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평화포럼 3차 토론회 ‘평화주의자 김대중과 고양의 인연’

정발산 사저 활용 핵심은 지역주민의 동의
김대중 대통령 ‘객이 아닌 주인’으로 복원해야
“생전 아이스크림 사먹다 이 여사에게 타박”
김대중평화포럼 3차 토론회가 16일 시청 시민 컨퍼런스룸에서 열렸다. ‘평화주의자 김대중과 고양의 인연’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고양으로 집을 옮기게 된 배경부터 고양에서 생활하며 있었던 일 등을 들어보고 정발산 자택을 평화주의자 김대중의 삶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에 앞서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신정현 사람도서관 ‘리드미’ 관장이 김대중 대통령 주요정책을 정리했으며 이해동 목사, 김종선 전 수행비서, 김현미 국회의원, 김승국 박사가 각각의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랜 동지이자 고양시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이해동 목사는 김 대통령과의 인연과 정치적 굴곡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목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감옥에서 첫 인연을 맺었다. 1976년 3·1구국선언 사건 때 문익환 목사 등 11명과 함께 구속됐고 이후 내란음모사건에 휘말려 또 같이 감옥에 갔다. 그때 옥살이 했던 사람 중 나만 유일하게 이렇게 살아있다”고 이야기했다.
이해동 목사는 “김대중 대통령을 말하지 않고는 한국현대사와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삶은 한국현대사 그 자체였으며 아시아 최초의 평화적·수평적 정권교체에도 그 중심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있었다는 것. 그는 고인이 되기 전까지 민주주의와 민족의 앞날에 대해 항상 노심초사했으며 ‘행동하는 양심’을 이야기하고 몸소 실천했다고 이해동 목사는 이야기했다.
이해동 목사는 마지막으로 “고양시의 역사 속에서 김대중의 삶을 바르게 구현해내는 작업은 곧 한국사회의 발전에 고양시가 크게 기여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저활용 움직임에 적극 지지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김종선 전 수행비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고양에 거주할 당시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다. 김 전 수행비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고양에 온 것은 92년 대선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유학을 다녀올 즈음이었다. 당시 남북문제를 고민하던 과정에서 북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머물며 해결점을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산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강촌마을 아파트에 전셋집을 얻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후 95년 정발산동에 단독주택을 짓고 97년 대통령 당선 전까지 머물게 된다. 이곳이 바로 고양시에 남아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다.
김종선 전 수행비서는 “강촌마을에 이사를 하신 뒤에는 생활패턴이 단순했다. 문화시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정발산에 산책을 나가거나 바람을 쐬고 싶으시면 자유로에 드라이브를 나섰다. 당시 정발중학교 자리 주변이 허허벌판이었는데 산책을 갔다가 함께 삽을 들고 계단을 만들었던 일도 기억 난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대통령 부부는 정발산과 호수공원을 자주 사이좋게 산책했다. 싸구려 아이스크림을 사먹다가 여사님께 타박당하던 모습도 기억난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두 분께서 가장 평온했던 시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당시 추억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전 수행비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은 그분의 많은 추억이 남아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게다가 94년 북핵문제로 인한 전쟁위기가 고조될 당시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아태재단을 출범하는 등 남북평화라는 역사적 성과의 상징이기도 하다”라며 사저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김승국 평화학 박사는 현재 진행중인 김대중 대통령 사저 활용방안 용역에 대한 중간발표를 진행했다. 큰집 1층을 극장식 마을카페로 활용해 영상중심의 평화박물관을 설치하고 2층은 김대중평화도서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작은집의 경우 1층은 강의실 겸 회의실, 2층은 평화통일연구소로 각각 공간을 구성할 예정이다.
김승국 박사는 “김대중 사저를 중심으로 평화의 집을 확장해 평화마을을 조성한다면 장기적으로 고양평화통일특별시의 상징적인 장소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히로시마의 ‘평화문화센터’와 같이 고양평화통일특별시, 남북한 수도권 도시연합 주도권 형성을 위한 시민들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상징적인 기구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를 마친 뒤 패널 간의 토론도 함께 진행됐다. 김대중 사저를 고양시 대표문화재로 활용하자는 대전제에는 대다수가 동의했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계획부터 추진하자는 의견과 재원마련방안 등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삶을 지역에서 올바르게 복원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주민들의 동의와 합의라고 생각한다. 먼저 김대중 대통령을 ‘객이 아닌 주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작업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