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우리 부부 이야기 김종일·김미화 부부

고 김현규 선생 존경하던 남편, 그의 딸과 결혼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남편·국악하는 아내
가난한 작가 삶? 남들 출근시간에 산책할 수 있어
예술계에 몸담고 있는 두 남녀가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동화작가인 남편과 국악을 가르치는 아내. 늦은 나이의 재혼(부인은 초혼)에 집안 반대도 심했지만 두 부부는 예술적 동지의 애정을 나누며 8년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마을에 살고 있는 김종일(60세), 김미화(51세)부부의 이야기다.
이들 부부의 인연은 아내의 아버지인 경기도무형문화재 22호 고 동관 김현규 선생으로부터 시작된다.
고양송포호미걸이, 십이지신불한당놀이 등 7가지 전통국악을 발굴했던 김현규 선생은 2004년 4월 지병으로 운명했다. 평소 고양예총에서 활동하며 김현규 선생에 대한 존경심을 표해왔다는 김종일씨. 마침 고양문화원에서 발간하는 행주얼 책자에 동관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글을 준비하던 중 그의 딸인 김미화씨를 만나게 됐다. 이것이 두 부부의 첫 만남이었다.
“결혼 합시다” 단도직입 청혼
“고양국악협회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몇 번 본적은 있었지만 김현규 선생의 따님인지는 몰랐죠. 처음에는 취재목적으로 만났는데 서로 통하는 부분도 많다보니 점점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남편
“예총회의 때 가끔 봤는데 말씀을 참 잘하셨던 모습이 기억나요. 아버지가 막 돌아가시고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 큰 위로가 됐어요. 대화를 나누다보니 인품도 반듯하고 해서 마음에 들었어요.”-아내
같이 예술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어서 서로에게 더 끌렸다는 두 부부. 6개월의 교제기간을 거치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나왔다. “같이 삽시다”라는 김종일씨의 단도직입적인 청혼에 늦은 나이까지 결혼생각이 없었던 김미화씨의 마음도 흔들렸다.

“인품이 훌륭하다는 점도 그렇고 술도 담배도 안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한 부분도 마음에 들었어요. 비록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어디가서 사고치고 다니지는 않겠구나 하는 강한 신뢰가 생겼죠.”
결혼에 이르기까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내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장모는 한 번 이혼한 경험이 있는 김종일씨를 사위로 맞이하는 데 썩 내켜하지 않았다. 수입이 불안정한 작가라는 점도 결혼에 반대하는 큰 이유였다. “왜 그동안 좋은 자리는 다 마다하고 이런 사람을 만나냐는 식이었죠.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이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데(웃음).”
아내 “지갑에 돈 몰래 넣어줬을 때 감동받아”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김미화씨의 남동생도 “반듯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서면서 결국 두 사람은 결혼까지 무사히 이르게 됐다. 대장리에 위치한 한샘교회에서 최소한의 지인만 초대한 채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 두 부부. 2007년 어느 화창한 날이었다.
다소 무뚝뚝한 성격인 남편이지만 기념일만큼은 누구보다 잘 챙겨준다고 한다. 형편상 비싼 선물은 못하더라도 결코 그냥 넘어가는 법은 없다. “편지도 쓰고 스카프나 악세사리 같은 작은 선물을 많이 줬어요. 결혼기념일이나 생일 때는 꽃다발과 케익을 전해줬구요. 사소하지만 그런 작은 부분에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각자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을 물어봤다. 아내는 “연애시절 운전할 때 내 지갑에 몰래 돈을 넣어줬을 때”를 가장 감동받았던 선물로 꼽았고 남편은 “매장에 가서 당신 옷보다 내 옷을 먼저 고민하고 샀을 때”를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로 꼽았다. 물질적으로는 다소 부족해도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 풍요롭게 산다는 점이 이들 부부의 매력이다.
길가의 꽃만 보아도 행복감 느껴

“가난한 작가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남들 출근하는 시간에 함께 산책을 나갈 수 있다는 점은 참 좋다”고 말하는 김종일씨. 부부가 함께 호수공원을 걸으며 국악에 대한 이야기나 신앙이야기를 주로 나눈다고 한다.
주말에는 가까운 강화도나 파주 헤이리를 찾으며 문화생활을 즐긴다고. 길가에 피어난 꽃만 봐도 행복을 느낀다는 두 부부는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게 진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요즘 김종일씨는 뒤늦게 새로운 공부를 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 청소년교육과를 신청해 공부를 마치고 청소년지도사 2급자격증도 땄다. 몇 년 뒤 시골에 내려가 함께 농사를 지으며 부인은 국악 가르치는 일을, 남편은 청소년들을 위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생각이란다.
“결혼은 서로 배려하고 희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김종일, 김미화 부부.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어봤다.
“못난 남편 만나서 미안하고 앞으로 같이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남편
“항상 건강하고 하시는 일 잘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게 바로 행복 아닐까요”- 아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