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피어나는 환도' 책 펴내는 홍석현 명인
우리나라 전통도검을 만드는 홍석현 명인<사진>이 20여 년 공을 들이고 많은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 쓴 『다시 피어나는 환도』가 출간된다. 1980년대 우연한 계기로 전통도검을 접한 이후 30~40여 년의 세월을 도검 제작에 힘써온 홍석현 명인. 전통도검 제작기술을 완전히 익힌 그는 지금 고양시 성석동에서 전통도검 재현에 몰두하고 있다.

칼 만드는 데 30년, 책 만드는 데 20년
그는 “칼 만드는 데 30여 년, 책 만드는 데 20여 년이 걸렸다”라고 말한다. 조선시대 환도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도검을 재현하는 일만도 쉽지 않았는데 거기에 환도의 모든 것을 소개하는 책을 쓰는 일은 더욱 어려웠다. 『다시 피어나는 환도』를 쓴 까닭도 거기에 있다. 조선시대 환도를 재현하고자 노력했던 시간을 돌아보면 끊어질 듯 끊어질 듯했던 환도제작의 비기를 간신히 연결한 시간이었다. 일제시대와 6·25전쟁, 도시화·기계화·근대화를 겪으면서 전통도검 기술의 맥이 단절됐기 때문이다. 그는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 도검, 환도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홍석현 장인이 전통도검을 제작하는 모든 과정을 사진으로도 자세히 담았다.
1980년대 초반,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나전칠기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도검의 칼집에 칠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처음 도검을 봤을 때 가슴이 뛰더라구요.” 첫 만남의 강렬함. 그는 곧 도검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었다. 이후 유적선 선생의 가르침으로 ‘사인검(四寅劒)’제작에 꼭 필요한 기술인 ‘박음상감’기법에 눈을 뜰 수 있었고, 전용하 선생의 도움으로 전통도검에 대한 상식을 넓힐 수 있었다. 임명길 선생으로부터는 환도제작의 비기인 칼날 숯돌 연마 기능, 쇠불림 기능, 날붙이(접철, 단조) 기능, 쇠를 강화하는 담금질·풀림·뜨임 기능 등을 배웠다. 솜씨 좋고 눈썰미 있는 그는 1990년부터 곽재우 장군의 검을 재현하기 시작해 이순신 장군의 칼, 김유신 장군의 신라시대 용봉환두대도, 경복궁 근정전의 운검, 별운검, 사인검 등 다양한 전통도검을 재현해왔다. 2003년엔 제28회 전승공예대전에서 조선시대 사인검을 출품해 이 분야 최고의 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사철제련 성공, 강쇠 대량 추출 가능해져
그의 활동은 잊히던 우리나라 전통도검 문화를 극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주요 방송에서 수차례 걸쳐 백제무녕왕릉 환두대도 제작과정, 가야시대 단봉환두대도 제작과정, 환도 제작과정 등이 보도되며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도검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해요. 칼의 몸인 도신을 만들기 위해 사철을 구해 용광로에서 제련해 순도가 최고 좋은 철인 ‘옥광’을 얻어야 하고, 그 옥광을 여러 번 단조해서 강쇠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기술을 터득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대형 제철소에서 생산한 쇠로 도검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은 전통도검이 될 수 없었다. 재료부터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사철 제련법을 전수받을 스승이 없었다. 그때부터 제련과 관련된 옛 문헌을 찾아보고, 여러 주물공장에 다니며 지인들에게 묻기도 했다. 연구 끝에 노를 만들고 모래에서 모아온 사철과 숯을 넣고 2~3일 동안 제련했다. 철을 녹이는 일은 어렵기도 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었다. 숱한 실패 끝에 드디어 201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합작으로 실험·연구해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사철 제련 실험을 실시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제는 원하는 대로 대량의 강쇠를 추출할 수 있게 됐다.

환도의 핵심은 좋은 원료의 도신
“훌륭한 환도의 핵심은 첫째도 둘째도 도신에 달렸고, 훌륭한 도신을 만들기 위한 첫 관문은 좋은 원료를 구하는 것”이라는 그는 이제 사철을 제련해서 얻은 옥광으로 환도를 만든다. 옥광을 재가열해 두드리질을 통해 판형으로 만든 후엔 적당한 크기로 쪼개 사철괴 모양으로 쌓는다. 두드리질과 구부리기 등의 접쇠 과정을 거친 사철강괴는 긴 도신(刀身) 즉 칼 형태로 늘리고 칼의 날과 평면 잡기를 한다. 이후 도신을 연마하고 마무리 광내기를 한다. 칼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칼집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칼집의 외형을 환도 모양으로 깎은 다음 삼베와 어피를 바르고 옻칠을 한다. 환도막이를 끼운 후엔 환도막이, 덧쇠, 코등이의 순서로 도신에 끼워넣는다. 환도 손잡이 중앙에 구멍을 뚫어 장식용 술을 달고 최종 점검을 하면 전통도검이 완성된다. 첫사랑처럼 그에게 다가온 전통도검 재현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며 배우고 익히기를 거듭해왔던 홍석현 명인. 자신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이름없이 사라졌던 스승들을 생각할 때 그는 전통도검 제작기술을 널리 전수하는 것이 자신이 할 일이라고 여긴다. 스승들의 염원, 그것을 알기에 그는 지금도 성석동 공방에서 수없이 두드리질을 하며 도검을 만들고 있다.
(문의 010-4493-59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