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고 졸업생들, 학교 공동체를 꿈꾸다

화수고 졸업생들,
학교 공동체를 꿈꾸다

친목단체 ‘화정인’
후배들과 달콤한 만남

작년 한 해 고양시 주민자치공동체 사업이 30여 개 마을에서 다양한 주제로 진행됐다. 그로 인해 우리 마을은 얼마나 바뀌었을까. 고양시 주민자치 온라인(www.gojumin.go.kr)이 공동체 사업이 진행됐던 마을 이야기 연재를 시작했다. 


 

친목단체 ‘화정인’이 진행한 공동체사업. 4주간 진행된 ‘청춘준비 프로젝트’에서 화수고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은 공감의 힘을 배웠다.

 우리는 모두 학생이었다. 하지만 추억이 가득 찬 학교와의 관계는 아쉽게도 보통 졸업과 동시에 끝이 나고 만다. 일시적으로 총동문 운동회를 개최하는 것뿐 다른 노력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 문제점에서 시작한 것이 이번 자치공동체 사업 주제였다. 작게는 학교 졸업생들과 재학생들과의 관계를 새로이 만들어보자는 것, 크게는 학교를 중심으로 재학생들, 졸업생들, 학부모, 그리고 동네주민들이 모두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보자는 포부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고등학생 대학생,
서로의 위로가 되다
사업의 시작은 화수고등학교의 졸업생들이 모여 고교 시절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워보는 것으로 했다. 즐겁고 좋은 기억들로 이야기하며 한참을 웃고 떠들다 보니 학창시절의 좋은 기억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더 이야기를 진전시키자 이렇게 좋은 기억들로 남은 것은 단순히 시간이라는 추억의 보정작업을 거쳤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 그 당시에는 공부하느라 힘들고 학교생활이 무지 지겹게만 느껴지던 생각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우리 청소년들의 어려운 점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청소년 자살률, 매년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성적 스트레스, 경쟁에 적응해가며 살기에 바빠 다른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었던 생활 등이 그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얼마 전까지 대학에서 느꼈던 압박감들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수능 대신 취업이란 목표를 향해 뛰어가는 대학의 형태 역시 고교 시절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여기까지 이야기가 닿자 졸업생들이 재학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 것은 상호적으로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 믿게 되었다.
 
‘나’에서
‘너’를 보게 되다

 

다만 문제는 콘텐츠였다. 어떤 이야기를 들고 학교에 찾아가는 것이 학생들에게도 그리고 졸업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저 졸업생들이 재학생들에게 과외를 해주는 기존의 멘토 프로그램에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 느꼈다. 크게 거창한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진로 고민, 삶에서 무엇을 얻기를 원하는지, 다음 단계에(학생들 입장에서는 대학, 졸업생 입장에서는 직장) 대한 걱정과 고민, 대부분 자기 성찰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함께 고민을 녹여내는
‘청춘준비 프로젝트’
이번에는 어떻게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전달할지가 문제였다. 이에 대한 고민은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는 과정부터 제시되었는데 딱딱한 강연이 아닌, ‘청춘준비 프로젝트’ 라는 이름하에 졸업생들의 이력을 재미있게 적어내는 데 힘을 쓰고, 다루는 내용들에 대해서도 ‘청춘생활’, ‘노는 법’, ‘달콤한 사랑’, ‘꿈과 진로’ 형태로 흥미를 이끌어 내는 데 주력했다. 또한 각 주제에 맞춰 강의만 하는 형태가 아닌 선생님들(졸업생들)의 고민과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녹여내기로 했다. 

 

허물고 모이니,
스스로 성장하다


첫 수업은 11월 1일 진행했다. 토요일 오전이었는데도 15명 남짓한 학생들이 교실을 채웠다. 심도 깊은 이야기 진행을 위해 네 개 조에 각 졸업생들을 배치했는데 미팅에서 하듯 졸업생들이 자기소개 시간을 가진 후 학생들이 선택하게 하는 등 최대한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했다. 첫째 주 활동은 ‘대학 환상 깨기’와 앞으로 4주간 수업에서 꾸준히 발전해 나갈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것이었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내가 무엇을 원하고 꿈꾸는지에 대한 사소한 질문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진지하게 써내려 갔다. 그렇게 학생과 선생님의 자기 버킷리스트에 대한 발표를 끝으로 수업을 끝맺었다. 매 수업이 끝나고 임의로 몇 명의 학생들과 인터뷰 시간을 가져 무엇을 배웠고 어떤 걸 느꼈는지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는데 그 시간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데 가장 큰 용기를 얻기도 했다.
 
그렇게 노는 법, 달콤한 사랑, 꿈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매주 준비해 가면서 단체 멤버들과 한 주에도 몇 번씩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고등학교 시절의 일기장을 찾아 읽어본다거나 과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 나갈지를 고민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기분을 얻을 수 있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보다 본질적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학교선배이자 인생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고민을 진전시키고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만남의 힘,
위로와 에너지로 꽃피다
한 달간 매주 토요일 학교로 출근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저 추억으로 그 시절을 회상만 하는 것이 허락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마치 그때의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했다. 바로 이것이 만남의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뜻 깊었던 만남과 작게나마 만들어 본 공동체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사회에 받은 걸 다시 되갚고자하는 마음이 단체 멤버들 사이에서 피어올랐던 것처럼 학생들의 마음속에서도 비슷한 싹이 자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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