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것 좋아하니 이렇게 모일 수밖에”


지역 두레패 회원들 기술 연마의 장
“노는 것 좋아하니 이렇게 모일 수밖에”

대화동 끝자리 장월평천 옆 빨간지붕 창고건물. 밤 10시가 되도록 북치고 장구치고 꽹과리 치는 소리가 스산한 겨울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활력이 느껴진다. 농가가 없는 한적한 곳이라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는 이곳에서 왁자지껄 사물놀이를 하는 이들은 ‘고양풍류’라는 이름으로 5년째 모이고 있는 풍물을 사랑하는 고양시민들이다.

풍류란 이름이 참 멋있다. 바람 ‘풍’에 물 흐를 ‘유’자가 합쳐진 풍류(風流)는 ‘멋들어지게 노는 일, 또는 아담한 정취나 취미’로 풀이되는데, 빨간지붕 창고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말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넋이 나간 듯 흥에 취에 악기를 두드리는 회원들, 오직 물건(악기)을 두드려 내는 소리만으로 연주를 하는 원시적인 음악을 통해서만 사람의 본성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듯, 회원들은 무아지경에서 사물놀이를 하고 이었다.


15분여간 그치지 않고 계속된 연주를 가만히 듣다 보니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물놀이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노래(창)도 하고 모듬북(난타) 공연도 가미된다. 노래는 전통 창뿐 아니라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전통가요인 ‘못 간다고 전해라’를 부르기도 했다.

모임을 이끄는 이는 꽹과리를 치는 김장회(58세)씨로 연습 장소인 창고건물의 주인이기도 하다. 김씨는 “원래 농가창고로 쓰이는 건물인데 주객이 바뀌어 이젠 장구랑 북이 안자리를 차지하고 농기구는 바깥자리로 밀려났다”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농악을 정식으로 배운지 10년째라는 김씨는 송산10통(당음마을)에서 지역농악의 대를 잇기 위해 ‘당음두레패’를 이끌고 있는 지역 농악인들 중 한명이다.

모두 10여명의 회원을 둔 고양풍류는 김씨와 같이 대부분 고양지역 두레농악패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이다. 성석동의 진밭두레와 송산동의 당음두레 사람들이 중심이 돼 따로 악기다루는 기술과 기교를 배워보자고 만든 모임으로 시작한 것이 5년 전이다.

고양풍류라는 이름이라 왠지 거나하게 놀다만 갈 것만 같지만 배움에 대한 이들의 열정은 생각 외로 높다. 회원들 대부분은 모임을 결성하고 얼마 후 대학에서 사물놀이를 함께 배우고 있다. 비록 사이버대학이지만 이제는 원광대 전통공연예술학과에 다니는 동기동창생들이 된 것.


고양풍류 회원들은 일마치고 평일 저녁 8시에나 모여 연습을 시작하지만 연습은 밤 11시까지도 이어진다. 평소에는 1주일에 두 번 정도 모임을 갖는다. 한 번은 자유연습, 한 번은 전문 강사의 수업을 받는 형식이다. 모임을 결성하고 지금껏 전현숙(35세) 강사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국악 전공자인 전 강사는 젊은 나이지만 강단있게 고양풍류를 지도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희락’이라는 국악팀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활동 중이다. 고양시 국악인들에게도 이름이 꽤나 알려진 실력파다.

난타공연이 유명해진 뒤부터는 사물놀이뿐 아니라 모듬북에 대한 관심이 높다. 친구따라 모듬북 배우러 왔다는 전주란(45세)씨는 “여기선 국악의 전반적인 것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퓨전국악까지 경험할 수 있어 좋다”며 “사물놀이에 모듬북을 더하고 여기에 창까지 함께 하는 공연을 한창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고양풍류는 오는 21일 열리는 진밭대보름행사에 초청돼 모듬북 공연을 선보인다. 그리고 봄에는 원마운트 야외공연장에서 고양풍류의 첫 번째 발표회를 열어 지금까지 갈고닦은 실력을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장구를 치는 유현숙씨는 “농악을 배운 후 인생이 신나게 바뀌고 있다”며 “흥겨운 박자에 몸을 맡기고 싶은 분들은 ‘흥부자’들이 모인 이곳에 와서 사물놀이의 매력에 빠져보라”고 말했다. 문의 010-3019-3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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