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서 가람지역아동센터 대표

마을미디어 행신톡 뉴스

2년 자원봉사 통해
청소년 위한 헌신 결심
개발열풍 속 소외된
행신 가람지역에 터잡아

 

이규서 대표<사진>를 만났던 날은 날씨가 영하권으로 들어섰던 지난해 12월 5일 금요일. 40년간 공직생활을 한 남편 곁에서 늘 했었던 고민은 ‘어떻게 남은 인생을 보답하며 살 수 있을까’였다. 좋은 부모를 만나 공부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컸던 자신을 되돌아보며, ‘왜 나는 출발점부터 달랐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보답’을 위해 늦었지만 전공을 살려 2년간 자원활동을 하며 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학생들과 상담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단 한 가지. ‘어른이 되면 쉽게 변하지 않으니, 어릴 때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구나.’

남편이 은퇴하고 난 후, 결심을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좋은 차를 보면 흠집을 내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며, 전공을 살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63세의 나이에 갖고 있는 돈을 긁어모아 행신도서관 근처에 집을 얻었다. 하지만 곧 개발열풍이 닥치면서 지역아동센터가 정말로 필요한 아이들은 이사를 가야만 했고, 자연스레 열악한 가람지역으로 오게 됐다. 그것이 지금의 행신교회 옆 현재 센터다.

갖고 있는 돈을 털어 공간을 얻었지만, 2년 동안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평가를 받아야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월세를 내야 하는 지역아동센터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센터 운영을 포기할 순 없었다. 아이들은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살 뿐만 아니라, 아이의 환경이 안정적이어야 아이가 갖고 있는 능력을 사회에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려움을 견디며, 센터를 운영하다보니 어느덧 초등학생들이 졸업을 할 시기가 됐다. 하지만 센터 사정상 당장 중학생을 받을 수는 없었다. 센터를 이용하던 학생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을 본 후, 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에게 딱 1년만 기다려주면 너희들을 위한 공간을 꼭 마련해주겠다고, 그때까지는 센터 근처 교회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1년 후인 2013년, 학생들과 했던 약속을 지켰다. 2층의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그 공간에는 첼로와 바이올린이 가득하다. 모두 한 악기쯤은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매주 음악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다른 친구들이 쉽게 다루지 못하는 악기를 다루다 보니 아이들의 자존감은 나날이 높아갔다. 학교에서 재능을 보여줘야 할 때도 우리 아이들은 으스대며 뽐낼 수 있는 능력 한가지쯤 생겼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센터에서 하는 수업을 한 가지라도 줄일 수가 없다.

가람지역아동센터 대표는 센터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갔을 때라도 가능한 한 모든 힘을 써서 너희를 지원하겠노라고. 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더라도 지역에서 너희를 도와줄 사람들을 꼭 찾아주겠노라고.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에겐 공부를, 기술을 배우고픈 학생들에겐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꼭 주겠노라고. 

가람의 학생들에게 한없이 헌신적인 이규서 대표는 말한다. “내 새끼만 잘 키워서는 소용이 없다고. 사회가 안정적이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 센터는, 그리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보답’은 학생들이 이 사회에서 성실하게 자기몫을 해나가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녀는 지금도 한없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비교적 일찍 끝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때 집에 가면 아이와 함께 있어줄 사람이 없어서 센터에 더 있어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수업을 하니 아이들은 다른 이들의 수업에 행여나 방해가 될까봐 가만히 있어야만 한다. 그 나이 때는 한창 놀아야 하는데. 지역 청년들에게도 역시 아쉬움이 있다. 요즘 ‘봉사시간’이 필요해 센터에 봉사활동 하러 오는 청년들이 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의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고. 어느 때라도 좋으니, 무엇을 할 수 있든 좋으니 지역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평수에 따라 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학생 수가 정해진다. 현재 초등학생 28명, 중학생 10명이 가람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30인 이상의 학생들이 이용할 때, 3명의 선생님이 필요한데 자신의 활동비를 내어주고 선생님 1명을 더 구했다. 이 모든 결정들은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가람지역아동센터는 특히 문화부문에서 재능기부 할 수 있는 지역주민을 애타게 찾는다.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경험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날씨 좋을 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나들이를 다녀올 자원활동가도 대환영이다. 뭔가 지역에 보탬이 되고 싶어 기웃거리고 있는 행신동 주민이 있다면 가람지역아동센터에 한번 연락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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