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동아리탐방 고양여성회관 빵누리

15년간 이어온 얼굴없는 봉사
“맛있다는 반응에 기쁨 느껴”

고소한 빵 냄새가 군침을 자극하는 동안에도 10명의 주부가 열심히 손을 놀린다. 뜨거운 오븐에는 컵케이크가 갈색으로 익어가고 그 옆에는 동그랗게 반죽한 모닝빵이 발효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굽는 사랑의 빵 100개는 모두 사회복지시설에 보내진다. 하지만 정작 빵을 만든 이들은 한 번도 시설에 방문하지 않는 얼굴 없는 봉사자들이다.

고양여성회관에는 빵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빵나눔 봉사동아리가 있다. 벌써 15년째 봉사를 이어온 ‘빵누리’는 40명의 주부들이 네 개 조로 나뉘어 매주 월요일에 주 단위로 한 번씩 빵을 굽는다. 만든 빵은 여성회관 직원들이 다음날 복지시설에 대신 전달한다.

빵 100개를 만드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꼬박 5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부담스러울만도 한데 가족행사가 있는 날을 제외하곤 한 번도 빠진 적 없다고 다들 자랑한다.

빵누리 봉사단 회장인 김현주(56세)씨는 “가격이 저렴한 마가린 대신 동물성 버터를 사용하고 계란도 무항생제만을 쓴다”며 “집에서 쓰는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재료값이 더 들어가긴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야 기분도 좋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빵누리가 결성된 건 15년 전이다. 제과제빵 기능장이자 강사인 박미경씨가 자신의 수강생들 중  40명을 봉사자로 지원받았고, 이후 지금까지 한 주도 빠짐없이 빵만들기 봉사가 이어지고 있다.

회원들의 자비로 운영되는 봉사지만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임감 있는 봉사활동을 위해 40명으로 인원수를 제한했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탈퇴 회원이 생길 때만 추가 회원을 받았다. 하지만 봉사경력 10년 이상의 나이 50대의 원년 멤버들이 지금도 대부분 활동 중이다.

매주 월요일 정성으로 만든 빵 100개는 여성회관 직원들이 대신해 아침 일찍 시설로 보낸다. 이렇게 보내는 시설 수만 한 달에 10여 곳이다. 여성회관 제과제빵 수강생이었던 이들은 자격증까지 땄긴 했지만 대부분 취미로 배운 이들이다. 제빵 기술로 일을 하겠다는 생각보단 가족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기쁨으로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봉사시간이 제빵기술을 연습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전은희(39세)씨는 “나처럼 제빵 경력이 짧은 사람들에게는 이 시간이 좋은 경험이 된다. 신메뉴를 회원들과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시중에서 파는 것 중 맛있는 제품은 가져와 어떻게 만드는지 같이 연구하기도 한다”며 “여기서 배운 빵을 집에서 소량으로 만들어 식구들과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행복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경(47세)씨는 “집에서 쓰는 동일한 재료에, 정성도 동일하게 들여서 만든 빵이 얼굴 모르는 이웃에게 배달되는 게 참 보람된다”며 “팔고 남는 빵을 복지시설에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우리처럼 처음부터 그들만을 위해 만든 빵은 별로 없을 것”이라며 제빵 봉사를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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