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양시 거주 만화가 ‘굽시니스트’ 김선웅

 

고양시에는 유독 만화가들이 많이 살고 있다. 대표 시사만화가인 경향신문 박순찬 화백과 중앙일보 박용석 화백이 덕양구 화정에 살고 그 외에도 젊은 웹툰작가 다수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시사인이라는 주간잡지에 ‘본격 시사인 만화’라는 제목으로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 김선웅(34세·사진)씨도 덕양구 원당에 거주하고 있는 고양시민이다.

 

‘굽시니스트’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그는 DC인사이드라는 한 인터넷커뮤니티에 만화를 올리면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해 출판사와 언론에 전격 발탁된 다소 특이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본인의 만화장르를 ‘서브컬처’ 일명 ‘하위문화’로 표현하는 김선웅씨를 지난 12일 덕양구 어울리누리에서 만났다.



“예전에 ‘굽신굽신’이라는 표현(올바른 표기는 ‘굽실굽실’이다)이 유행해서 아이디를 ‘굽시니스트’라고 지었는데 그걸 지금까지 쓰고 있어요. 지금은 좀 후회되긴 해요. 멋진 한자 이름을 쓸 걸 그랬나 생각도 들고.”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지만 처음부터 만화가가 꿈은 아니었다. 대학도 포르투갈어 전공. 당시에 남미 쪽이 전망이 있어보여서 선택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꺼냈다. 만화가로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제대 후 역사교육전공 대학원을 다니며 인터넷에 2차세계대전을 주제로 한 웹툰을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마니아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본격2차세계대전만화’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도 출간됐다. 시사인 연재를 시작한 것도 그때 무렵이었다.

“신호철 기자라는 분에게 어느날 연락이 왔어요. 지면에 2페이지 정도 들어가는 시사만화를 그려줄 수 있겠냐고. 시사만화를 그려본 건 대학생 때 학보사에 만평 실었던 게 전부라 부담도 됐지만 해보겠다고 했죠.”
스스로 “내 만화는 독자층이 좁다”고 이야기하는 김선웅 씨. 대신 그만큼 독자군의 충성도는 대단하다. 시사인의 몇몇 독자들은 “굽시니스트 만화 때문에 구독한다”고 이야기 할 정도. 가끔은 너무 센 표현 때문에 해코지당할까 걱정된다는 우려도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래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그리는 시사만화 중에서는 내가 제일 잘 그려준다”며 태연한 모습이었다.

만화소재는 대부분 인터넷 서핑을 통해 유행하는 이슈를 많이 활용한다. 한 주에 중요한 시사주제를 패러디해서 만화에 반영하는 식이다. 덕분에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웹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데 보낸다. 그러다보니 작업은 마감날이  다가와서야 비로소 마무리 되는 식이다.

대전출생인 그가 고양시에 온지는 올해로 5년째. 현재 부인과 함께 살 신혼집을 찾던 중 비교적 저렴하게 역세권 집을 구할 수 있는 원당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너무 황량한 것 아닌가 싶었지만 지금은 조용해서 살기 좋다고 한다. 너무 집에만 있는 것 같아 근처에 있는 고양어울림누리에서 수영을 배우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올해에는 시사인 연재 외에 태평양전쟁을 소재로 한 새로운 만화를 구상하고 있다는 김선웅 씨는 마지막으로 “제가 원고료를 받고 살 수 있게 해주시는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지방낙원같은 ‘서방정토’ 고양시에 살고 있는 시민이라는 게 무척 자랑스럽고 영광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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