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공약제안 ①어르신의료지원정책

65세 이상 90% 만성질환 앓아
민간차원에서 진료우대권 제공
민간지원 한계, 정책으로 추진돼야

20대 총선이 3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고양신문은 이번 호부터 ‘4·13 총선 공약제안’을 연재한다. 후보들의 공약을 일방적으로 수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게 공약을 제안하는 기획이다. 첫 번째 공약은 지역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어르신의료지원정책이다. <편집자 주>


노인 9%, 1년간 건강검진 한 번도 못받아

노인 9%, 1년간 건강검진 한 번도 못받아
일산동구 고봉동에 사는 양모(66세)씨는 지난해 겨울 공장부지 한켠에 자리잡은 컨테이너 안에서 매서운 추위를 온몸으로 겪었다. 통장 잔고는 3000원. 복지관이 지원해주는 식료품으로 끼니는 이어가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지정받지 못해 정부의 지원조차 받을 수 없다.

양씨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20년 전부터 앓아온 당뇨병이다. 몇 년전부터 염증이 생기면서 복지관의 도움으로 통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몸 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병원측은 입원을 권유하지만 통원할 차비조차 걱정인 그의 형편으로는 꿈도 못꿀 일이다.

빈곤노인 건강문제는 비단 양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양어르신건강정책연구모임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양시민 가운데 1년 동안 건강검진을 한 번도 받지 않은 노인의 비율은 무려 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경우 사전예방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저소득 노인층의 대부분은 검진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병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욱섭 고양시의사회장은 “노인분들이 평균 주 1회 병의원 진료를 받는데 1년에 단 한 번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고양시에 8000명이 넘는다”며 “65세 인구 중 약 90%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예방차원의 진료지원이 없으면 큰 질병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어르신 의료비지원 조례안 3년째 계류
이러한 이유로 2010년부터 지역차원에서 저소득 노인층 진료비용지원정책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제기돼 왔다. 2013년 5월에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고양어르신건강정책연구모임에서 ‘고양어르신 건강 정책 토론회’를 열고 ‘고양시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50% 이내 어르신에게 매월 1~2회 동네의원 진료우대권을 제공’하는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집 근처의 전문과목 의원에 1500원의 진료비에 해당하는 우대권을 제출하고 동네의원을 무료로 이용하게 되면 노인들이 진료받기도 편할 뿐만 아니라 고양시 입장에서도 520여 개의 보건지소를 설치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고양시민의 장기요양보험 수혜자 6000여 명에게 9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볼 때 만성질환에 대한 조기관리가 건강보험공단의 의료비 절감효과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김경희 시의원 외 3인이 ‘고양시 저소득 노인의 질병관리를 위한 의료비지원 조례안’을 발의했지만 예산문제와 실효성 논란, 그리고 중복예산투입이라는 보건복지부의 부정적 입장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계류상태에 있다. 이에 2014년 3월부터는 고양어르신건강정책연구모임, 고양사회창안센터, 고양시의사회, 고양신문이 MOU를 맺고 민간차원에서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후원자로부터 각각 1만8000~2만원의 후원비를 받아 소득 하위 20% 중 차상위계층을 제외한 노인들을 대상자로 선정해 진료우대권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고양 시범사업 위한 국비반영 필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김경희 의원은 “지난해 한 해 화전동(100명), 고양동(144명), 가좌동(144명)의 저소득층 어르신 332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해 전체발행의 54%인 2161장을 사용했으며 진료비용으로 324만2000원이 지출됐다”며 “올해에는 15개 동 2000명까지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진료우대권을 받은 노인들의 사용비율이 높고 의사회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이야기다.


하지만 민간차원에서 추진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많은 상황이다. 당장 지원대상자를 발굴하는 것도 어려운데다가 대상자가 확대될수록 민간후원금만으로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경희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시 차원의 정책으로 반영돼야 하지만 업무부담이 큰 반면 실효성은 낮다는 반대의견들이 있어 쉽지가 않다. 65세 어르신 전체를 대상으로 해도 7억원의 예산이면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는데 조례제정이 쉽지 않아 답답하다”고 전했다.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는 고양어르신건강정책연구모임과 고양사회창안센터는 조례제정과 별도로 오는 20대 총선에서 각 후보들에게 공약반영을 제안할 예정이다. 김경희 의원은 “당장 정부차원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자는 게 아니라 국비반영을 통해 고양시만이라도 시범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라며 “고양시의 경우 보건소 접근이 어려운 의료사각지대가 많은 반면 민간의료기관이 많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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