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벗학교 김윤희 교장의 안타까운 사연

▲ 공연 연습하면서 가장 즐거워했던 연우 양.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한벗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를 설립한 김윤희 교장의 사연은 서글프다.

임신한 상태에서 북에서 중국으로 홀로 탈출한 김 교장, 이후 북에 있던 스무 살 딸이 엄마를 찾겠다며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중국에 있던 8년이란 시간 동안 둘은 만나지 못했다.

중국에서도 서로를 찾지 못한 부녀. 딸은 엄마가 이미 남한으로 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남한에 들어왔다. 딸이 입국하고 2년이 지나서야 엄마는 남한에 들어왔는데 그때서야 국정원으로부터 딸이 먼저 입국한 사실을 통보 받았다.

하지만 10여 년만의 만남도 잠시, 모녀가 상봉하고 불과 두 달만에 딸은 남한의 세탁공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 사망한 딸에겐 중국에서 낳은 다섯 살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올해 여덟 살이고 이름은 연우다. 엄마(교장의 딸)가 중국에서 홀로 넘어왔기에 남겨진 아이에겐 아빠가 없다.

연우에게는 엄마가 돌아가시기 직전 만나게 된 외할머니(김윤희 교장)가 유일한 피붙이다. 한때 김 교장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가톨릭 단체에 입양시킬 마음으로 시설에 찾아갔는데 눈치 빠른 연우(당시 여섯 살)는 할머니 허벅지에 매달려 헤어지기 싫다고 엉엉 울었다고 한다. 이날 덩달아 할머니도 엉엉 울었고 자신이 하려 했던 일을 후회했다고 한다.

남한에 넘어와 먹고살기 힘들어 아이들을 챙기지 못하는 탈북민들의 심정을 가장 잘 알기에 김 교장은 스스로 학교를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한벗학교에서 연우양은 부·모가 모두 없는 유일한 아이지만 또래 중에 제일 밝고 똑똑하다고 한벗학교 선생님들이 입을 모았다.

▲ 8살 연우가 쓴 시. 한벗학교에서 효도에 대한 글짓기 수업시간에 쓴 글이다.

하지만 며칠 전 연우양이 쓴 시를 보고 선생님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근데 나는 엄마가 없어요.
근데 나는 엄마가 없어요. 
엄마 사랑해.’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즐거워했던 여덟 살 연우는 “연예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당차게 말하는 연우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라는 김 교장. 그의 주름진 눈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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