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임관 후 25년 고양시 지켜
4월 고양경찰서 ‘폴리스상’ 수상
온화한 성격으로 동료후배에 인기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항상 후배들을 챙겨주시던 분이셨어요.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 알았으면 더 잘해드렸어야 하는 건데…”

지난달 23일 밤 순직한 고 정용준(48세) 경감의 동료들은 하나같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누구보다 성실했던 정 경감은 사고 당일인 21일 근무시간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밝은 모습이었다. 오전부터 파출소 현판을 닦고 2층 직원휴게실도 깨끗이 청소를 마친 뒤 근무 교대 직전 40대 남성이 만취해 길에 쓰러졌다는 소식에 바로 출동했다고 한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직속상관이었던 이종석 화전파출소장은 정용준 경감을 “누구보다 의로웠던 경찰”로 표현한다. 89년 고양시에 온 뒤 25년간 각종 범죄검거에 뛰어난 성과를 거둬오던 그는 2년 전 화전파출소로 근무지를 옮겼다. 평소에는 말이 없는 조용한 성품이었지만 범죄수사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집요했던 그였다. 성추행범을 잡기 위해 관내 CCTV를 모두 뒤져가며 결국 검거했던 일화는 화전파출소 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을 인정받아 각종 표창을 21회나 받았으며 올해 4월경에 제정된 고양경찰서 ‘폴리스상’에 첫 번째로 수상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후배경찰인 문장호 경장은 “친절하고 온화했던 탓에 경찰들 사이에서 정말 인기가 많았던 분”이라고 말한다. 민원인뿐만 아니라 동료들 간의 대화에서도 항상 들어주는 역할을 맡아왔다고. 운동신경도 뛰어나 베드민턴을 특히 즐겼으며 족구대회가 펼쳐지면 항상 공격수로 승리를 이끌던 에이스였다.   

성실했던 경찰활동만큼 가정 일에도 충실했던 그였다. 쉬는 날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특히 두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고 문 경장은 기억한다. “큰 아들이 명지대 작곡과에 합격했다고 너무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요. 한번은 둘째 아들이 애인이 생겨서 같이 밥을 사줬다는 이야기도 해주셨어요. 그렇게 좋은 분이 돌아가시다니 가슴이 너무 찢어집니다.”

24일 고양경찰서에서 치러진 정용준 경감의 경찰장에는 그의 순직을 슬퍼하는 동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 측은 순직한 정씨를 경감으로 한 계급 특진하고 누구보다 모범적이었던 그의 넋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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