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양 돕기 다이아 콘서트 기획한 ‘뭘이런닷컴’ 손덕기 대표
3월 5일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열리는 '아카펠라그룹 다이아 콘서트 - 윤지야 놀자'를 준비하고 있는 뭘이런닷컴 손덕기 대표는 알고 보니 고양의 가장 부지런한 문화 일꾼 중 한명이었다. 공연기획자, 사진작가, 강사, 방송인, 연기자 등 한 두 가지 직함으로 아우르기 힘든 다채로운 이력을 지금도 쌓아가고 있는 손 대표는 무엇보다도 덕이동의 지저스 아트홀과 백석동의 두레아트홀의 총감독을 겸임하며 다양한 장르의 크고 작은 공연을 120여 회 기획·연출하며 지역 문화의 텃밭을 뚝심있게 일구어왔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와 감각이 돋보이는 패션으로 인터뷰 장소인 장항동의 한 카페에 나타난 손덕기 대표에게서 나이를 잊은 열정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모 일간지의 동경지사 기자로 있으면서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과 인연이 닿아 조성민, 정민태, 정민철 선수를 연이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시키면서 한국의 스포츠 에이전트 1호가 되었다. 이후 일본에서 최초의 한국대중문화잡지를 만들기도 하고, 이승철, 이선희, 조성모 등 당대의 스타 가수들을 앞장세워 한국 대중가요 콘서트를 처음 기획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관광객들을 모아 한국의 영화 촬영현장을 둘러보기도 했고, ‘스타와 함께 서울 매력찾기’라는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등 한국의 대중문화를 결합한 여행상품을 최초로 개척하기도 했다. 한류라는 용어도 없던 시절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사업을 시작한 후 오랫동안 다양하고 재밌는 일들을 벌였다. 5년전 한국으로 돌아오며 고양시에 자리를 잡았다.
고양시에서는 어떤 일들을 펼쳤나.
귀국하자마자 거룩한빛 광성교회에서 만든 300석 규모의 공연장인 지저스 아트홀의 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고민을 좀 하다가 두 가지 조건을 달았다. 첫번째는 종교공연이 아닌 일반공연을 한다는 것. 공연장에서 전도지 한 장도 나눠주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대중에게 양질의 문화를 제공하는 것도 선교라고 설득했다. 또 한가지는 반드시 유료공연을 한다는 원칙이었다. 문화는 개인의 양식을 충족시키는 것이므로 작은 금액이라도 반드시 지불하고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교회측에서 이 조건을 수용해줘서 총감독 자리를 수락했다. 이후 작년 11월까지 만 5년간 70회 공연을 꼬박 채우고 자리를 내어놓았다. 백석동의 두레치과에서 마련한 공연공간인 두레아트홀의 예술감독직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지저스 아트홀 5년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조금 아쉬운 이야기지만, 고양시가 문화에 대한 대중적 토양은 여전히 성숙되지 못했다. 서울까지 찾아가서 문화지출을 하면서도 지역에서 열리는 공연은 공짜로 즐긴다는 인식이 많았다. 때문에 처음엔 관객 동원에 애를 먹었다. 첫 공연에 딱 일곱명이 왔으니까. 그래도 매 달 꼬박꼬박 클래식 레파토리로 정기공연을 했는데 평균 20~30명만 찾아주었다. 한참 고민을 하다가 한 번 내지르는 심정으로 『품바』를 올렸더니 600명의 관객이 찾아왔다. 처음으로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클래식과 대중문화 절충하여 연극, 오페라, 뮤지컬, 국악, 관악 등 모든 장르를 골고루 선보였다. (손덕기 감독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열어 저장되어 있는 한편 한편의 공연 포스터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가장 흥행에 성공한 프로그램은 최정원, 전수경, 홍지민을 한 무대로 불러모은 ‘뮤지컬 쓰리 디바 갈라쇼’였다. 2200명의 유료 관객을 모으며 교통도 한 번 마비시켜봤다. 두레아트홀에서는 내가 감독을 맡은 후 지금까지 50회의 공연을 진행 중이다. 주로 클래식 공연을 연다. 공연 한 편을 준비하는 과정은 크건 작건 똑같은 품이 든다. 어쨌든 두 곳 모두 돈 한 푼 안 받고, 보수는커녕 오히려 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공연을 지속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윤지양 돕기 콘서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작년 11월 지저스 아트홀의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는데 스태프 한 명이 윤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만 8세의 남윤지라는 아이가 마두동 암센터에서 엄마와 같이 암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엄마는 수술을 받던 중 사망하고 윤지 혼자 뇌종양과 싸우고 있다는 얘기였다. 아빠는 다섯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대전에서 조그만 식당을 하고 있는데 오랜 간병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무척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도 했다. 이야기를 듣고 지저스 아트홀 마지막 공연의 수익금을 윤지양을 돕는데 쓰기로 결정하고, 11월 23일 마지막 공연에서 모금한 성금 76만원에 24만원을 보태서 100만원을 만들어 전달했다. 막상 윤지를 만나보니 말로만 듣던 것보다 훨씬 상황이 심각했다. 눈물이 나서 못 볼 지경이었다. 윤지를 위한 콘서트를 다시 기획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1월에는 생일파티를 열어줬는데 힘든 상황속에서도 예쁜 웃음을 보여줘서 너무 고마웠다.
