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에 만난 당신은 신성일, 나는 정윤희

서로 신성일·정윤희 닮았다
첫만남 후 우연히 3번 만나
식당 차리고 절망스러울만큼 고전
기적같은 반전, 로맨스는 진행중

 

▲ “누가 큰소리쳐도 한 마디 못하는” 아내 최경자씨에게 있어 남편 김영주씨는 천군만마같은 존재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고 말해도 상관없다는 듯, 아내 최경자씨는 남편 김영주씨가 원조꽃미남 영화배우 신성일을 닮았다고 말한다. 살살 뜯어보면 넓은 이마가 닮은 듯하고, 웃는 입매가 닮은 듯하다.

“당신은 정윤희 닮았어!” 신성일 닮은 김영주씨도 누가 들어도 상관없다는 듯 아내 최경자씨를 1970~80년대 최고의 미녀배우 정윤희씨에게 견준다. 말해놓고 서로 큰소리로 웃는 부부. 이 정도면 대단한 부창부수의 모습이다.

각자의 삶을 살아왔던 오랜 시간은 이 만남을 위한 준비 기간이었으리라. 그래서 이 만남이 더욱 소중하다.
“15년 전, 손님으로 한두 번 왔을 때 인상이 강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7년 전 고양시로 이사 와서 우연히 길을 가다가 3번을 만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었다”는 아내 최경자씨. 그런데 “하도 인상이 강해서 눈 마주칠까봐 겁이 났다”고 한다. 신성일 닮은 사람었으니 그럴 만도 할 것 같다.

그 이후에도 최씨는 딸의 권유로 갔던 헬스클럽에서 김씨가 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기겁해 나오기도 했고, 작은 음식점에서 눈 마주칠까 얼굴도 못 들고 음식을 먹었던 기억도 있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인연이었을까. 가게에 갔다 오다가 저만치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걷고 있는데 앞서가던 김영주씨가 갑자기 휙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녀는 얼마나 놀랐던지 엉겁결에 인사를 했다. “누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아 돌아봤더니 이 사람이 급히 인사를 했다”며 그 이후 안면을 텄고 ‘세기의 커플 신성일과 정윤희의 로맨스’가 시작됐다.

정윤희 닮은 아내는 한눈에 봐도 순하고 밝은 모습이다. ‘지는 게 이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아내에게 김영주씨는 “이 사람은 누가 큰소리쳐도 한 마디 못한다”며 “내가 옆에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한다. 조용한 아내에게 천군만마같은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아내와 살면서 사는 게 이런 건가 싶다”고 말하는 김영주씨.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을 때 만난 아내가 해준 따뜻한 밥은 외롭고 공허했던 그의 마음을 위로하고 건강하게 만들었다.

남편은 아내와 함께 2년 전부터 원당동 안쪽 동네에서 ‘황금게장백반’ 음식점을 시작했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음식점을 6개월 하는 동안 집도 가게도 잃었다. ‘이렇게 거지가 되는 구나’라는 생각에 절망스럽기까지 했다. ‘돈에 신경쓰기 싫다’며 모든 것을 아내에게 맡기고 일만 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워 자다가 운 적도 있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난 어느날, 잊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고 싶을 만큼 모든 상황이 반전되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다 망하는 건 아닐까’싶던 음식점 하루 매출이 90만원을 넘기 시작했다.

▲ 부부의 연예시절 사진.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남들 20~30년 살면서 겪을 일을 다 겪은 것 같다”며 주거니 받거니 옛일을 회상하는 부부의 모습은 신혼부부처럼 보이기도 하고,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친구들은 절대로, 누구에게도, 남편한테라도 음식 레시피를 알려주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벌써 남편한테 다 얘기해줬다”며 환하게 웃는 아내. “혼자서 어찌 이 일을 할 수 있느냐고”고 반문한다. 아내는 반찬 만들고, 남편은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요리한다. 짬나는 시간에는 장작을 쪼개고, 농사철에는 음식점 뒤에 있는 밭에 가서 종일 일을 한다. 그렇게 늘 함께한다.

이젠 혹시라도 손님이 없을 때면 ‘저녁에 오겠지, 내일 점심에 오려나’라고 생각할 만큼 여유도 생겼다. 정년퇴임 없는 일을 하자며 시작했던 이 일을 통해 부부는 어려움을 함께하며 서로의 필요를 더욱 깊이 느꼈다. 하루 일을 끝내고 나면 내일 일을 준비해놓고 부부는 좋은 길 따라 드라이브를 한다. 늦게 만난 이 사람이 이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오늘도 신성일과 정윤희의 로맨스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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