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우린 ‘신문고’랍니다”
지자체 최초 시장 직속 민원실
건축·교통·도시계획 민원 多
빅데이터 활용해 관리 필요
고양시 공무원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부서는 어디일까. 시민들의 민원을 최일선에서 처리해야 하는 시민소통담당관실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시민소통담당관실은 13명의 직원이 5개 팀으로 나눠 업무를 담당한다.
이 부서는 2011년 신설됐다. 고양시가 조직개편을 하면서 시장 직속 민원실을 신설한 것인데, 당시 기초지방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의 시도였다. 현재까지 타운미팅(주민이 의사 결정권을 행사), 민생탐방, 동 방문 등을 통해 찾아가는 현장민원담당제를 실시해오면서 시정운영의 핵심역할을 해왔다.
| 덕이동 철거민, 가건물 인도 무단 점유 (2008. 5) | 덕이구역 재개발에 따른 철거민 발생. 가구점 운영하던 일가족 인도 무단 점유하며 거주. 최근 몇 년간 시청 앞 집회신고를 가장 많이 한 민원 중 하나. |
| 백마지하차도 건설 반대 (2011. 11) | 경의선으로 단절된 일산신도시와 풍동지구를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되는 백마지하차도. 하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공사 진동으로 아파트에 균열이 생긴다고 반발. 이에 따라 공사가 장기간 연장. 반대로 풍동주민들은 공사 재개를 지속적으로 요구. 시는 주민요구사항에 대해 교통전문가의 자문, 안전대책 등을 강구해 공사방안을 제시, 조속히 공사를 추진해 내년까지는 마무리하도록 추진 중. |
| 난지물재생시설 방류수에 대한 어민피해 (2013. 4) | 서울시 하수로 인해 악화된 한강 수질 탓에 행주어촌계 어민들이 판매하는 어류의 상품가치가 하락하고 어종이 사라지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는 민원. 시는 한강 어민 피해 관련 T/F팀 구성해 끈벌레와 녹조 발생 원인 조사 연구 용역예산 확보. 2016년 연구용역 실시 예정. |
| 화정동 성당 신축 반대 민원 (2015. 3) | 인근 아파트 주민들, 천주교 화정동 성당 신축 중단 요구. 성당과 2~3m 떨어진 아파트 주민들이 사생활침해, 조망권, 일조권, 공사소음 등을 이유로 민원 제기. 주민들이 요청해 현재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 중이며, 시는 해당부서에서 양측 협상을 진행하도록 노력하고 있음 |
| 스프링힐스 골프장 증설 반대 (2015. 5) | 일명 산황동 골프장. 기존 9홀을 18홀로 증설하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민원 발생. 농약·야간빛공해 등의 문제로 주민 생존권 위협. 300m 이내 정수장 위치 등을 이유로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 일부 시의원까지 반대하고 나서. 시는 환경영향평가 등 환경 안전성 검증 이후 실시계획 인가 검토 예정. |
| 승화원 부대시설 운영 주민갈등 (2014. 10) | 승화원 부대시설 운영과 관련해 현재 운영권을 쥐고 있는 (주)통일로와 이를 견제하는 혁신대책위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 (주)통일로의 불투명한 경영방식을 문제 삼아 운영권을 회수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법적인 문제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시는 주민복지위원회 구성을 약속했지만 주민복지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대표성을 인정받을지에 대한 의문, 또한 시가 행정소송에 휘말릴 여지가 있어 나서지 못하는 상황. 주민들은 시가 소송이 두렵다는 이유로 나서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반발. |
문제 생기면 방문하는 곳
고양시는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민원 형태가 더욱 다양해졌다. 행정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공무원들이 하는 일들이 어찌 보면 시민들의 요구를 해결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욕구가 증가하는 만큼 공무원들의 업무강도는 세진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공무원 입장에서는 민원을 처리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기도 하는데 일부는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장들이 모든 공무원의 민원담당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민원의 강도에 비해 민원처리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전 공무원이 민원담당자라면 왜 민원전문부서가 필요할까. 이에 대해 이재필 시민소통담당관은 “담당관실에서 모든 민원을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오해”라며 “장기민원과 집단민원 등 미해결 민원들을 분류해 대응하는 것이 주 업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민원을 분류해서 받을 수는 없다. 민원인이 찾아오는 순간, 당분간은 담당자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타부서에서 일을 보고 온 시민이 담당공무원이 친절하지 않다고 바로 시민소통담당관실에 들러 “그 사람 좀 혼내달라”는 단순 민원을 제기하면 시민소통담당관실에서 처리하기도 한다.
민원 처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민원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급작스럽게 집단민원이 몰려들 때도 있다. 일반적으로 민원인이 찾아오면 상담실(상담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로 안내해 1시간 정도 얘기를 듣는다. 내용은 쉽게 파악할 수 있더라도 대부분 흥분해 있는 민원인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해 30분 이상의 시간은 필수다. 이후에는 해당부서 담당자를 불러 더욱 전문적인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시민소통담당관실의 김형태 부팀장은 “불쑥 찾아와 바로 답변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해당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답을 함부로 할 수 없다”며 “임기응변으로 내놓은 답이 시의 공식적인 입장이 되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시장·간부 만나게 해달라”
민원인들은 책임자를 만나길 원한다. 여기까지 왔으니 확실한 답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결국 원하는 것은 시장과의 만남인데 이것이 다 이뤄지지는 않는다.
1차 시민소통담당관실에서 감정을 추스른다면 2차 담당부서의 전문 상담에선 논리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민감한 사항인 경우, 또는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엔 국장급의 간부들이 나서 직접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엔 건축, 교통, 도시계획과 관련된 민원이 많은 편인데 건축 관련 민원은 보통 법적문제를 오해하는 부분이 있어 국장급이 신뢰감 있게 설명하면 이해하고 돌아가는 민원인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최성 시장에게 매일 보고”
민원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의 애로사항이 시장에게 전달되느냐’일 것이다. 이재필 담당관은 “담당관실에 접수되는 모든 민원은 시장님께 확실히 전달된다”고 시원스레 답했다.
대신 시장이 모든 민원상담에 참여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적인 제약도 있지만 사소한 민원의 경우 민원인이 시장의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동네에 다른 소문들을 퍼뜨리는 경우가 있었다”며 “오히려 역효과가 많이 나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을 한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빅데이터 등 통계자료 활용해 전문성 키워야
민원 처리가 공공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처리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한 예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SNS를 통해 시민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해당부서에 업무지시를 내리면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최성 시장도 SNS를 즐겨하는 편이고 공무원들에게 SNS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민원과 관련된 자료들을 과학적으로 통계화하거나 축적하지는 않고 있다.
서울은 실시간으로 제기되는 민원들이 각 카테고리별로 분류돼 스크린에 흘러가도록 상황실을 설치했다. 약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고 연간 3억원의 유지관리비가 드는 민원행정서비스다. 자료를 분류해 축적하고 있다면 이를 빅데이터로 활용해 교통문제, 민원발생 지역을 집중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인데 고양시도 이를 본받아 준비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