공연팀으로 아카펠라그룹 다이아를 선택한 이유는.
윤지양을 돕기 위해 기획된 공연이지만, 공연 자체로도 만족도가 높은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 CF, 방송, 공연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대표 아카펠라팀인 다이아가 떠올랐다. 항상 유쾌하고 즐거운 무대를 만드는 팀이기 때문이다. 공연 취지를 설명하고 함께 뜻있는 공연을 해 보자고 권했더니, 적정 가격보다 낮은 출연료로 흔쾌히 수락해줬다.
처음부터 재능기부를 통한 공연은 고려하지 않았나.
나는 재능기부라는 말을 사실 싫어한다. 내가 기획하는 모든 공연에서는 절대 재능기부를 요청하지 않는다. 대관료, 조명, 스태프 인건비, 출연료 다 지불한다. 공연을 하는 사람들은 이게 직업이다. 자신의 업을 희생하며 누굴 도우라고 할 순 없다. 물론 다이아처럼 취지에 공감하여 스스로 조금 낮은 비용으로 계약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절대 손해를 보지 않을 만큼의 적정비용은 반드시 지불한다. 누군가를 희생시키면서 하는 자선은 자선이 아니다. 주최하는 입장에서도 활동을 재생산할 수 있어야 하고. 나와 주변인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하는 기부는 지속적일 수 없다. 양질의 상품성 있는 공연을 기획해서 수익이 남으면 주최측이 이득을 안 취하고 그 수익을 전달하는 것, 그게 지속가능한 기부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공연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공연의 입장료가 3만원이다. 두 번 공연의 실 좌석 500석이 모두 만석이 되어야 대관료, 출연료, 장비대여, 스태프, 기타 진행비 등을 제하고 300만원 정도를 윤지양에게 건넬 수 있다. 감사하게도 설 전날 고양시의 중고등과정 통합 대안학교인 다산학교에서 200석을 단체 예약을 해 준 덕분에 세시 공연이 매진이 되었다. 남아있는 6시 공연만 매진되면 목표 달성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올해 기획하는 공연은 모두 선한 일을 위해 위해 사용하겠다고 결심했다. 성경 한구절을 올해의 좌우명으로 늘 품고 다닌다. ‘선을 행하는 각 사람에게는 영광과 존귀와 평강이 있으리니’라는 구절이다. 이 구절대로 한해를 살아보기로 했다.
공연을 찾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콘서트를 즐겁게 즐겨달라. 무거울 필요가 전혀 없다. 3만원 이상의 값어치 자신한다. 거기에 더해 윤지도 도와 행복이 두 배가 되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 공연의 마지막에 잠깐 윤지의 이야기와 영상을 보며 우리가 함께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사실 단순히 300만원이라는 금액을 모으는 것에만 목적을 둔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힘들게 무대를 꾸밀 이유가 없다. 그냥 뜻있는 분들을 몇 몇 설득해서 기부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 공연의 취지는 이웃의 아픔에 함께하고픈 사람들이 모여서 윤지를 응원하는, 입장료를 내고 함께 무대를 즐기는 500명이 넘는 동참자들을 만드는 것이다. (커피숍 카운터에서 일하는 분을 가리키며)단골 커피숍에서 일하는 분도 두 장을 사 주셨다. 공연장을 찾은 평범한 이웃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윤지의 쾌유를 위해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 이것 자체가 커다란 기적이 아니겠는가.
손덕기 대표의 머릿속에는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을 꾸리려는 아이디어들이 가득하다. 가까이는 4월에 대성리 야외무대에서 박스베이비를 돕기 위한 ‘봄의 교향樂’ 콘서트를 차기 프로젝트로 기획중이란다. 공연의 감동과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는 보람, 두 마리 토끼를 연이어 잡으려는 손덕기 대표의 멋지고 선한 욕심이 연중 내내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에너지를 전파할 것 같다.

윤지양 쾌유 기원 아카펠라 다이아 콘서트
‘윤지야 놀자~*’
일시 : 3월 5일 (토) 오후 3시, 6시(2회 공연)
장소 :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관람료 : 30000
문의 및 예약 : 010-3725-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