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꺼리는 가파른 골목서 농협은행 신규직원 연탄봉사
배달 꺼리는 가파른 골목서
농협은행 신규직원 연탄봉사
올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21일, 덕양구 덕은동 골목 300여m가 연탄을 나르는 사람들로 꽉 찼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봉사를 나왔나요?”라고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좁고 가파른 골목에 늘어서서 까만 연탄을 나르는 모습<사진>을 보면 당장 연탄에 불이 붙을 듯 활기와 생기가 넘쳤기 때문이다.
연탄봉사를 하는 학생들처럼 보인 이들은 바로 농협은행 신규직원들 197명이었다. 농협은행이 연탄 1500장을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고양지부(회장 이희수)에 기부하고, 직접 신입직원들이 연탄을 나르는 봉사까지 담당한 것이다.

농협중앙교육원 이종완 교수는 “정도경영, 창의혁신, 녹색사랑, 상생협력, 사회공헌이라는 농협의 5대 핵심가치 중에서 특히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연탄봉사를 실시하게 되었다”며 “신규직원들이 나눔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직원 염규철(28세)씨는 “어린 시절 연탄을 나르며 장난친다고 할머니께 야단맞았던 기억이 난다”며 “동료들과 즐겁게 일을 하니 힘도 안들고 춥지도 않다”고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연탄을 받게 된 정인실씨는 길게 늘어선 봉사자들 사이로 다니며 고맙다고 일일이 인사하며 “연탄 한번 안 날라봤을 분들이 이렇게 수고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연탄이 몇 장 안 남아 걱정만 하고 있던 차에 이렇게 연탄을 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하다가 결국 눈물을 쏟았다.
연탄나눔운동 고양지부 위원인 고부미 시의원은 “이 골목에 사시는 분들은 연탄 한 장을 500원이 아니라 1000원을 주고 사야 하고 그것도 골목이 가파르고 길어서 배달을 안해준다고 해 할 수 없이 중간지점에 받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 때는 형편”이라며 “연탄이 20장도 남지 않아 이 추위에 불구멍도 확 열어놓지 못하고 지내는 분들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을 주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아는 고 의원은 높은 지대에서 어렵게 사는 주민들을 더 배려해주기를 부탁했고, 실사를 나온 농협중앙교육원 김종현 교수의 지원으로 애초에 계획됐던 1200장에서 300장을 더해 총 1500장을 받게 되었다.
연탄봉사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연탄나눔운동 고양지부 이희수 회장은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고양시지부는 올해 150가구에 5만 장의 연탄을 배달해드리고 있다”며 “아이들 손잡고 찾아오시는 학부모들도 있고 지속적으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들, 배달이 있을 때마다 현장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운영되고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옥석 시민기자
los1007@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