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듯 닮은 우리 부부 이야기 오진욱·이은주 부부

남편 오진욱(48세)씨와 아내 이은주(46세)씨 부부는 웨스턴돔에서 커피숍 ‘왕의 커피’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남편은 열정 넘치는 브라질에서 오래 살아온 남자였고 아내는 순수미술을 전공한 단아한 여자였다. 브라질과 한국을 넘나든 연애에 이어 결혼에 골인한 지금 두 사람은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오진욱씨는 20대 초반이었던 1988년 투자이민으로 부모님과 함께 브라질로 가서 도매사업을 하며 한국을 오가곤 했다. 인터넷 카페가 한창 온라인을 달구던 2000년대 초반, 평소 커피를 좋아했던 진욱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데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 카페 회원사진첩에 진욱씨의 눈길을 사로잡은 한 여인이 있었으니 ‘레나’라는 이름의 지금의 아내 이은주씨다.

▲ 돈키호테 같은 남편과 천사 같은 아내. 너무나 달랐던 두 사람은 이제는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됐다. 브라질과 한국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극복한 사랑이라서 지금의 부부애는 더욱 컸다. 사진=이성오 기자

인터넷 카페 사진에서 반한 사랑
시간은 흘러 ‘레나’ 이은주씨는 오진욱씨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사라져갔다. 그러던 중 사업차 한국에 온 오씨의 눈앞에 그녀가 나타나는 일이 벌어졌다. 오씨가 원단 사업을 하던 터라 인사동, 종로쪽에 머무는 일이 많았다. 오씨는 우연히 들어간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그동안 사진으로만 봐왔던 은주씨를 만났다. 진욱씨는 당시의 놀라움을 이렇게 말했다.

“한눈에 알아봤죠. 그녀가 ‘레나’라는 것을.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기적이다 싶기도 하구요. 다가가서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혹시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았는지 물었어요. 나는 브라질에서 활동하던 닉네임 ‘데니’란 사람이다, 당신이 ‘레나’인가 라구요.”

뛸 듯이 기뻐했던 진욱씨와 달리 아내 은주씨는 “솔직히 말하자면 별 관심이 없었어요. 당시만 해도 난 모범생 스타일이었고 남편은 정신없는 돈키호테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남편은 직설적인 남자였고 아내 은주씨는 그렇지 않았다.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해도 되겠냐’며 은주씨의 전화번호를 당당히 받아냈다. 진욱씨가 곧 브라질로 돌아갈 테니 만날 일은 없을 것이란 게 은주씨의 생각이었다. 첫만남에 사귀자고 달려드는 오씨가 겁도 났다.

1년 동안 20번 한국과 브라질 오가
진욱씨는 은주씨에게 한국에 오면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곤 브라질로 떠났다. 브라질과 한국으로 떨어져 있는 동안엔 온라인 1대 1 채팅으로 만남을 이어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한국에 온 오씨는 은주씨를 만나지 않고 다시 브라질로 돌아가는 ‘강수’를 뒀다.

은주씨는 바빠서 못 만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버린 진욱씨에게 “사귀자고 해놓고 어떻게 안 만날 수 있냐. 나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다시 와봐라”라고 밀어붙었다. 진욱씨는 바로 다음날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날아왔다. 둘은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연애가 시작됐다. “사실은 처음부터 결혼할 생각은 없었어요. 이런 멋진 여성과 연애 한번 해보고 싶었을 뿐이었죠. 그것은 곧 아내와 잠자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진욱씨의 고백이다. 진욱씨는 브라질 사람들의 잠자리 얘기를 흘리며 은주씨를 유혹했다. 그러다 둘이 얼큰한게 술에 취한 어느날 자연스럽게 호텔에 들어갔다.



그날 밤에 대해 은주씨는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반면 오씨는 “너무 좋았다”며 “이 여자가 아니면 안 된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내 은주씨는 “남편이 1년에 한국을 20번 왔다 갔다. 만나고 1년이 됐을 즈음 결혼을 생각하게 됐다. 성격적으로는 추구하는 것은 달랐지만 좋은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남편에게서는 진솔함, 진실이 보였다. 말과 행동이 같은 것, 그것이 좋았다. 남자다움에 끌려갔다”고 말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 나
결혼을 하면서 고양시 일산에 자리를 잡았다. 부부는 커피 맛을 보기위해 전국을 다 돌아 다녔다. 소소한 일상을 함께하는 데서 행복도 느꼈다. 어떤 땐 식탁에 마주앉아 차려진 음식을 보며 운 적도 있다. 둘이 함께 있는 게 꿈만 같아서였다. 그저 그 순간이 좋아서.

진욱씨는 “지금 내 눈앞에 아내가 있어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혼이 끝나갈 때쯤 둘은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ㅈ끼는 사이가 됐다.

돈키호테를 믿어준 천사
결혼 후 남편 오씨는 브라질에서 사업을 계속하며 한국 신혼집에 오갔다. 일 특성상 자유로운 시간이 많아 둘이 오붓하게 여행도 많이 했다. 오씨는 여러 사업에 손을 대며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자동차 사업으로 거지가 된 적도 있고 원단사업과 액세서리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아내는 쉴새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남편을 보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 5년 전 중국 광저우를 여행 중인 부부.


“남편이 욕심이 없다. 처음에는 말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엇이든 나누려고 하는 남편에게서 믿음을 느낀다. 그런 남편이 좋다. 커피유통을 시작하면서 5년 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난다. 이렇게 많이 움직이는 사람은 한번 쓰러지면 못 일어난다고 해서 겁도 난다. 하지만 진욱씨는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면서 건강이 나빠진 아내가 더 걱정이다. “바싹 마른 아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아내는 겉으론 굉장히 연약한 유리 같지만 내면은 강한 강화유리 같은 사람이다. 쉽게 깨질 수 있는 유리일 수 있지만 깨질 것 같아도 절대로 안 깨지는 내면이 강한 사람이다. 어머니가 장애인인데 사실 집사람이 수발을 다 든다. 천사 같은 사람이다. 마음은 정말 천사다.”

아내가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입을 뗐다. “남편은 너무 부지런하다. 5년 동안 매일 새벽 커피 로스팅을 직접 하는 남편을 보면 어떤 좋은 단어로도 남편을 표현할 수 없다. 돈키호테 같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순수한 열정을 본다. 이보다 순수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피부는 검지만 순수 그 자체다.”
부부는 약속했다. 가진 것은 사회에 다 돌려주고 3, 4평짜리 커피숍에서 여생을 건강하게 보내자고. 너무나 달랐던 둘은 이젠 한 곳을 바라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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