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송동 마을모임 계주 잠적
마을주민 피해규모 15억원
주민, “아직도 믿기지 않아”
마을주민들이 부은 거액의 곗돈을 떼어먹은 계주가 잠적해버리는 사건이 최근 삼송동에서 발생했다. 주민들에게는 성실한 마을식당 주인이던 방모씨, 누구에게는 30년지기였던 그녀가 갑자기 사라졌다. 30년을 살아온 삶의 터전 그곳을 떠난 그녀는 삼송동 마을의 계주였다. 그녀뿐만 아니라 남편과 자녀 둘도 함께 모습을 감춘 것이다. 계모임을 20년간 해았던 마을주민 30여 명은 아직도 그녀의 변심과 잠적이 믿겨지지 않는다.
그녀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평가가 놀라웠다. 30년 정도 그를 알고 지냈다는 계주의 친구 이모씨는 “천사 같은 사람이었죠. 근면성실하고, 식당운영도 친절히 잘하고”라고 그를 기억했다. 이모씨 역시 피해자다. 다른 주민 김모씨도 “평소 사교성이 좋았다. 계모임을 오랫동안 해왔고 계오야(계주)를 잘 했다”고 했다.
계주였던 방씨는 마을에서 가정백반 음식점을 15년째 운영했다. 워낙 성실해 식당 장사도 잘됐고 삼송지구 개발이 한창이던 최근에는 손님이 많아 큰 수익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방씨가 조금씩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이다. 친구 이씨는 “아들이 장가갈 때가 됐을 때인데 씀씀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들에게 고급 승용차를 사주고 원흥에 아파트도 얻었다. 그러면서 곗돈 지급을 미루기 시작했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방씨는 계모임에 자신의 땅이 팔리면 곗돈을 줄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6월 28일 새벽 돌연 자취를 감췄다.
마을 계모임의 피해액은 15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방씨의 남편인 김씨도 주변에서 돈을 바짝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송역 앞에서 구둣방을 하고 있는 한씨는 “다 합치면 액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도 가늠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둣방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앞을 지나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방씨에 대해 한마디씩 했다. “떠나기 전 은행대출도 받았다”든가 “벌써 해외로 떠났다”라든가 혹은 “지방으로 내려갔다더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피해자는 계모임에 참여한 마을주민만이 아니었다. 방씨가 운영하던 식당의 종업원들도 수당을 받지 못했고 해당 식당의 건물주인 역시 피해를 봤다. 건물주인은 “6개월치 임대료도 밀려있었고 수도·전기·공과금이 전부 연체상태였다”고 말했다. 방씨는 식당의 음식물 쓰레기들도 전부 식당 안에 가득 쌓아놓고 사라졌다. 건물주인은 “천사였다. 마을사람들이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앞에 나서서 돕기도 했다. 그녀가 사라진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을계모임을 오랫동안 운영해 온 박춘옥씨는 “지금도 하루에 두 번씩은 방씨에게 전화를 해본다. 방씨와 잘 지냈었고 아들 결혼 때 축의금도 보내줬다. 마을에서 계모임을 하는 사람들의 돈은 하나, 하나가 가슴 아픈 돈이다. 어서 돌아왔으면¨”이라고 말했다.
계모임 사기가 전국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곗돈 사기의 경우 수년간 주변인에게 신뢰를 쌓은 다음 치밀하게 준비해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경찰은 계주 방씨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30년을 살아온 터전을 떠난 일가족과 남겨진 마을사람들 피해액도 크지만 그녀가 떠나고 2달여가 지난 지금도 마을주민들은 그녀의 배신이 믿기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