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부담감, 족쇄로 작용
오히려 부담감, 족쇄로 작용
“진심이면 되지 상이 뭔 소용”
고양시 A동에 사는 B씨는 5월 8일 어버이의날을 맞아 동네 효자·효부상에 추천을 받았지만 고심 끝에 거절하기로 했다. 상을 받는 것은 영광이지만 상을 받고 오히려 이웃이나 가족에게 흉이 잡힐까봐 겁이 났던 것. 그는 지금처럼 마음 편하게 진심을 다해 모시면 되는 거지 누구에게 상 받기 위해 부모님을 모시는 것은 아니라며 고사 이유를 설명했다.
요즘 시대에 효자·효부상이 옛날 같지 않다. 우선 상을 주는 단체가 줄어 효자·효부상을 받을 일이 줄었다. 예전엔 각 직능단체가 지역에서 추천을 많이 받았지만 요즘엔 추천 받기가 어려워서인지 수상 자체가 줄었다.
효자·효부상을 거부하는 이유는 다들 비슷하다. 겉으로는 효도처럼 당연한 도리를 하고 상을 받는 것이 쑥스럽다고 하지만 속내는 약간씩 다르다. 지금은 부모님을 잘 모시고 있지만 행여 누가 되는 일이 생겨 이웃과 친척들에게 ‘상까지 받아놓고 이제 와서 왜 이래’식의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서다.
또는 지금 사람들이 보기엔 잘 모시는 것 같고 자신도 진심을 다해 잘 해드리지만 부모님이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지, 또는 사람 많은 곳에서 부모님께 말실수 한 번 하고 욕을 들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고양시의 한 주민은 효자·효부상을 추천한다면 상을 받겠느냐는 질문에 지체없이 “거절하겠다”고 답했다. 이유는 이렇다.
“나도 현재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스스로는 잘 모시고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가족 간의 문제를 사회적 평가로 재단해 상을 준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요즘은 부모 모시고 사는 가정이 옛날과 비교해 많이 줄어서 모시고 살면 그게 효도하는 줄 알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다. 한 집에 살면서 오히려 하루를 지옥처럼 보내는 어르신도 봤다. 밥도 따로 먹이고, 거실에 못 나오게 소파도 없애버렸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는 “내가 부모님 맘에 들게 100% 잘 할 수 있는지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 부모님께 편하게 대하다가 나도 모르게 실수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를 목격한 사람은 나를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으로 오해할까봐 겁나기도 한다”며 상이 족쇄가 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중증 노인 환자의 경우는 요양병원에서 모시게 되는데 이를 두고 ‘효부상 받아놓고 결국엔 병원으로 내팽개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 시대가 요즘 세상이다.
효자·효부상 받기가 힘든 세상이 된 요즘, 부모님에 대한 절대 복종이 미덕으로만 여겨져서 오히려 효를 평가하는 것이 단순했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