고양시학부모협의회는 1일 성명서를 통해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타 시군과의 형평성과 의견수렴절차 없이 공약사항이라고 밀어붙이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박희순 고양시학부모협의회 총무는 “학생들의 수면권 보장이라고 하지만 현 입시제도 하에서는 늦춰진 등교시간만큼 더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오히려 음성적인 사교육이 성행하게 될 것”이라며 ‘9시 등교제’ 폐지를 적극 주장했다.

‘9시 등교제’ 내용에 대한 찬반유무와 별개로 시행과정에 있어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당초 ‘9시 등교제’ 시행을 앞두고 경기도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각 학교별로 교사회의와 운영위원회, 학내 여론조사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거친 뒤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결정할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여론조사에서 반대의견이 높았던 고등학교들조차 대부분 ‘9시 등교제’를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장은 “우리학교의 경우 반대의견이 60%가 넘게 나왔지만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교육감의 정책에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우려됐던 것도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고양교육청은 ‘9시 등교제’시행을 앞두고 교장협의회를 만나 적극 동참해줄 것을 권유했으며 이후 교장단 회의에서 제도시행에 관한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결국 대진고, 세원고 등 사립학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가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시행유무에 관한 불이익은 전혀 없으며 학교들의 자율적 결정에 맡긴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답변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제도의 취지와 내용에는 공감하지만 시행과정에서 교육주체들의 자율성이 배제되는 등 비민주적으로 진행된 것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라며 “등교시간 결정권한이 있는 학교장들이 학내의견수렴을 통한 자율적 판단 대신 일괄적으로 교육청의 결정에 따르는 모습을 보인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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