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가사도우미 일자리 자조모임, 경남 디딤돌 신용금고

사회투자재단 1800만원 기금 씨앗
250여명 조합원위한 공동체 금융


▲ 경남 디딤돌 금고. 여성들을 위한 상조회에서 만든 공동체 기금이다.

“디딤돌 금고를 통해 우리 회원들이 사채, 카드를 안 쓴다는 것이 좋은 거죠. 한번 해봐야 얼마나 좋은지 알아요.”

디딤돌신용금고의 조합원들은 ‘금고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앉자마자 자랑이 이어졌다.
경남고용복지센터 상조회원들을 위해 만든 ‘디딤돌 신용금고’는 경남 창원시 두 대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디딤돌 금고는 회원으로부터의 출자금 수입과 이익배당, 회원에 대한 신용대출, 지역 저소득층에 대한 신용대출, 공동체기금 상호간의 지원과 대출 등이 정관에 명시된 목적이다. 

2009년 6월 취업상조회 명의로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공모한 사회연대기금 형성을 위한 공동체기금을 신청해 1800만원을 지원받았다. 사천 ‘나눔의 금고’, 강원도 ’갈거리 협동조합‘ 등을 둘러보고 같은 해 8월 ‘디딤돌’이름으로 출자금 모금을 결의했다. 2009년 11월 13일 디딤돌신용금고가 공식 출범하고 조합원 총회를 열었다. 초기 회원은 189명에서 출발해 현재 조합원수는  250여명.

지역의 간병, 가사도우미 등 일거리를 공유, 소개하는 경남고용복지고용센터. 이곳 회원들에게 일반 금융권은 멀기만 했다. 상조회에서 서로를 도우며 만든 금고는 이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자산이자 울타리다.

“내가 애기가 4명이에요. 애기 아빠가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생활비가 부족했어요. 방세내고 나면 돈이 없어서. 처음에 80만원 빌려서 다 갚고, 그렇게 금고에서 계속 대출받아 쓰고, 갚고 했지요. 얼마전에는 우리 딸 시집보낼 때 또 200만원 대출받았어요.”

우렁각시 분회 전순선 총무에게 디딤돌금고는 은인이기도 하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 아이들도 다 키웠다. 지금은 사회적기업인 우렁각시 식당 운영을 맡고 있다.

디딤돌금고는 200만원 상한의 일반 대출만 가능하다. 개인이나 법인 대출도 가능하다. 사연이나 이유는 다양하고, 특별한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물론 어려웠을 때도 많았다. “가끔 대출을 받은 사람이 종적을 감추는 경우 있어요. 제 마음은 ‘이분은 언젠가는 연락이 와서 대출을 갚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요. 그래서 지금까지 결손처리를 안하고 있죠.”
그래서 회원 한사람 한사람의 사정을 잘 알고, 사전에 상담하고 도와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연지 사무국장의 열정과 자상함이 거기서 빛을 발한다. 회원으로 참여했다가 분회장을 맡고, ‘일이 너무 재미었어’ 상근자를 자원했다는 박연지 사무국장.

“참 고마운 일은 대출금을 받으러 밤 11시까지 가서 설득을 해서 지금 월 5만원씩 상환을 해주는 분이 있어요. 끊임없이 믿어드리고 용기를 드리는게 중요해요. 금융 추심처럼 윽박지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당신을 응원한다’고 말해드리면 다 설득이 되세요.”

16년차가 되면서 안정세에 접어든 디딤돌금고는 밖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사회적기업, 경남햇빛발전에도 대출을 해주며 사회적 기여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역에 문호를 개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이다.

어려운 이들이 서로 일을 나누며 시작된 자조모임. 보다 깊숙이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지원하는 디딤돌금고의 실험은 새로운 해방구처럼 보였다. ‘필요에 따라 모이고, 만들면’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 경남 디딤돌 금고를 취재하는 연합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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