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평화포럼 1차특강 - 김성재 전 청와대 민정수석

‘평화주의자 김대중의 삶과 꿈’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1차 특강에서는 김대중 정부시절 민정수석과 문화부장관 등을 지냈으며 현재 김대중 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재 교수를 초청했다. 총 4회로 진행되는 김대중 평화포럼 2차 강연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다음달 15일 일산동구청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음은 강의를 요약한 내용이다.
김성재 김대중 아카데미 원장은 대학교 3학년 시절이었던 1969년, 박정희 정권 3선 개헌 반대투쟁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과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71년 대선 당시 참관인운동 등을 통해 인연을 계속 맺어오다가 98년 정권교체 후 김대중 대통령의 직접적인 요청으로 민정수석을 맡게 됐다.
김성재 원장이 경험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말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은 ‘망원경적인 시각’과 ‘현미경적인 시각’을 항상 강조했다. 하나의 국가사안을 두고 장기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은 실사구시를 정치신조로 삼으며 “국민보다 반 보만 앞서가는 정치”를 말했다고 한다.
독재정권 시기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항상 국민을 신뢰하고 역사를 믿었다는 김대중 대통령. 그가 생각했던 민주주의 사상은 단순한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김성재 원장은 93년 김대중 대통령이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할 당시 세계적인 석학이었던 엔서니기든스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해서도 민주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전 우주적 민주주의를 이야기한 거죠. 민주주의에 대한 사고를 국민의 권리뿐만 아니라 약자의 권리 더 나아가 자연의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혜안을 가졌던 분이셨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대통령 시절 추진했던 많은 정책들에 그대로 반영됐다. 4대보험도입, 학자금 융자, 교육의무제 등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하고자 노력했으며 전교조·민주노총 합법화 및 방송위원회·인권위원회 도입을 통해 시민권뿐만 아니라 사회권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했다고 김 원장은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핵심정책이었던 햇볕정책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김성재 원장은 평화에 대한 일반적인 2가지 철학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보통 지배논리로 관철되기 십상인 ‘평화지키기’, 두 번째는 평화를 위해 현상유지를 넘어 구조적으로 평화를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평화만들기’가 그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Peace Building’ 즉 ‘평화구축하기’를 이야기한다. 높은 도덕성을 기초로 상대를 용서하고 화해를 통해 함께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그전까지 누구도 제시하지 않았던 독창적인 평화사상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주요 배경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이러한 햇볕정책은 비단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국내정치에도 적용됐다. 정치적 보복 대신 관용과 포용의 정치를 했었던 김대중 대통령. 내란음모사건 당시 감옥에서 썼다는 “분단과 전쟁, 군사독재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너무도 많은 한과 아픔을 갖고 있다. 용서와 화해만이 이 아픔과 한을 넘어서는 치유의 길”이라는 내용의 글은 오늘날 한국정치에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끝으로 김성재 원장은 현재 고양시에서 준비 중인 김대중 사저를 평화상징의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에 큰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참여를 통해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남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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