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입구마다 계단이 있어서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어요. 기표소 출입문도 너무 좁은 것 같아요. 이런 식이면 장애인들은 투표를 어떻게 하라는 건지….”
4·13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고양지역 일부 투표소가 2층에 설치되는 등 접근성이 불편한 곳에 위치해 장애인들이 투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총선을 앞두고 고양시 전체 투표소 중 70여 곳을 대상으로 투표소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장애인들의 투표소 접근성 문제개선을 위해 마련된 이번 모니터링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출입로 경사로 혹은 임시경사로 배치 ▲엘리베이터 ▲점자블록 ▲장애인화장실(남녀 구분)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지난 22일 현장모니터링 결과 고양시 내 장애인들의 투표소 접근성 문제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 투표소가 설치되는 일산동구 마두동 정발초등학교의 경우 출입구 3군데 모두 계단이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출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장애인투표소 모니터링을 진행한 김재룡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간사는 “진동휠체어의 경우 120㎏이 넘기 때문에 경사로가 마련되지 않으면 장애인 당사자 혼자서는 기표소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본관 내부에 장애인화장실이 남자용밖에 없어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거기다 기표대가 설치될 예정인 교실 출입구의 좌우폭이 좁아 휠체어를 타고서는 들어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학교 측 관계자는 “2014년 지방선거까지는 강당에 투표소를 마련했지만 현재 그곳이 공사 중이라 이번 총선에선 기표대 위치를 변경했다. 임시경사로 설치 등 장애인분들을 위한 대책여부는 선관위에서 특별한 이야기가 없어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사전투표소가 설치되는 장항2동주민센터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표소가 2층에 설치되는 이곳은 엘리베이터도 없어 사실상 장애인들이 투표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게다가 장애인화장실의 경우 계단 중간에 위치해 휠체어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렵게 돼 있었다. 공공시설임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환경이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장애인모니터링팀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주민센터 관계자는 “선거 당일 장애인 전담 도우미 2명을 배치해 투표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기표소 문제는 선관위와 논의해 1곳 정도를 1층으로 옮겨 장애인분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전했다.
김재룡 간사는 “투표소를 설치하기에 앞서 선관위가 모니터링을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다”며 “앞으로 선관위 모니터링에 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참여시켜서 세부적인 불편사항까지도 챙겨야 한다”고 전했다.
일산동구 선관위 관계자는 “일산동구 전체 투표소 중 경사로가 없는 12곳에 대해서는 임시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으로 준비해놨다. 또한 기표대 접근이 어려울 경우 임시기표대를 마련해 투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문제가 있을 경우 각 투표소에 배치된 투표안내요원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투표소 문제에 관해서는 장애인단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의견수렴을 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그동안 모니터링해온 결과들을 종합해 4월 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