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경기도의원 인터뷰

경기교육청 전자파 보호조례안 제정
지방세특례법 개정 800억 세수입
상위법 한계 뛰어넘는 의정활동
“지방자치 모범사례 만들고 싶다”

지난 25일, 경기도의회에서 의미 있는 조례안이 통과됐다. ‘경기도교육청 전자파 취약계층 보호 조례안’이라는 제목의 이 조례안은 경기도 내 유치원, 학교에 유해물질인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통신기지국 설치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앙부처인 미래부와 교육부의 반발이 심했지만 미래세대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한 의원의 뚝심과 소신이 결국 조례재정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3년간의 추진 끝에 이를 성사시킨 의원은 바로 이재준 도의원(고양2·더민주). 집요하고도 철저한 그의 의정활동은 전자파조례안 뿐만 아니라 전국최초 경제민주화지원조례 제정, 18대 대선 개입 관련 박근혜 대통령 사과 건의안 대표발의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을 넘나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 촉구 건의안 2회 제출, 불평등 세법 방치 직무유기 국회의장 고발, 지방재정 토론회 국회 주최를 통해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이뤄내면서 경기도에 무려 연간 800억원의 세수입을 증가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이 같은 공로가 인정되면서 지난 2월 도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경기도 재정발전 유공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학생운동가에서 지역 시민운동가로, 그리고 지금은 2선 도의원으로 도정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이재준 도의원을 만나봤다. 

이번에 통과된 '경기도교육청 전자파 취약계층 보호 조례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도내 유치원, 초등학교를 전자파 안심지대로 지정하고 건물내에 이동통신 기지국 설치를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작년에 어린이집을 상대로 한 조례를 의장직권으로 공표했고 이번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고압선 300m내에 학교를 못 짓도록 할 정도로 전자파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정책에서는 제대로 된 전자파 대책이 없어 이번에 조례로 마련하게 됐다.

정부부처인 미래부와 교육부에서 반발이 심했다. 그러함에도 이 조례안을 추진한 배경은 무엇인가.
전자파가 위험성이 있다고 이야기가 나온 것은 2006년경이다. 당시 세계보건기구에서 12개나라 합동으로 용역을 줘서 조사한 사례가 있다. 이때 암 발생가능물질로 발표됐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뇌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전자파 흡수율이 높고 암기력 저하, 시력감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나왔다.
입법기관은 경제논리에 앞서 아이들의 건강과 복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상위법이 없다고 반대하지만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을 보면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따른다고 분명히 나와 있다. 더군다나 어린이집 유치원은 나라에서 돈을 받는 공공기관이 아닌가. 전자파로부터 아이들의 건강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도록 조례로 규정해야 한다고 판단해 이를 추진하게 됐다. 

반대가 많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우선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했고 교육청 상급기관인 교육부 반대가 특히 심했다. 전파관리법과 상충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전파관리법과 이번 조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아이들에게 전자파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하느냐에 관한 조례인데 사실상 지금까지 입법미비로 인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상위법이 없다고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권을 지키는 법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전자파는 미래부 소관인데 교육부가 나서서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의 건강권을 생각하면 오히려 찬성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동안 상위법이 없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난번 환노위 장하나 국회의원이 입법발의를 했는데 상정도 못했다. 휴대폰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주력업종이다 보니 규제법안을 상정하는 게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이번 조례를 계기로 공론화가 된 만큼 이제 새로 지어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기지국을 쉽게 설치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조례는 중앙정부에서도 못했던 것을 경기도에서 처음 시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제민주화지원조례도 전국최초로 경기도에서 통과시켰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헌법에만 있고 실제 법령으로는 없는 내용인데 국회에서도 못한 일을 경기도의회가 입법화 한 것이다. 우리가 통과시키고 이슈화되니깐 뒤늦게 국회에서도 입법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지방이 항상 중앙에 예속된 것이 아니라 지방의회에서 낸 독자적인 법안이 국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도 세수입이 증대된 것도 큰 성과인 것 같다
2011년부터 문제제기를 시작해 그 동안 결의안도 내고 국회의장 직무유기 고발과 국회토론회까지 열어가며 결국 바꿔냈다. 핵심내용은 해당법 32조와 72조가 충돌한다는 것이다. 32조에는 60㎡ 이상의 주택을 건설할 경우 면세받은 취득세를 강제로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76조를 보면 LH공사가 직접 시공 분양, 임대공급하는 60㎡ 이상의 토지와 주택, 상가 등 모든 건축물에 대해 취등록세를 내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엄연한 특혜조항이라고 판단해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취득세 감면률을 25%로 바꿔내면서 연간 800억원의 지방세수를 확보했다.

