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장 신임회장(거룩한빛광성교회 담임목사)

▲ 취재진을 위해 차를 따르는 정성진 목사의 표정이 온화하다.

개혁하는 교회
상식이 통하는 교회

아사교회생(我死敎會生)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등록된 교인 수만 4만 명, 매주 예배에 참석하는 인원이 약 1만6000명인 ‘거룩한 빛 광성교회’. 고양시를 대표하는 교회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는 대형교회로서는 드물게 한국 개신교의 대안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개혁의 모델이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성진 담임목사가 있다. 이미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정 목사다.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나름 선전(득표율 2.63%)한 개신교 정당(기독자유당)에 대해 선거 전부터 ‘공개적’으로, 또한 ‘유일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던 개신교 지도자가 바로 정성진 목사다.
고양신문은 얼마 전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장으로 취임(4월 19일)한 그를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무차를 직접 내려주며 취재진을 맞이한 정 목사는 온화한 인상과는 달리 직설적이면서도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인터뷰 5월 4일).


과거 고양평화누리 초대 이사장, 고양환경운동연합 초대 대표, 러브호텔 대책위, 행복한 미래교육포럼 이사장 등을 맡아 오면서 지역활동에 매진해 왔었다. 5~6년 전부터는 교회 밖 활동을 줄이려 했던 것으로 아는데 지난달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계기가 있었나.

= 전임 협의회 회장인 성화 스님께서 추천해 주셨다. 일을 해보니 생각보다 결제가 많아서 놀랐다. 5000원짜리 영수증도 내가 결제해야 한다(웃음).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의 공동모금회 같은 그런 성격이다. 복지 관련기관들이 회원으로 있는 친목모임의 성격도 있다. 기금을 모으는 일, 돈이 들어오면 배분하는 일을 협의회가 맡고 있다.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교육 등도 협의회의 일이다. 내가 할 일은 단체가 물 흐르듯 잘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담임목사로 있는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고양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성공을 거둔 교회 모델로 알려져 있다.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 거룩한빛광성교회는 성장전략이 없다. 대신 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여러 전략이 있다. 나는 성숙함을 동반하지 않는 교회의 대형화를 경계한다. 한 번도 큰 교회를 목표로 삼은 적이 없다. 스스로 커진 것이며 이제는 오히려 그 규모를 줄여야 할 때가 왔다. 매년 1000명씩 늘어나는 교인 수를 줄이기 위해 교회의 개척과 분립을 시도하고 있다.

성숙한 교회를 지향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 설명해 달라.

= 앞서 말했듯 큰 교회가 좋은 교회가 아니라 건강한 교회가 좋은 교회다. 한국형 대형 교회가 계속 존립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우리교회는 교인과 지원금을 분할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17개의 교회를 지금까지 분할·개척했다. 큰 교회가 거느리는 교회가 아닌 독립된 개척교회다. 분할하는 이유는 더 쉽고 깨끗하고 건전하게 교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다. 길게는 앞으로 본교회 자체를 4등분 할 계획이다. 큰 교회가 아닌 집에서 가까운 교회에 교인들을 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교회 설립자인 나는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은퇴 할 때쯤 시도해볼 생각이다.

담임목사 정년은 언제까지인가. 은퇴하면 원로목사로서 교회에서 또 다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보통인데.

= 교단(예수교장로회)법에는 목사의 정년이 70세로 되어있지만. 나는 65세에 퇴임하기로 일찌감치부터 교인들과 약속을 했다. 원로목사 추대도 받지 않을 작정이다. 내 나이가 62세이니 앞으로 3년 남았다. 19년 전 교회를 개척하면서 담임목사의 권리를 포기하는 규약을 만들었다. 나는 월급도 공개한다. 보너스 없이 450만원이다. 원래 480이었는데 30만원 깎았다(웃음). 아이들도 다 출가했으니 돈이 필요하지도 않다.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신념은 변화가 없다. 6년마다 담임목사의 신임을 묻는 투표를 한다. 나도 그동안 두 번의 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얻었다. 또한 목사의 권한을 축소해 왔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나만 살고자 하면 교회까지 죽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먼저 죽고자 하면 나뿐 아니라 교회도 살릴 수 있다.


