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고양미술장터 열흘간 열려
작가 200명 참여해 작품 50%할인
“시장 활성화위해 장터 지속됐으면”

84점, 3750만원.
고양시에서 올해 처음 열린 ‘고양미술장터’(10월 2~11일, 호수공원 고양국제꽃박람회장)에서 판매된 작품수와 판매금액이다. 실물경기와 더불어 오랜 침체에 빠진 미술시장, 그것도 지역 미술시장에선 기대 이상의 성과다.
시골장터에서 물건 고르듯 미술품 구입
고양조각가협회(회장 박민섭)가 주최한 고양미술장터는 작가들이 직접 연 미술품직거래장터다. 고양조각가협회와 고양미협 회원 200여 명이 각각 1~2점의 작품을 평균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번 장터에 내놨다.
김정범 고양미술장터 집행위원장은 “일반인에게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미술품을 시골장터에서 물건 고르듯 편하게 보고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장터는 호수공원 고양국제꽃박람회장 주차장에 설치한 임시천막 안에서 열렸다. 미술품도 한 작가당 폭 2m 이내에 전시하게끔 해 전시보다는 ‘진열’에 가까웠다.
초대작가로 참여한 김남용 작가는 “아트페어가 주로 그림을 좋아하는 콜렉터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이번엔 장터라는 말 그대로 일반인들이 우연히 들어와 북적거리고 작품 구입까지 하는 광경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작품 판매가 기대 이상으로 이뤄진 데는 미술장터 기간 중 호수공원에서 열린 많은 가을축제의 힘도 컸다. 특히 미술장터 총 관람객(1만30명)의 50% 이상은 고양가구박람회(10월 8~11일) 기간 중에 다녀갔다. 가구박람회장에서 가구를 구입하면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미술품을 함께 구입하는 관람객이 적잖았던 것.
황빛나 고양미술장터 큐레이터는 “가구박람회장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관람객 유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장터 정례화로 미술시장 활성화 기대
이번 미술장터는 직거래로 운영돼 수수료 없이 판매금액이 고스란히 작가에게 전달된다. 본래 작품가보다 30~50% 저렴하긴 하지만 미술품 거래가 거의 없다시피하는 요즘 미술시장 상황에서 작가들에겐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작품도 10만원 미만부터 500만원대까지 다양하게 판매됐다.
소품 5점을 판매한 남상호 작가는 “장터라는 콘셉트에 맞게 부담 없는 작품으로 준비했다”며 “기대를 안했는데 작품이 판매돼 더 기뻤다”고 전했다.
한번 구매를 해 소장가치를 느낀다면 다음엔 한결 가볍게 미술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반인들이 편하게 미술품을 고르고 살 수 있는 이런 장터가 자주 열리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남용 작가도 “장터에서 관람객들과 직접 만나면서 미술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높다는 걸 느꼈다”며 “장터가 정례화되면 미술시장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올 고양미술장터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으로 진행됐다.
고양조각가협회는 “문체부 공모사업이 내년에도 이어질지 명확지 않아 내년 미술장터 개최 여부에 대해선 좀 더 논의가 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작가들이 직접 장터를 운영하다보니 미숙한 점이 있었지만 첫 해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작가들 사이에서도 장터를 이어가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