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유휴공간 어떻게 활용할까②

일산지역 4개 지하보도를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바꾸려는 준비가 첫발을 디뎠다. 고양시 중앙로의 지하보도들은 2006년 10월 고양축 버스중앙차로제를 시행하기 위해 일산 중앙로를 따라 새로운 횡단보도를 설치함에 따라 본래의 기능을 잃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지하보도를 통행로로서 이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백석역 인근의 얄미공원과 대화역 인근 장촌공원 지하보도는 어두운 조명과 좁은 통로로 청소년들의 탈선과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이에 고양시는 문화예술단체 공공미술프리즘에 용역을 맡겨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고양시는 일산신도시 중앙로 지하보도를 중심으로 청소년 이용시설, 주민커뮤니티, 창업인큐베이터, 노인 일자리 사업장, 특산품 판매장, 다문화센터, 도서관, 전시관 등의 대체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고양신문은 이번 호에서 빠르면 내년부터 재조성이 시작되는 4개 지하보도의 활용방안을 고민한다. 또한 지난 호에 소개된 서울 대방동 무중력지대가 조성되는데 어떤 노력이 있었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정수현 대방 무중력지대 센터장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공간조성에 앞서 자발적인
운영 주체 발굴이 먼저”
대화·주엽·마두·백석 등
버려진 지하보도 탈바꿈 기대
고양시 아동청소년과에서 일산신도시 중앙로 지하보도 활용 방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함께 입지의 적정성, 도입시설에 대한 결정 및 규모의 적합성, 대체 시설 건립사업비 산정 및 파급효과, 운영 및 관리 방안 등의 검토를 통해 건립사업의 기본방향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고양시가 유휴공간을 어떻게 활용해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다. 지하보도의 활용을 위해서는 무엇이 고민돼야 할까.



사업 지속성 확보 중요
공공미술프리즘은 현재 필요와 요청에 의해 공간을 조성하고 운영단체를 모집하는 방식이 아닌 먼저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을 찾아 주체를 정하고 시범사업을 운영해 공간을 후에 계획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고양시의 지하보도는 디자인과 시공사업 중심으로 진행돼 이후 벽화나 갤러리 등의 한시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지만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문제점은 지속 가능한 운영규칙의 마련이 필요하며 운영비용에 대한 의존율이 증가해 고양시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업은 민간이 주도하는 자발적인 전문 운영주체를 발굴해 지속 가능한 공간 활용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자체 운영이 가능하도록 수익 창출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문화시설들의 경우 주민들의 이용에 대한 어려움과 복잡한 행정절차, 공공공간의 지속성이 결여돼있다. 현재 고양시에는 많은 청소년시설이 조성돼 있지만 이용률이 낮다. 복합 커뮤니티 시설이 필요한 상황이며 청소년의 참여 유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주민 커뮤니티 공간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주민들이 예술 및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용도변경 선행돼야
지하보도는 통행자의 편의를 위해 만든 도로의 부속시설로 도시계획 시설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하보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이 된 후 시설물의 종류, 설치면적, 구조, 수수료, 사용연한에 대한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하보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용도변경이 선행되야 한다. 지하보도는 통행로로서의 역할과 대피시설로서의 역할도 있기 때문에 ‘소방법’ 관련 법률 검토가 필요하고 지하보도 활용 시에는 건축물에 따른 ‘하수구법’의 검토도 필요하다. 지하보도 공간조성 시 벽이나 문 등 시설물을 설치할 수 없다. 일시적인 점용은 가능하나 기간별로 승인이 필요하다.
지하보도 4곳의 현황과 주변 상권
대화 장춘공원과 백석 얄미공원 지하보도는 지하철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져있으며 상ㄷ권과는 분리된 위치다. 지하보도 주변의 통행 인구가 적고 지역주민들의 통행량도 거의 없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탈선장소,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시설내부의 어두운 조명도 주민들의 이용을 꺼리는 이유다.
반면 주엽역과 마두역의 지하보도는 상권의 중심부에 위치해있고 호수공원으로 가는 통로로 이용돼 주민들의 통행량이 많으며 지하보도 이용자의 대부분이 지역 주민들이다. 통행량이 적은 대화와 백석 지하보도는 이용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적합하고 주엽역과 마두역 지하보도는 지나가는 보행자를 고려해 공간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바뀌었으면
시민과 문화예술인이 한 자리에
고양시 아람누리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덕 갤러리 한 대표는 “작가 레지던스(작가입주프로그램)로 조성해 미술, 문학, 음악, 공방 등을 공모를 통해서 모집해 일정기간 동안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이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양시에는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며 “주간에는 작가들이 오픈스튜디오를 운영해 창작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작가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 할 수 있다. 타 지역 사례로 볼 때 문화예술 작가들이 들어가 주변 상권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양시 주민참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도기탁 두레협동조합 이사장은 “플리마켓을 열어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판매하고 주말에는 주민장터도 열 수 있었으면 한다. 특정 계층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닌 노인들에게도 청년, 청소년에게도 열려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특정 단체가 운영주체로 선정되는 것보다 사용용도가 다른 각각의 커뮤니티가 요일별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고 의견을 전했다.
어떤 공간이 필요한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곳
<민간자립형 공간>
신당창작아케이드, 영등포 달시장, 이태원 계단장 같은 사례로 봤을 때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운영방안을 모색해 해당 공간과 주변 지역 상권까지 활성화시킨 사례가 있다. 고양시는 동별로 주민자치 운영이 활발하기 때문에 고양시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해당 공간의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운영을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
<주민들이 거닐 수 있는 공원>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는 버려진 지상 철도공간을 공원으로 조성해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해 문화공연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주엽, 마두 지하보도의 경우 호수공원으로 이어지는 운동코스로 이용주민들이 많다.
<고양시내 문화예술인을 위한 작업공간으로>
작업공간이 없는 예술단체나 신인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해 문화예술인과 주민 간의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활성화해 지역주민과 예술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이 활기차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
서울 대방동 무중력지대는 복합적인 문화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해 청년들이 사용할 수 있는 모임 공간, 강의실, 소통 공간, 휴식 공간,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다. 고양시에는 청소년, 노인 시설에 비해 청년을 포함한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이 부족하다. 공간 사용 및 대여 절차를 간소화 해 주민들이 쉽게 이용 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도 기대된다.
<자료출처=공공미술프리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