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 규정은 있으나 처벌규정은 없다”

 

지난 8일 고양시청 사전투표소에서 기표소에 2명이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기표소에 2명 들어가도 무혐의?
“금지 규정은 있으나 처벌규정은 없다
”투표용지는 유효표로, 당사자는 무혐의 사건 종결


한 개의 기표소에 두 명이 들어가서 투표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었다. 그렇다면 이 표는 유효표인가 무효표인가? 그리고 두 사람은 법적 처벌을 받는가?

결론적으로 답은 이렇다. ‘그 표는 유효표이고 당사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이 사건은 고양시 사전투표일에 있었던 사건이다. 지난 8일 진행된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투표소(고양시청 내)에서는 두 사람(공무원 신분)이 한 기표소에 들어갔다. 하지만 투표 안내요원은 두 사람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투표함에 들어간 이상 해당 투표용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의 표는 결국 유효표로 처리됐다.

다시 말해 부정투표 의혹이 있는 사건이라도 투표함에 투표용지가 들어가면 어쩔 도리 없이 유효표가 되는 것이다.

▲고양시 주교동(고양시청) 사전투표소. 지난 8일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덕양구 선관위 관계자는 “기표소에 들어간 두 사람이 서로의 투표용지를 확인했거나, 특정후보에게 투표하라고 강요한 것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투표함에 넣는 것에 대해) 특별한 제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사건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부정의혹에 대한 어떠한 답변도 요구하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사실 이 대답을 듣고 상당히 미온적인 선관위 태도에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간 것’과,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것’을 막지 못한 현장 투표안내원의 잘못에 대한 해명은 없었고, ‘투표 관리는 문제가 없었다’는 사뭇 떳떳한 태도 때문이었다.

사건 당시 투표소를 관리하는 책임공무원은 동사무소 직원이었다. 그런데 사건은 일반 시민이 먼저 목격하고 항의하면서 알려졌고, 경찰 신고도 투표소 책임자가 아닌 시민에 의해 행해졌다. 또한 거의 한 시간 뒤에 CCTV를 확인하며 경찰 조사가 진행됐지만 그때까지도 덕양구 선관위 직원은 한 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양시의 한 선거관리위원은 “부정투표 의혹이 있는 이런 명백한 경우엔 당연히 투표함에 넣지 못하도록 현장 안내원이 말렸어야 했다”며 “이 사건의 경우 선관위의 관리·지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선관위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투표 강요는 ‘확인이 안 된다’, ‘서로의 투표용지를 보지 않았을 것’이라는 선관위의 설명은 책임 회피용에 불가하다”고 말했다.

모호한 처벌 규정도 지적 대상이다. 사건을 수사한 고양경찰서 지능수사팀은 “기표소에 두 명이 들어간 경우, 형사 입건과 관련해서는 ‘금지 규정은 있으나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처벌도 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이미 종결됐으며, 처벌규정이 없는 것은 법률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표안내원이 의도적으로 부정투표를 도왔다는 정황이 없어 투표안내원에 대한 처벌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08년 강원 고성군수 보궐선거. 황종국 후보가 재검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윤승근 후보를 단 1표 차이로 누르고 극적으로 당선됐다.

▲2014년 6·4지방선거 서울특별시의회의원 금천구 제2선거구 결과. 재검표 결과 당초 2표차에서 1표차로 줄었다.


‘2명의 표가 선거에 영향을 주겠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역대 지방선거에서 1, 2표 차 당선자도 있었다. 그런 결과가 이번 고양시 선거에서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선관위의 엉성한 관리로 이런 일이 발생한 지역구에서 1~2표차의 결과를 후보자들은 과연 흔쾌히 승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