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서 매출에 지역서점은 크게 의존해 '상생의 길'

지난 3일 문을 연 교보문고 일산점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반기고 있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가 골목상권을 죽이듯 대형서점이 지역에 진출한 이후 가장 타격을 입은 쪽은 당연히 지역서점이다. 고양시의 26개 지역서점이 연합한 고양시서점연합회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떠한 타개책을 생각하고 있을까. 교보문고와 지역서점이 상생하는 방안은 있을까. 일산서구 일산동에서 후곡문고를 운영하는 김남인 고양시서점연합회장을 만나 물어보았다.   

▲ 고양시서점연합 김남인 회장은 “한시적으로나마 교보문고가 1년 6개월간 참고서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며 “한시적이 아닌 영구적으로 참고서를 취급하지 않아야 지역서점과 교보문고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 교보문고가 고양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어떤 통로를 통해 처음 접했나. 

- 교보문고가 고양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어떤 통로를 통해 처음 접했나.  교보문고 측이 개점 소식을 우리 측에 알린 것이 아니라 지난해 하반기 여러 지역서점들이 모이는 단체에서 정보를 우연히 처음 접했다. 그래서 고양시서점연합회가 어떻게 대처를 하는가 고민하다가 지난해 12월 24일 처음 파주에 있는 교보문고 본사를 찾아갔다.

 

- 지역서점이 어떠한 시위라도 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고양시서점연합회 일부 회원은 생존이 걸린 문제인데 대규모 시위라도 한 번 해보자며 울분을 토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시위를 하면 시민들이 ‘밥그릇 챙기기’라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은 교보문고가 들어옴으로써 많은 책을 접하고 소비자로서 선택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할 뿐이다. 교보문고가 향후 지역문화의 자그마한 실핏줄이라 할 수 있는 지역서점을 말살할 것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시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시위를 하면  오히려 교보문고의 입장을 살려주는 간접광고를 하는 것 밖에 안 된다. 

- 교보문고 측과 만나서 고양시서점연합회 측이 요구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은 오픈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교보문고의 진출은 지역서점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교보문고가 일산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적인 토대는 없다. 법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결국 우리 측은 교보문고와 지역서점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래서 만약 불가피하게 오픈한다면 최소한의 규모로 오픈하라고 요구했다. 30~60평 규모로, 고객이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오프라인 매점에서 상품을 찾아가는 ‘바로드림 서비스’ 형태로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것마저 안 된다면 교보문고가 지역서점의 기본시장인 참고서만은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앞의 두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 요구는 교보문고 측에서 수용했다. 일산점이 오픈한 이후부터 한시적으로나마 1년 6개월간 참고서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 1년 6개월이 지나면 교보문고의 참고서 서적 시장이 잠식이 시작될 것인데.
교보문고가 항구적으로 참고서를 취급하지 않으면 지역서점과 상생할 수 있다. 교보문고는 서적유통업계의 선도위치에 있는 기업으로서 고양시에 문화융성에 기여할 수 있고 우리 지역서점들은 생존을 지탱할 수 있다. 참고서는 교보문고가 표방하는 문화융성과 크게 상관없지 않은가. 교보문고가 항구적으로 참고서를 취급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에 관해서는 우리 측과 교보문고 측이 아직 협상 중이다. 교보문고 측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지역에 입점시키는 추세에 있는 교보문고가 참고서를 영구적 취급하지 않는 사례를 남긴다면 영업이익 측면에서 부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지역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지역서점이 처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지역서점이 많은 기대를 했던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에도 지역서점의 매출은 증대하지 않았다. 최대 10% 할인, 최대 5% 마일리지를 적용하는 도서정가제가 온라인서점에도 적용되지만, 온라인서점은 책값을 더욱 할인을 할 수 있게 하는 허점을 찾아낸다. 대표적인 것이 제휴 카드할인이다. 제휴 카드로 할인받을 경우 소비자들은 최대 책값의 25%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지역서점에 이익을 줄 것으로 기대되던 도서정가제의 최대 수혜자는 온라인 서점이 됐다. 도서정가제는 지역 오프라인 서점에게는 거의 유명무실한 제도인 것이다. 규모에서 밀리고 가격경쟁력에서 밀려 지역 오프라인 서점은 버티기가 무척 어려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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