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우리 부부 이야기 서임석·김순옥 부부

결혼과 함께 찾아온 두 번의 사고
사랑·긍정으로 서로 보듬고 극복
아내 간병·봉사에 동분서주 남편부부이야기 취재요청에 남편 서임석씨는 앞뒤 잴 것도 없이 흔쾌히 수락했다.
“결혼 후 사고로 아내가 누워 지내고, 좁은 임대 아파트에 사는데 인터뷰 진행이 괜찮으시겠어요? 인터뷰는 집에서 해야 돼요.” - 남편
부부이야기는 섭외가 쉽지 않은 터라 기쁜 마음으로 약속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만 48세의 양띠 부부인 서임석, 김순옥 부부. 사는 곳은 백석동의 12평 임대아파트다. 좁은 집에 세간살이는 왜 이리 많은지 집안이 약간 어수선했지만 부부는 평소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거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부지런한 강원도 사내의 우직한 연애
남편의 안내로 집에 들어가니 아내는 모로 누워 잠들어 있었다. 혹여 아내가 불편해 할까 남편과 먼저 시작한 조심스런 인터뷰에 어느새 아내도 일어나 신혼 초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허리힘을 전혀 쓰지 못하는 아내는 남편의 도움으로 무릎을 두 팔로 안고 바닥에 앉았다. 무슨 일이든 적극적인데다 얘기 잘하는 남편에 비해 아내는 말수가 적었지만 얼굴에 웃음은 가득했다.
“아내는 고양에서 태어났지만 전 강원도 고성이 고향이에요. 20대에 고양으로 건너와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주로 배달 일이었죠. 특별한 기술은 없었지만 체력은 쓸 만하거든요.” - 남편
두 사람은 교회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남편이 덕양구 주교동에서 혼자 자취를 할 때 친구가 여자 한 명을 소개해 준다며 같이 찾아온 것이 첫 만남이었다. 그 후 아내는 남편 집에 친구와 자주 놀러왔었고 남편이 없는 집을 간혹 혼자 지키곤 했다.
“남편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별명이 홍길동일 만큼 항상 동부서주하며 바쁘게 돌아다녔어요. 저는 차분한 편인데 남편은 활발하거든요. 그런 성격이 맘에 들었던 거 같아요”라는 아내의 수줍은 고백에, 말 잘하던 남편도 갑자기 단답형으로 돌변한다.
“집에서 안 나가고 계속 있으니까… 그러니 만날 수밖에….”

“두 번의 사고도 우리 부부 꺾지 못해”
두 사람은 만남이 있고 2년 뒤 자연스레 결혼생활을 하게 됐다. 아내가 남편의 집에 들어와 살았고 혼인신고도 했지만 형편이 안 좋아 곧바로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다. 대신 늦은 결혼식을 9년 뒤인 2004년 고양여성회관에서 7쌍의 커플과 합동으로 올렸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결혼 초 부지런한 남편이 성실히 일하고 있을 무렵,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남편의 몸과 함께 집안 경제도 무너졌다. “1996년 일산1동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있을 때 버스에 치여 명지병원에 2년간 입원해 있었어요. 버스가 오른쪽 몸을 타고 지나갔었나 봐요.”
남편 서임석씨는 곧바로 기절해서인지 당시 사고기억이 없다고 한다. 병원에서 오른쪽 광대뼈부터 팔, 골반, 발등까지 철심을 박는 5번의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뒤늦게 합동결혼식을 올린 2004년 겨울, 아내 김순옥씨가 빙판길에서 넘어져 척추를 다치는 바람에 그 후 걸을 수 없게 됐다. 남편은 “나야 다행히 재활이 잘돼서 움직이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아내는 척추가 1번부터 8번까지 내려앉아 재활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뼈가 자라나 신경을 눌러 지금도 2년에 한 번씩 수술을 받고 있다.

아내와 산책 가기 좋아하는 살가운 남편
부지런한 남편 응원하는 속 깊은 아내
아내가 일어나지 못하자 남편은 아내 간병에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남편 성격이 워낙 활발한지라 집에만 있을 순 없었다. 젊어서 별명이 홍길동이었다면 지금은 ‘서반장’이라고 해야 할까, 고양시 각종 행사에 봉사활동으로 서씨가 안 가는 곳이 없을 정도다.
“봉사활동은 결혼 전부터 했어요. 사람들 많이 만나고 남들 돕는 일에 뿌듯함을 느껴요.” 20년 넘게 활동한 자율방범대와 최근 꽃박람회 셔틀버스 배차담당까지 남편은 하루도 편히 집에서 쉬지 않는다. 현재 그는 백석2동적십자 부회장, 자율방범대 토요팀장, 고양누리길운동본부 홍보이사, 바르게살기연합회에서 활동 중이다.
이렇게 바쁜 남편이 밉지는 않은지 물었더니 아내는 “남자가 집에만 있으면 여자랑 싸우기나 하지 밖에 나가 사람들 만나고 일하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서씨 편을 들었다.
바쁜 남편이지만 서씨는 아내도 살뜰히 챙긴다. 아내가 좋아하는 반찬과 빵을 매일 준비하고 시간만 있으면 휠체어를 밀고 주변 산책을 나간다. 새로운 일을 배우기 좋아하는 남편은 6개월 전부터 시민사진교실에 참여해 얼마 전 동료들과 사진전도 열었다. 지금은 목공일을 배우겠다며 지인들을 통해 공구를 하나씩 모으고 있다.
“아내와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갈 때면 참 좋아요. 가끔은 외식도 하고요.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만 아내 곁에 있어야 해서 멀리 갈수는 없어요. 대신 꽃과 노을 사진을 매일 찍고 있어요.”
척추장애 아내와 함께 기초생활수급비 70만원으로 빠듯하게 살고 있는 남편이지만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사람 살아가는 힘이 느껴져 부끄러워질 정도다.
부부에게는 21살의 건강한 아들이 하나 있다. “운동에 소질이 있어서인지 태권도 4단인 아들은 태권도장에서 보조사범으로 일하고 있다”며 “올해 군대 가는 아들이 2년 뒤 제대할 때 우리 부부도 더 건강해졌으면 한다”고 부부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