이번 전자파 조례도 그렇고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의 경우도 무모한 시도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안되는 걸 집착하느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다. 전자파를 왜 그렇게 싫어하느냐고 하는데 싫어하는게 아니라 우리나라 휴대폰 제조사들이 더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좀 더 안전한 제품을 만들고 특히 전자파가 아이들에게 위험하다고 하니 나중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투자할 부분이 있으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보면 도의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국회가 좋은 법을 많이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익집단들의 압력 때문에 법안추진과정에서 많이 굴절되고 왜곡되는 측면들도 나타난다. 예전에 유통법 개정추진을 한 적이 있었다. 재래시장으로부터 500m내에 SSM이 들어올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을 1km로 늘렸는데 더 중요한 것은 재래시장이 없는 지자체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기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는 법인 셈이다. 그래서 고양시에서도 원당시장 하나밖에 없었던 재래시장을 일산시장과 능곡시장을 추가로 지정해서 바꿔낸 것.

이처럼 법이 지역여건을 온연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미비한 부분은 지방의회의 조례를 통해 완결성을 가질 수 있다. 주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법이 되기 위해서는 광역과 기초의회의 조례를 통해 지속적으로 빈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말씀을 들어보면 조례가 이만큼 중요한 것인데 또 현실적으로 상위법을 위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상당부분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의견들도 많다.
지방자치법을 보면 법령의 범위 속에서 조례가 체택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법의 범위가 아닌 법령으로 제한하다보니 시행령, 지침에까지 모두 구속받게 되는 것이다. 이건 말이 안된다. 이번 누리과정사태도 결국 시행령과 법이 충돌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 법‘령’이라는 한 글자 때문에 이렇게 지방자치가 엉망이 된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우리나라 법 체계는 성문법과 열거주의를 채택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상위법에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조례를 규제 할 수가 없다. 이것이 올바른 법 해석이다. 상위법이 없기 때문에 조례를 만드는 것이고 이를 규제하고 싶으면 자기네들이 상위법을 만들면 된다. 성문법과 열거주의를 염두해 둔다면 얼마든지 법에 없는 것들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의원들이 이런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관련 논문이나 법령, 상충하는 조례들도 모두 살펴봐야 하는데 이정도로 하는 의원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조례 만들 때 집행부 보고서 한 두장보고 그칠 것이 아니라 최소한 국회도서관 들어가서 관련논문 한 두 편은 읽어봐야 한다. 전자파조례의 경우 2006년에 나온 논문 5~6편을 읽어보면서 치밀하게 준비했다.

의원님께서는 실제로 책을 많이 읽고 공부하는 의원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사교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웃음).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은 좋은데 뭔가 유익해야 하고 남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서로가 생각하는 게 차이도 많고....  어떨 때는 집행부나 동료의원들이 많이 불편해하기도 한다. 창피한 소리 하나 하자면 책을 많이 읽는 의원이 저 포함 몇 분 있는데 1등부터 5등까지 합하면 나머지 도의원들 절반이 읽은 독서량보다 더 많다. 도의회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을 것 같다. 보좌관도 쓸 수 없고 도의원 한분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 너무 많은 문제도 있을 것 같다.
지역구 관리도 해야 하고 수원까지 워낙 장거리다 보니 왕복 5시간인데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 이런 측면에서 애로사항도 많다.

그러함에도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제가 이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안했다면 그전에 학생운동을 안했다면 이렇게까지는 안했을 것 같다. 가깝게 지나는 사람들이나 기존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나에게 가지는 기본적인 기대치가 있는데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제 자신을 채찍질 하곤 한다. 하나 더 보태자면 제가 이 지역에서 최초의 재선 도의원이다. 제가 지역구에 예산을 많이 가져다주진 못하는데 최소한 내 이름을 대면 어디서도 열심히 하는 의원이라고 인정받는 그런 자부심 정도는 주민들에게 가져다 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번 대선 불법선거운동 대통령 사과촉구안도 그렇고 지방의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정도까지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이번에 개인정보보호 및 통신비밀보호 증진에 관한 조례를 준비 중이다. 불법적으로 이동통신사에서 통신기록 조사를 할 경우 30일내에 개인에게 통보하라는 것이다. 이미 개인정보보호법에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데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잘못된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수사를 위해 개인정보를 가져가더라도 법에 나와 있는데로 통보는 해야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이동통신사들이 문제가 많다. 아이폰의 경우 잠금해제를 FBI가 요구해도 끝까지 거부하지 않나.

오는 6월에 조례발의 할 예정인데 테러방지법과도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서 아마 또 한바탕 시끄러워 질 것 같다. 하지만 법이 꼭 옳은 게 아니고 꼭 재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슈가 되고 논쟁이 되면 최소한 법 적용이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부분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지역차원에서 지방자치의 모범사례를 남기고 싶다. 지금 생각에는 지역에서 정치아카데미를 활성화시켜 조례,예산,정책 등에 관한 강의를 열고 정치유망주들을 키우고 싶다.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참가자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꿈을 꾸고 논의해서 나중에 지역정치판에 진입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싶다. 함께 나선다면 많은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 각자 관심 있는 이슈를 바탕으로 지역 속에 들어가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