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국제여성평화걷기 ‘위민 크로스 DMZ’ 이모저모

경의선육로 통해 북서 남으로“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세계 15개국 30여 명의 국제여성평화운동가들이 참여한 ‘위민 크로스 DMZ’(WCD) 참가자들이 지난 24일 오후 3시 경기도 파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에서 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왔다.
이날 세계적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노벨평화상 수상자 리마 보위, 메어리드 코리건 맥과이어를 비롯한 15개국에서 모인 30여명의 WCD 대표단은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북 비무장지대(DMZ)를 통과한 뒤 통일대교 남단에서 한국 참가자들과 만나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마련된 행사 무대까지 행진했다<사진>.
이날 행사를 처음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처음 이 일을 시작하고 비행기에 탈 때만 해도 오늘과 같은 일들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 못했다. 분단된 남북한 여성의 목소리가 하나됨으로써 인간으로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15개국의 다른 나라에서 온 여성들이 남북 두 나라의 연결점을 만들었다. 우리가 이룰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을 성취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는 세계평화를 기리고 남북 ‘위민 크로스 DMZ’ 참가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2000여 명의 여성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위민 크로스 DMZ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성 300명과 같이 통일대교 북단부터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까지 3㎞를 걸었다.
오후 3시부터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한국YWCA연합회가 주관하는 환영식에 참가했다. 환영식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리마 보위와 맥과이어는 남북한 여성들이 만든 공동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평화선언문은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대체한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비극적인 이산가족의 재결합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 △여성과 소녀에 대한 전시 폭력 금지, 2차 세계대전의 성노예였던 위안부 여성들을 위한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201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리마 보위(라이베리아)는 “민간과 민간의 외교를 통해 남북간의 새로운 소통의 길을 만들었다. 내가 라이베리아 내전을 겪으며 가지게 된 가장 굳건한 신념은 작은 걸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97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메어리드 맥과이어(영국)는 “제가 북한에서 본 것 중 가장 슬픈 것은 이산가족이었다. 끝나지 않은 냉전 때문에 이들은 다시 만날 수 없었다”면서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냉전체제의 남북한이 공통된 인간성과 형제자매애에 초점을 맞춰 평화적인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 평화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여성들은 저마다 평화를 상징하는 문구를 등에 걸거나 손에는 깃발을 들고 평화걷기에 함께했다.
강경자(충청북도)씨는 “평화 통일로 가는 길에 우리 여성들이 시발점이 되는 계기라고 생각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참가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아내와 참가한 매튜(사우스 아프리카)는 “DMZ에 가는 것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이 통일되기를 바란다. DMZ가 아주 아름답다고 들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다솜(서울)씨는 “이 행사가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대체를 요구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움직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위민 크로스 DMZ’를 반대하는 엄마부대봉사단, 내가족돕기방북추진위원회, 한국여성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인근에서 행사 반대 집회를 열었지만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평화누리에서 이날 일정을 마친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육로로 내려온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나는 한국과 북한의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오늘과 같은 일을 한 것은 남북한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일이다”라고 이날 소감을 전했다.
위민 크로스 DMZ 대표단 등 국제여성활동가들은 다음날 25일 서울에서 ‘2015 국제여성평화회의’에 참가하고 26일 각자의 나라로 귀국했다.
윤상근 기자
mywind005@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