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고양농업 1번지를 가다

 

▲ 몽골의 바양 델브루의 고양농업1번지(시레테리아)의 비닐하우스에서 깻잎, 시금치 등을 재배하고 있는 고양 농업인들. 맨 왼쪽이 이완주 몽골고양농업1번지 감사.

 

몽골에는 고양농업인 8명이 7년째 농산물을 심고 가꾸는 농장이 있다(본지 1119호 ‘몽골 초원에 고양 농산물을 심는 사람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몽골 바양 델브루의 고양농업1번지(시레테리아)가 그곳이다.

기자는 지난달 27~31일(3박5일), 이완주 몽골고양농업1번지 감사와 그의 지인들과 함께 그곳을 동행취재 했다. 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3시간여 만에 도착한 농장은 고양땅에서 2000km 떨어진 곳이었다.
이완주 감사를 비롯한 고양농업인 8명은 2009년 몽골 정부로부터 30년간 부지사용권을 획득하면서 몽골 농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사에 필요한 트랙터, 쟁기 등이 평택항에서 배로 왔는데, 중국에서는 기차로 옮겨와서 이곳 농장까지 또 옮겨오느라 온갖 고생을 했다. 첫 해에는 수백㎞ 너머의 초원에서 가축들이 몰려와 애써 심어놓은 유채·밀 등을 모조리 먹어치워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 때문에 몽골 정부의 허가를 받아 먼 산에 있는 고사된 소나무를 가져와 말뚝을 박고, 중국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철망으로 울타리를 치는 작업을 몇 개월 동안 했다.

현재는 가축들이 가까이 오지 않아 안심하고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2400헥타르를 경작 중이며 유채·감자·밀·메밀·귀리·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밀은 정부가 전량 수매하고, 감자는 1㎏에 3000원(일반가 900원)의 높은 가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100% 수확했는데, 올해는 이곳도 가뭄으로 30%만 수확하는 안타까운 실정에 가슴이 아파왔다. 제주도의 노오란 유채밭을 떠올리는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바이오 디젤용으로 사용되는 유채씨앗은 러시아·일본 등지로 수출되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전망이 밝은 품목이다. 귀리는 맥주용과 동물먹이(건초)로 공급된다.

농작물이 쑥쑥 자라는 농장을 탐방하는 중에 길도 없는 광활한 들판을 달리고 달리던 중에 탐방차 바퀴가 펑크 났다. 할 수 없이 1385m 정상에 차를 두고서 무작정 관리소를 향해 걷기도 했다.

 

▲ 광활한 유채밭.
 

몽골의 파아란 하늘은 손에 잡힐 듯 했고 토끼를 닮은 뭉게구름 그리고 가물가물 끝도 없이 펼쳐진 지평선이 있었다. 언덕너머에선 하늘하늘 피어있는 작은 풀꽃들이 즐비하게 반겼다.

현지 농장에서는 물이 귀해 사실 씻지는 못했지만, 비닐하우스에서 실험 재배되고 있는, 시금치, 상추, 깻잎, 무 등을 수확한 채소들로 식사를 했다. 이완주 감사의 솜씨로 깍두기도 담그고, 호박잎쌈, 깻잎조림, 된장찌개로 소박한 밥상을 먹었다. 

다음날에는 농장에서 나와 1시간 동안 들판을 달려 길가의 거대한 거북바위가 인상적인 테를지국립공원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웅장한 바윗돌과 로키산맥처럼 나무들이 산 능선마다 꽉꽉 들어차있었다.

태초의 신비로운 숲을 연상시키는 이곳에서 울란바타르를 가로지르는 톨강상류를 건너다가 탐방차는 또 물살과 돌에 걸려서 빠졌다. 현지인들이 동원되고 밧줄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1시간여 만에 겨우 빠져 나오는 경험을 겪었다. 다시 밤에 보았던 징기스칸 동상으로 가서 그 웅장함을 경험했다. 이날 저녁엔 처음으로 시내 중저가 호텔에 머물며 샤워를 했었고, 귀한 물의 존재를 생각하게 된 시간이 됐다.

마지막 날에는 자이산승전탑과 이태준 열사(일제시대) 기념관 등을 견학했다.

 

 

▲ 40m 높이의 징기스 칸 동상.

 

 

▲ 주민인 엇뜨커 씨의 가축들

 

몽골농업에 참여하는 고양 농업인 8명 중에서 이완주감사는 "고양에서도 젖소를 키우는 목장을 하지만, 이곳 몽골에서의 농업을 발판으로 함경남도 개마고원에서의 목장설계를 위해 어렵고 힘든 이곳 농업을 반드시 고양농업인의 뚝심으로 성공시키겠다"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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