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 양성의 요람 원당 종마목장 경마교육원

국내 유일 기수양성 교육기관
10:1 경쟁률, 49㎏이하만 응시
키 작은 남자에게 ‘루저’라고 했던가. 하지만 키가 작고 몸이 왜소해야만 대우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기수 양성 기관인 경마교육원이 바로 그곳이다.
고양시 근교에서 녹색초원이 가장 아름다운 이곳 원당 종마목장은 데이트코스로 널리 알려져 평소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종마목장에 경마 기수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기수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조건이다. 키 168㎝ 이하, 체중 49㎏ 이하만 기수 후보생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물론 이 조건은 기수 후보생이 된 후에도 유지해야 하며 교육 기간 중 성적불량, 체중증가 등의 사유로 퇴학 조치될 수도 있다.


원당 종마목장에는 교육용 말 115두에 40여 명의 기수 후보생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이곳에서 올해 4월에 입학한 1학년 기수 후보생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새벽 5시 목장 근처 합숙소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은 아침형 인간이 아닌 새벽형 인간에 가까웠다. 김한남(21세), 김형준(23세)씨는 올해 약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신입생들이다. 말을 타본 지 6개월째인 이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말을 몰았다.


영국 출신 교관 콜린(54세)씨는 “후보생들은 전력질주하면 시속 65㎞의 속력을 낸다. 후보생들끼리 속도를 맞춰 달리는 것이 쉬워 보일지 몰라도 어려운 훈련이다. 오전에는 말몰이 실습, 오후에는 레슬링 등의 근력 훈련과 이론교육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교육생 김한남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 49㎏으로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딱히 식단 조절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먹는 것을 줄이고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하며 체중조절을 한다. 오전에 말을 타는 실습이 몰려 있기 때문에 긴장도 되고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부모님 권유로 입학했다는 김형준씨는 “개인 훈련용 말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매주 돌아가며 말을 타기 때문에 간혹 사납고 힘 좋은 말을 만나면 다질까봐 걱정된다”며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힘들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경마기수를 마사회 소속으로 알지만 마사회는 기수만 양성할 뿐 기수들은 철저히 ‘개인사업자’다. 프로 운동선수처럼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받고 수익을 올리기 때문.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기수는 150여 명 내외다. 해마다 평균 5명의 기수가 새로이 경주로를 밟고 있다.

기수들의 수입은 상상 이상이다. 세금을 제외하고도 최저 월 500만원 정도는 수익이 보장된다. 많게는 월 1500만원을 넘기도 한다. 수입 외에 기수들의 또 다른 매력은 60세 정년까지 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 종목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다. 말몰이는 힘뿐만 아니라 기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학년 중 유일한 여자 후보생인 이해인(21세)씨는 기수가 되기 위해 부산에서 이곳까지 왔다. 이씨는 고교 졸업 후 2년간 집 근처 부산 경마공원을 방문하며 기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제는 부모님도 딸이 기수가 되는 것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서울로 이사 왔다. 그녀는 “여자가 남자보다 승부근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종마목장의 이용관 과장은 “교육생 중 말에서 떨어지거나 뒷발에 차여 다치는 사고가 매년 2번 정도 일어난다. 그만큼 부상의 위험이 따르는 직업이 기수다. 또한 돈만 생각하고 기수가 되어서도 안 된다. 배팅이 이뤄지는 경기에서 돈을 가장 멀리 해야 하는 직업이 기수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체격이 작은 점을 콤플렉스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경마기수는 최고의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수 응시 조건
키 168㎝ 이하, 체중 49㎏ 이하, 만 17~ 23세, 고졸 이상,
승마 경험 없이 응시 가능.
교육비 전액 무료. 수료기간 4년(2년 교육, 2년 수습)

원당종마장
한국마사회(KRA)의 목장 중 가장 오래된 이곳은 최초의 국내 경주마가 탄생한 목장으로도 유명하다. 1986년을 시작으로 1990년에 들어선 제주, 2007년에 들어선 장수 경주마육성목장과 함께 한국산 경주마 탄생을 가능하게 한 핵심장소다.원당목장은 훌륭한 자연경관 덕분에 처음 방문을 한 사람이라도 경관을 바라보면 ‘어디서 한번 본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는 원당목장의 초원이 영화 ‘각설탕’을 비롯해 드라마, CF에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4㎞ 정도의 이국적인 산책로는 매주 수~일요일 운영된다. 하절기(3~10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동절기(11~2월)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개방된다. 오전에 방문하면 기수 후보생들이 실제로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글 이성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