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고려 마지막 왕인 34대 공양왕의 고릉제가 원당동 왕릉골에서 봉행됐다. 초헌관은 이종경 덕양구청장, 아헌관은 장재환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위원장, 종헌관은 왕제하 개성왕씨 중앙종친회이사장이 맡았다.


최경순 고릉제봉행제전위원회 회장은 “조선왕조가 공양왕을 비롯한 고려 왕들의 제례를 지내왔던 것은 조선이라는 나라가 단군왕조를 이었다는 정통성을 표현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더욱 왕릉에 준하는 예를 갖춰 왕릉제를 봉행해 정통성을 유지하고 교육과 관광에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봉행에 참여한 왕수헌(개성왕씨종친회, 고려숭의전 전감)씨는 “40여 년 전 이곳에 공양왕의 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원당에서 여기까지 걸어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깻잎을 뜯으시던 전씨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고릉을 찾을 수 있었다”며 “처음 왔을 때는 능 앞이 모두 숲이었고, 능은 허물어져 참담한 심정이었다. 왕릉이 이 정도의 위용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고릉제를 봉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고양시민들께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고양왕릉의 윗부분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 왕씨 종친회가 심은 20여 그루의 나무 중에서 다행히 살아남은 것이다. 왕수헌씨는 “왕릉 주변에서는 소 풀도 뜯기지 않는다고 한다. 작은 나무라도 심어 고릉 윗부분에 있는 조선시대 묘소와 구분지었으면 하는 것이 후손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일요일에 개최된 이번 고릉제에는 학생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학생들은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고릉제가 끝난 후에는 정동일 고양시문화재전문위원으로부터 고릉 주변을 돌며 고려왕릉과 조선왕릉의 차이점, 고릉 윗부분에 위치한 민간 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는 기회도 얻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고양시향토문화보존회 안재성 회장은 “고릉은 조선시대 최초로 조성된 왕릉이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격식을 갖춰 지내는 고려왕릉제”라며 “고릉제는 고양시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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