젊은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 나는 공고 출신이다. 관련분야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조금은 늦은 나이인 26세에 야간 신학교에 다니며 목회자의 길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 후 방통대와 장신대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당시 민중신학을 배우는 운동권 학생이었다. 신학생 시절 충북 음성의 폐광촌에서 사역을 시작했으며, 17년간의 부교역자 시절을 마치고 1997년 1월 밤가시초가 근처에 일산광성교회를 개척했다.

고양시에서 교회를 개척할 당시 얘기를 듣고 싶다.

= 개척해 보니 우리 교회가 일산의 280번째 교회였다. 교회가 이미 포화상태였단 뜻이다. 내 나이는 44세였다. 개척하면서 교인들에게만 국한된 교회가 아닌 ‘열린 교회’를 지향했다. 그래서 주민친화적인 프로그램을 많이 개설했다. 교회에 도서관과 상담실, 청소년회관을 만들었으며 수지침도 놔드렸다. 그때 문화강좌가 250개나 됐으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문화프로그램이 가장 많은 교회였다. 당시엔 그런 교회가 없었다. 500명이 들어갈 교회에 주말에만 3500명의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러 왔다. 교회 때문에 주변 상권이 흥할 정도였다. 교회 장로들의 결정에 따라 결국 교회를 크게 지어야 했다. 덕이동으로 이사 온 것은 11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이곳 덕이동은 허허벌판이었다. 길은 비포장이었고 주변 개발은 물론이고 운정신도시가 (이사 후)6년 뒤에야 개발됐다.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하는 사업들은 너무나 다양하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명해 달라.

= 열린 교회를 지향하면서 사회 참여적인 활동을 많이 하게 됐다. 현재 교회는 4개의 법인이 있다. 해피월드복지재단, 장터사회적협동조합, 기독교 대안학교인 광성드림학교, 그리고 평생교육원이 그것이다. 해피월드를 통해서는 덕양노인종합복지관, 파주노인복지관, 파주문산종합사회복지관을 위탁운영하고 있으며, 새터민을 위한 새꿈터,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해피뱅크, 긴급자금을 수혈하는 해피천사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일반 시민들에게도 열려있는 다양한 문화공연을 문화선교회에서 개최한다. 오랜 된 주택의 집수리를 해주는 해비타트 운동, 차상위계층과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의료팀 등 정말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의 수많은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한국 교회, 특히 개신교의 위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 교회의 위상이 위기다. 심하게 말해 바닥을 쳐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 정도다. 그때까진 갱신이 어렵다고 본다. 한번 권력과 돈에 맛을 들이면 포기 할 수 없다. 한국의 수많은 대형 교회들이 현재 그렇다. 한국 기독교가 사느냐 죽느냐는 여기서 얼마나 빨리 정신 차리느냐에 달렸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다. 바닥을 쳐야한다고 말한 이유는 그만큼 교회 개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개신교 정당을 반대한 이유는.

= 개신교 정당은 오히려 다종교사회에서 종교 간 갈등만 부추길 것이다. 또한 개신교 정당이 비례 1~2석을 차지하더라도 국회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도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개신교 정당 내부의 권력투쟁이다. 다음 선거 비례순번을 차지하려고 갈등이 일어날 것이 뻔하다. 개신교 정당을 통해 국회의원을 배출하려는 노력보단, 기존의 개신교인 국회의원들의 기독교적 가치관을 지원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고양신문과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 그것이 우리 교회와 지역신문이 가진 첫 번째 화두이자 공통의 화두일 것이다. 지역신문으로서 고양신문은 사실 좋은 신문이다. 바르고 깨끗하다. ‘교회는 지역사회에 헌신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고양신문을 응원한다. 좋은 지역신문은 우리가 키워나가야 할 자산이다. 독자들이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신문으로 성장하길 빈다.

사진 = 이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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