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로 시작해 마을공동체 실현한 7가족의 훈훈한 사연

▲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일곱 가족이 뭉쳐 마을공동체를 만들었다. “마당 있는 집은 은퇴 후 보다는 오히려 아이들이 뛰어노는 시기에 필요하다”는 이들 부모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모두 일산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이곳에선 내 자식, 남의 자식 구분 없이 모두 한 가족처럼 함께 즐긴다.

성석동에 7가족 모여 사는 ‘야호마을’
이웃사촌과 함께 담장 없는 24시간

같은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일곱 가족이 마당을 공유할 집에 함께 살고 싶어 했고, 그 희망이 얼마전 실현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처음엔 땅을 공동으로 투자하고 마당 하나를 공유하는 형태의 땅콩주택(두 가구가 토지를 공동 매입해 두 가구의 건물을 나란히 짓는 방식)을 짓고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저렴한 땅을 찾게 된 거죠. 경제적 부담이 덜어지자 가족의 사생활은 보호하되 본래 취지를 살리는 방안을 검토하게 됐어요. 그래서 탄생한 게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공동체마을인 지금의 ‘야호마을’입니다.”

일산동구 성석동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8채의 전원주택은 성석동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야호어린이집에 다니는 일부 학부모들이 만들었다. 이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여럿이 살려고 했던 건 아니다. 2~3집 정도가 아파트 전세계약 만료가 가까워지자 ‘차라리 함께 마당 있는 주택에서 모여 살자’고 한 게 시작이었다.

“무턱대고 같이 살 수 있는 단독주택이나 집을 지을 땅을 알아봤어요. 그러다 관심 있는 이들이 점차 늘었고 이렇게 수가 늘었으니 집짓기 모임을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자 라고 해서 점점 일이 커졌죠(웃음).” - 정상호(50세) 야호마을 이장.


이렇게 해서 야호마을은 지난해 초 공사를 시작해 공사 1년만인 올해 1월 감격적인 입주를 하게 됐다. 그리고 첫 번째 갖는 마을의 공식행사인 ‘공동집들이’ 겸 마을잔치를 지난 10을 열고 지인들을 초대했다. 초대된 이들은 어린이집 가족(공동육아 조합원)들과 교사들이다.

“집 대문은 열려 있으니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둘러보시고 심심하면 냉장고 열어서 맛난 거 찾아 드시면 됩니다.” 손님맞이 인사말에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웃는다.

그늘 천막을 치고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 시골마을 모습 그대로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자전거타고 술래잡기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날 마을 주민들은 손님들과 함께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각자의 집을 개방해 누구나 들어가서 놀 수 있게 했다.

야호마을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야호마을엔 담이 없다. 각자 마당이 있긴 하지만 경계가 없어 누구 땅이라 말하기도 애매하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경계 없는 마당에서 만나고 논다. 한쪽에는 마을 공동공간으로 쓰고 있는 아이들 모래놀이터가 있고, 그 옆 텐트 2동에는 누구나 들어가 쉴 수 있다. 개인 자전거 대신 공동으로 쓰는 자전거를 누구나 탈 수 있다. 친구집에 놀러가는 것도 거리낌이 없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각자 집에 돌려보내는 편이지만 낮 시간에는 네 집 내 집이 따로 없을 정도다.

야호마을의 정상호 이장은 “전원주택에 살아야 할 시기는 은퇴 이후가 아니라 아이들이 한참 뛰어놀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이 들어서 이런 곳에 살면 오히려 힘들 것 같다. 집안일이 산더미 같아서 힘에 부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천국이다. 어린이집 친구들과 흙장난 하면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우리 마을 아이들은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이렇게 자유놀이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야호마을에는 부모님과 함께 들어온 가정도 있다. 김구슬(45세)씨는 “친정 부모님과 제 외할머니(95세)가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며 “한 집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볼 수 있으니 4살, 7살 아들까지 하면 4대가 함께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엄마와 내가 모두 외동딸이어서 그런지 이렇게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공동집들이가 있는 날 주민들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냈다.

 

김선화(엄마) 부부 가족. 뒤로는 이 가족의 집과 남편이 손수 만든 솟대가 보인다.

지인이 선물한 주택 사진을 아이들이 신기한 듯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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