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호수공원을 만나는 방법 3. 생태호수의 다양한 생태 관찰하기

다양한 생명들이 깃들어 살아가는
호수공원은 작은 우주다
호수자연생태학교 진행하는 (사)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과의 비오는 날 호수 산책
호수공원 나들이 세 번째 시간에는 생태적 측면에서의 호수공원의 가치를 찾아보는 걸음을 계획했다. 이번 나들이에는 1998년부터 호수공원에서 호수생태학교를 꾸준히 운영해 온 (사)에코코리아의 이은정 사무처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난 두 번의 나들이를 통해 각각 오후시간과 저녁시간의 호수를 살펴보았기에 이번에는 오전시간으로 잡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약속한 날에 비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하는 수 없이 호수자연학습센터 교실 안에서 이은정 사무처장으로부터 호수공원의 생태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나들이를 대신하기로 했다. 덕분에 이번 나들이는 발이 아닌 귀로 하는 산책이 되었다. 귀 나들이 나름의 재미를 독자들에게도 전한다.

생명의 보물창고 생태호수
호수공원은 크게 달맞이섬을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 제공에 방점을 둔 인공호수, 서쪽으로는 물풀이 자라고 물 깊이가 깊지 않은, 수변이 살아있는 생태호수로 나눈다. 호수공원 조성 이후 2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수생식물과 곤충, 물고기, 조류가 함께 살아가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인공호수와 생태호수의 질적인 차이는 수질조사 결과만 비교해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많은 돈을 들여 바닥의 침전물과 부유물을 정기적으로 제거하는 인공호수와는 달리 별다른 수질관리를 하지 않는 생태호수의 수질이 여러 지표에서 훨씬 건강하고 깨끗하다는 게 공원관리과 수질팀의 증언이다.

물 위에 피어나는 꽃과 열매들
수생식물부터 살펴보자. 두루미 집 앞 관찰데크에서는 수련과 연꽃을 관찰하기에 좋다. 요즈음 수련이 막 개화를 시작했다. 9월까지 쉬지 않고 피고 진다. 노랑어리연은 굉장히 작지만 아주 예쁜 꽃이 핀다. 하얀 꽃이 피는 자라풀도 있다. 수변 식물 중에서는 부들이 가장 많다. 부들만의 특징인 소시지 모양의 열매를 관찰하면 종류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핫도그만하게 열리는 녀석은 부들, 프랑크소시지만하면 애기부들, 비엔나소시지 크기면 꼬마부들이다. 부들과 함께 갈대도 생태호수의 정화작용을 책임진다.

수서곤충, 관찰 후에는 반드시 놓아주자
수서곤충은 역시 아이들이 흥미를 갖는다. 그 중에서도 장구애비, 게아재비가 가장 인기가 많다. 육식성 곤충으로서 물고기의 작은 치어들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어린 물고기들은 수서곤충에게 잡아먹히지만, 물고기가 크고 나면 오히려 육식성 곤충들을 잡아먹는다. 서로 개체수를 조정하며 생태계 균형을 맞추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같은 육식성 곤충이라도 먹는 방식은 다르다. 장구애비, 게아재비는 발달된 앞발로 물고기를 잡아 바늘처럼 생긴 침을 꽂아서 물고기 체액을 녹여서 빨아먹는다. 반면 물방개는 턱이 발달해서 물고기를 잘근잘근 뜯어먹는다. 수서곤충은 얼마든지 뜰채로 떠서 자기가 들고 있는 컵에 담아 관찰할 수 있다. 다만 집에 가져 가 키우겠다는 생각은 버리고, 관찰 후 다시 놓아주면 된다. 아이들 손에 잡힐 정도면 그만큼 개체수가 많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자연학습센터에 들러서 곤충 관찰방법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채집 도구를 빌릴 수도 있다.

