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종중문화 만들어가는 단양 이씨 이휴상 종친회장


단양이씨, 1320년경 고양 입향
신도시개발로 뿔뿔이 흩어져
양평 선산엔 휴식공간 마련

고양군 중면 율동부락 밤가시 마을에서 70여 가구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단양 이씨. 태조 왕건을 도와 고려 건국에 공을 세워 갑오년인 934년 삼한공신(三韓功臣)에 책록되고 문하시중(門下侍中)에 이른 이배환(李盃煥)을 시조로 모시고 있다. 이배환의 15세손이며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제작에 참여했던 이무(李茂)가 왕자의 난을 도운 공으로 정사일등공신(定社一等功臣)에 녹훈되고 우의정(右議政)과 단산부원군(丹山府院君)에 봉해지면서 본관을 단산 즉 단양으로 삼게 되었다.

단양 이씨가 언제 고양에 입향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단양 이씨 문중은 1320년 경 추정한다. 시조의 13세손인 이원간의 후손들과 고려 공양왕의 부마였던 이공지(李公祗)의 묘 그리고 이명의 묘가 식사동 일대에 산재해 있고, 이무가 공신전으로 받은 토지도 고양시 일대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양시에 거주하는 단양 이씨는 주로 한성판윤공파(회장 이휴상)후손들이다.  

양평 선산 편의시설도 갖춰

밤가시 마을에 살던 단양 이씨들은 1989년 신도시 개발이 시작되면서 별안간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이휴상 단양 이씨 한성판윤공파 회장은 “평생 농사짓던 사람들이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불안감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단양 이씨들은 혈연으로 연결되었던 율동부락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백석동에 있는 단양 이씨 종친회 건물에서 이휴상 회장을 구심점으로 새로운 종중문화를 만들어가며 친밀감을 쌓아가고 있다.

이 회장은 “후손들이 조상의 묘를 찾아갔을 때 불편하지 않도록 양평 선산에 휴식시설인 육각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육각정에는 잠시 쉬면서 식사도 할 수 있도록 전기시설, 수도시설도 갖췄다. 시제 준비를 위해 방 두 칸짜리 숙소도 마련했다. 올해 시제 때는 그곳에서 하룻밤 자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장만했다.
 

경기도 양평에 새로 지은 재실.

종중의 자산을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종친 간에 오해·불신·갈등이 초래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선조님들이 국가로부터 하사받은 자산이 신도시로 편입되면서 토지보상금으로 바뀌었어요. 보상금은 선조님들과 관련된 일을 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그후 종친들의 화합을 위해 사용해야죠”라고 이 회장은 말했다.

‘단양이씨악단’도 꾸릴 계획

5년 임기의 종친회장에 재선된 이휴상 회장은 내년부터 종친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도덕·윤리교육과 예절교육, 조상들의 묘 탐방, 글짓기 대회 등을 실시해 종중의 인적자원을 위한 투자를 계획핫고 있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죠. 젊은 종원들에 대한 관심은 단양 이씨뿐 아니라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혈연중심주의를 벗어나 사회와 국가를 위해 활동하는 큰그릇의 인물들로 자라날 수 있도록 교육할 때 후손들로부터 존경받는 성숙한 종친회 조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65세 이상의 종친에게는 경로 예우금을 지급하고 어버이날에는 효행상을 수여하며, 효도관광도 실시하고 있다. 나이 많은 종원들을 위한 악기 강습을 실시해 ‘단양이씨악단’을 구성한 후 종중의 대내외적인 행사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참이다.

1970년 전매청에 입사해 40여 년간 한국노총 서울시 지역본부 의장, 민주당 노동특별위원회 위원장, 노사정위원회 자문위원, 경제문화포럼 자문위원 등 다양하게 활동했던 이휴상 회장은 “이제까지 경험한 어떤 조직보다도 어려운 것이 종친회”라며 “종중문화는 종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종원들의 발전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혈연중심의 전통적인 종친회라는 공동체가 혈연을 넘어 공익 활동을 하는 날이 속히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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