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반대, 풍산동 찬성

백석동 반대, 풍산동 찬성
반대 “아파트 붕괴위험 느껴”
찬성 “공사지연시 집단행동”
경의선 백마지하차도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고양시청 앞에서 지난 12일과 15일 집회를 열고 “주민 안전 해치는 지하차도 결사반대”를 외쳤다. 이들 주민들은 백마역 인근 백송6단지(백석동) 주민들로 이번에 공사를 재개하려던 곳과 가장 인접해 있는 아파트단지 주민들이다.
시위에 참가한 백송6단지 주민은 “건물이 흔들리는 등 진동이 심해 중단된 공사였다. 생명이 위협 받을 정도의 위기감 때문에 중단된 공사임에도 시와 철도공단은 우리와 협의도 없이 찬성 주민들(풍산동)과 몰래 간담회를 열고 공사를 강행하려 했다”고 분노했다.

백송6단지 비상대책위는 현재 풍동~백송마을 간 직선지하차도 대신 풍동~경의로 양방향의 우회 지하차도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의 방대현씨는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그 공법도 획기적인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해보고 진동이 심하면 공법을 또 바꾸자는 것인지, 주민들이 실험실 쥐도 아니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백석동과 풍산동의 주민들 의견이 엇갈리는 백마지하차도는 경의선으로 단절된 일산신도시와 풍동지구를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9년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2011년 11월 공정률 60%에서 백송6단지 주민들의 민원에 공사를 중단한바 있다. 공사가 중단되자 이번엔 풍산동 주민들은 공사 재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고양시는 지난 7월 3일 풍산동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어 공사 재개 방침을 결정, 7월 29일 공사를 강행하려 했다.
하지만 32개월 만에 재개하려 했던 공사는 주민 반발에 밀려 다시 중단 된 상태. 이에 따라 남강토건 등 시공사 4곳은 지난달 13일 백석동 주민 6명을 상대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백석동 주민들은 2011년에 중단된 터파기 공사 현장을 오랫동안 방치해오다, 작년 여름에 도로를 완전히 복구해 놓고는 복구 1년 만에 다시 공사를 재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다. 백송6단지 박연실씨는 “작년 여름 100여개의 H빔을 다시 뽑아내고 도로를 포장하는 것을 보고 직선방향 지하차도는 포기하는 것으로 알고 기뻐했지만 이제와서 다시 한다고 하니 완전히 속은 기분이다. 공사를 재개할 거라면 주민 혈세로 1년 전에 도로는 왜 다시 포장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의아해했다.
백석동 주민들을 무시하는 ‘지역차별 행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책위의 방대현씨는 “후곡마을 앞의 동골지하차도의 경우 S자 형태로 뚫어 아파트 앞까지 차도가 나오지 않는다”며 “소각장에다 LPG충전소까지 기피시설만 가득한 백석동에 주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지하차도 공사까지 강행하려한다”고 하소연했다.

공사 재개가 중단되자 이번엔 풍산동 주민들이 공사 재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백마지하차도 정상화 추진위원회 최장우 위원장은 “지하차도 건설이 경의선 복선전철화 당시 이미 계획된 것이며 공사가 지연돼 일산신도시로 가려면 1㎞ 이상 우회해야 하는 등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며 항의했다. 이어 “현재 철도공단이 공사 강행에 의지가 있어 보이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와 백석동 주민들이 협의를 얼마동안은 기다려볼 생각이지만, 마냥 공사가 지연될 경우 우리도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시공사는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공사인 남강토건 담당자는 “2012년에 실시한 인접건물 영향성 검토결과 이전 공법도 아파트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시공은 먼저와는 달리 땅에 박는 빔이 아파트에서 3.8m 후퇴하게 되어 진동이 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자는 “반대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조속히 공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