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후 고양시학교운영위원협의회 신임회장

5년 만에 경선 통해 당선
학교와 교육청 조율 역할
“얘기 듣는 학운협될 것”

“상대 후보의 공약도 좋더라고요. 그 공약대로라면 제가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괜찮겠다 생각했어요(웃음). 저나 상대 후보나 경선을 치렀기 때문에 좀 더 고민이 담긴 공약을 내놓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재후(47세) 강선초등학교운영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고양시학교운영위원협의회(이하 고양학운협) 신임회장으로 선출됐다. 고양시 초·중·고 160개 학교운영위원회를 대표하는 고양학운협의 회장이 추대가 아닌 경선으로 선출된 것은 5년만이다. 이 회장은 “그만큼 더 대표성 있는 학부모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학운협 회장 경선에 나선 이유는.
3년째 강선초등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학운협의 활동에 대해 잘 모르겠더라. 학운협 활동에 참여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 학운협이 폐쇄적이란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선 회장 선출도 추대 형식이 아닌 경선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공약도 더 책임감을 갖고 실천하지 않겠나.

학운협의 역할이 무엇인가.
학운협은 압력기관이 아니다. 정치 개입이나 외부 간섭이 있어서도 안된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 위한 한 줄 이력으로 이용돼서도 안된다. ‘학교 교육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설립 목적대로 학생들과 교육을 위한 조직이어야 한다. ‘뭔가 하겠다’고 나서기보다는 학부모와 학교, 교육청, 행정기관, 지역을 연결하고 조율하는 역할에 충실하는 게 우선이다.

앞으로의 학운협 활동이 이전과 많이 달라지나.
성폭력학교폭력예방캠페인, 진로진학설명회 등 기존에 하던 행사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 실효성 여부를 따져 굳이 학운협이 하지 않아도 될 행사라면 과감히 없애려 한다. 그 대신 초·중·고등 지회별, 지역별 모임을 각각 연 2회 열고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위원장 모임도 연 2회 갖는 등 ‘이야기를 듣는 학운협’이 되도록 할 것이다.

구상 중인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교복 시장은 사실상 일부 대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하는데, 경기도 중소기업 중 좋은 섬유소재의 교복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 이러한 내용을 학교와 학부모에게 알려 비교·선택하게 하는 것도 학운협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급식 문제도 그렇다. 교육청 관계자, 학부모로 구성된 평가단을 통해 학교별 급식평가자료를 만든다면 급식 품질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봉사활동 정보를 제공하는 등 아이들이 공적혜택을 누리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

아빠들의 학운위 참여가 활발하진 않은 편이다. 학운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현재 강선초 학운위 학부모 위원 6명 중 아빠는 나 혼자다(웃음). 첫째(현재 중1)가 대안학교에 다니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강선초로 옮기면서 공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연찮게 우리나라 교육 방향과 장기계획을 접했는데 마음에 와 닿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마케팅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교육의 큰 흐름과 교육현장의 교집합을 넓혀가는 것 또한 학운협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육현장을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초·중·고등 지회마다 요구하는 내용이나 강도가 다를 텐데 어떻게 아우를 계획인가.
첫째 아이는 태권도학원, 둘째(초4)는 피아노학원만 다닌다. 사교육에 쓸 돈을 함께 차곡차곡 모아 4년째 1년에 한 번씩 아이들과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있다. 주변에서 ‘아직 뭘 몰라서 그런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초보 학부모인 아빠 엄마의 교육관을 주입하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틀에 갇힐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잘하란 말 대신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려 한다. 포기하기 시작하면 인생을, 사람을 포기하게 된다. 나 스스로 학운협 활동을 통해 ‘열정을 갖고 성실히 한다는 게 무엇인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설령 금방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더라도 그런 뜻을 누군가 또 이어간다면 ‘이상’이란 것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교육이 학교 안에서 잘 이뤄지고 학교 밖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지원하는’ 큰 역할 안에서 학운협을 열어두고 각 지회와의 만남과 소통을 통해 함께 고민해 나가겠다.

* 고양시학교운영위원협의회 회장 임기는 1년이며 연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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