양서류 관찰은 울음소리 감상부터
개구리, 맹꽁이 등의 양서류 관찰도 재밌다. 가장 흔한 종은 물가에서 번식한 후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에서 생활하는 청개구리다. 4월부터 시작되는 울음소리를 듣고 따라가서 청개구리를 직접 찾아보면 재밌다. 장마가 시작되면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자연학습원 끝 아랫말산 옆 작은 물웅덩이에는 맹꽁이가 해마다 장마시기에 찾아와서 산란을 한다. 알도 수면에 떠 있기 때문에 관찰하기 쉽다. 알에서 성체가 되는 과정도 짧아서 변화 과정 전체를 집중 관찰하기에 좋다. 그 외 옴개구리, 참개구리도 있는데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여기서도 배스가 골칫거리네
호수의 물고기 생태는 문제가 좀 심각하다. 예전에는 참붕어, 피라미 등 최대 30종 정도의 토종물고기들이 발견되었는데, 한강물과 함께 배스가 유입되고 나서부터는 작은 물고기들이 개체수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 배스는 다른 물고기보다 먼저 산란을 하기 때문에 치어가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고, 알을 낳아놓고 부화할때까지 지킬 정도로 번식 전략이 무척 뛰어나다. 그렇다고 무작정 배스를 잡아 없애자고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생태교육인지도 고민이란다. 그런 와중에서도 이은정 사무처장은 지난 여름에 놀라운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토종 물고기 중 가장 큰 물고기큰 포식자인 가물치가 수백마리의 새끼들을 거느리고 호수면을 유유히 헤엄치고 다니는 모습을 본 것이다. 자생 육식어종 최강자 가물치가 배스와의 싸움에서 자존심을 지켜주길 함께 응원하자.
자생식물 100여 종 만나는 자연학습원
생태호수의 끝에 조성된 자연학습원에서의 풀꽃 관찰하기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이곳에는 우리땅에 본래 살던 자생식물이 100여 종 가까이 자라고 있다. 각자의 시절에 맞춰 사시사철 꽃이 핀다. 주제에 따라 일곱 개의 마당으로 나눠져 있어서 S자 코스가 꺾여질 때마다 새로운 주제의 식물들이 인사를 한다. 이은정 사무처장은 탐방에 앞서 자연학습센터에 들러 리플렛을 한 권 얻어서 잠깐 공부를 한 후 본격적인 관찰에 들어가기를 권했다.
장항습지 물새들을 호수공원으로
마지막으로 생태호수엔 어떤 물새들이 있을까? 사실 에코코리아는 호수에 다양한 물새들이 찾아오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삼는다고 한다. 수생태의 최상위 포식자인 물새의 서식 여부가 건강한 생태계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호수공원은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오는 개방된 공간으로서 민감한 새들에게는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들의 은신처 역할을 하는 부들이나 갈대를 지금보다 훨씬 무성하게 조성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시민 공원으로서의 기능과 상충된다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수공원에는 제법 많은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쇠물닭과 흰뺨검둥오리, 그리고 개개비는 호수공원에서 서식하는 대표적인 물새들이다. 겨울에는 약초섬을 중심으로 원앙들이 둥지를 튼다. 흔하진 않지만 물총새와 도요새, 유리새도 발견되곤 한다. 그 외에도 봄철 아랫말산에서 들려오는 뻐꾸기 울음소리, 몇몇 종의 딱따구리들이 나무를 찧는 소리도 호수공원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자연의 소리다. 이은정 사무처장은 “언젠가는 장항습지의 물새들이 호수공원까지 날아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래도록 사랑하려면 오래도록 지켜보자
생태 이야기를 마치자 비바람도 잦아들었다. 덕분에 잠깐이지만 직접 생태호수와 자연학습원을 둘러볼 수 있었다. 겨우 두어 시간 설명을 듣고 나왔는데도 호수와 주변의 생명들이 조금은 새롭게 보였다. 이은정 사무처장은 짧은 나들이를 함께 하며 호수공원 자연생태학교가 지향하는 두 가지 가치를 이렇게 요약했다. “첫 번째는 누구나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관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오래도록 사랑하려면 오래도록 지켜보아야 하고,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죠. 곤충을 채집해보고, 꽃 한송이를 제대로 관찰해보도록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올바른 관찰을 통해 결국에는 큰 차원에서 순환하는 생태 메카니즘을 이해하게 되거든요.” 하나하나 자기만의 고유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생태라는 커다란 그물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서로 아름답게 얽혀 있는 모습, 언젠가는 기자의 눈에도 그 신비한 세계가 보이길 기대하며 호수공원의 숨은 매력찾기 세 번째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
호수와 함께 하는 자연생태학교
4월에서 10월까지 다양한 과목의 상설생태교실 운영
호수공원이, 그 중에서도 생태호수가 풍요로운 생명들을 넉넉히 품어내는 수생태계의 보물이 된 것은 호수를 소중히 지키고자 힘써 온 이들의 숨은 노력 덕분이다. 그 중심에 호수자연학습센터가 있다. 현재 호수자연학습센터는 고양시 공원관리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국내의 자생적 민간 생태학교의 모범적인 길을 개척한 (사)에코코리아의 경험과 인력이 보태져 운영되고 있다. 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연생태학교에서는 21명의 전문 생태강사들에 의해 10여 가지 다양한 생태교실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시 예산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참가비용은 없다. 주중에는 단체 프로그램 신청이 이어지고 있고, 주말에는 개인적으로 관심 분야를 골라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올해는 성인프로그램의 확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교사생태교실도 그 중 하나다. 사교육을 하는 분이라도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하고자 하는 선생님이면 누구나 환영한다고. 또한 모임의 성격을 불문하고 열명 이상만 모여서 생태 교육을 요청하면 언제든 생태 강사가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두 시간 동안 수준 높고 흥미로운 교육이 진행된다. 각종 동호회, 마을모임, 부녀회, 학부모회 등의 모임을 기획할 때 올해엔 한 번쯤 호수공원 생태교육에 참여해보면 어떨까. 생태적 소양을 더한다면 모임의 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지모 모른다. (호수자연학습센터 : 문의 031-923-3356)


* 사진제공 = 에코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