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초 주거환경 개선사업 결실


편부 가정에 피부병까지 앓아
봉사자들이 직접 집안 청소·수리
원당초 주거환경 개선사업 결실

초등학생 가정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자원봉사자들이 합심해 수리하고 개선해 준 사례가 알려지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덕양구 원당초에 다니는 남매(4학년 오빠·2학년 여동생)는 지역 봉사단과 학교의 도움으로 공부방이 생겼다. 집안 조명은 밝은 LED등으로 교체됐고 도배, 장판에 페인트칠까지 새로 해 집안이 화사해 졌다.

처음 확인한 집안 살림살이는 처참할 정도였다. 반지하의 집은 빗물이 새고, 곰팡이와 세균으로 아이들은 피부병까지 앓았다. 봉사자들은 창고로 방치된 방을 치우고 공부방으로 꾸몄고, 묵은 때에 찌든 가전제품과 가구를 말끔히 청소했다. 또한 침대를 수리하고 침구는 새로 들였다.

▲ 직접 도배를 하는 봉사자.


▲ 봉사자들이 집안 구석구석에 쌓인 곰파이를 제거하고 있다.

도움의 손길은 준 곳은 지역의 여러 단체들이지만 담임교사와 학교 교육복지사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학생들을 지켜봤던 담임교사의 추천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학교 교육복지사가 지원단체를 연결해 주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옥윤 교사(4학년 담임)는 학기 초 가정환경 조사서를 통해 어머니가 안계시고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남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차림새가 허름하고 학습준비가 미진한 면이 있어 아버지와 따로 통화를 하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집안 형편이 안 좋다는 것을 알게 된 담임교사는 복지대상 아동으로 명단을 올리고 학교 교육복지사와 정보를 나누게 됐다.

“담임인 저보다는 복지담당 선생님의 역할이 컸어요. 그분이 집에 자주 방문하시면서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하셨지요. 이후 교회와 고양축협 등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원당초 교육복지사인 강희경씨는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아서 가능한 일이었다”며 자원봉사자들과 지원단체에 공을 돌렸다. 도움을 준 곳은 고양축협(조합장 유완식) 임직원,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원당의 한 교회, 강은심 파주중 교사와 그의 동창들이었다.

지역 교회에선 앞으로도 지속적인 도움을 약속했다고 한다. 방학기간 집에 홀로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교회 대학생을 통한 멘토링과 놀이와 교육을 함께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고양축협은 여러 살림살이와 함께 급식비 200만원을 지원했다. 무엇보다 자원봉사로 주거환경 개선에 가장 힘쓴 이들은 파주중 강은심 교사와 친구들이었다. 이들은 손수 도배질을 하고 조명을 교체하는 등의 실질적인 일을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 자원봉사로 직접 집수리에 나선 파주중 강은심 교사와 친구들.

대상학생의 아버지는 봉사자들에게 감사해하며 “애들 엄마의 빈자리를 학교가 대신해주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 달라진 주거환경으로 자녀들이 밝아져 내가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담임교사인 지옥윤씨는 “학기 초에 많이 우울해 하던 아이들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달라졌다. 집에 가면 부모님이 없기 때문에 학교 돌봄교실을 통해 5시에 아이들이 귀가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최소화 하려 한다. 환경은 어렵지만 학업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오히려 아이들에게 고마운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원당초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이 남매 외에도 2가정이 더 진행 중이다. 집안에 쌀이 떨어지고 냉장고마저 없어 밥을 굶은 아이, 도시외곽의 외딴 낡은 집에서 창문틀도 맞지 않는 곳에 생활하는 아이가 그 대상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머리에 이가 있고 피부병이 있어 단체생활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병원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원당초등학교 류재화 교장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애써주신 모든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 아이들이 밝은 웃음을 웃게 되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원당 교육의 교육 비전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비추었다.

강희경 교육복지사는 “원당과 같이 낙후된 지역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이웃들이 먼저 발견하게 되면 학교나 복지시설에 꼭 연락해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오 기자 rainer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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