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측, 참고서 1년6개월 취급 않기로

 

▲ 3216㎡(973평) 규모로 지난 3일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 개점한 교보문고 일산점은 향후 고양이 지역서점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문고와 교보핫트랙스 일산점이 지난 3일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 개점함에 따라 지역서점업계가 생존을 우려하며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보문고가 고양시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지난해 말부터 지역서점업계를 중심으로 떠돌시 시작했는데, 당시는 교보문고가 ‘바로드림 서비스’를 갖춘 중소형 매장으로 지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우세했었다. 따라서 이번에 개장한 교보문고 일산점이 예상보다 큰 3216㎡(973평) 규모로 개장했다는 점에서 지역서점업계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교보문고 일산점에는 7만종 10만여 권의 도서를 구비했고, 교보핫트랙스 일산점에는 문구, 음반 등을 갖춰 지역 도서·문구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태세다.

이에 따라 한양문고 주엽점, 정글북, 한양문고 화정점 등 고양시 30여 개 지역서점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해졌다. 지역서점업계는 “교보문고가 500평 이상의 규모로 지역에 진출했을 때 3년 내 문 닫는 지역서점 수가 최소 10개 서점이라는 통계가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고양의 지역서점 26개 연합체인 고양시서점연합회는 교보문고 일산점이 문을 열기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교보문고 측과 몇 차례 협의를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 교보문고 일산점 오픈 이후 1년 6개월까지 초·중·고 학습참고서를 서점 진열대에 배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교보문고 측으로부터 받아냈다.

김남인 고양시서점연합회장은 “학교 앞 서점은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지역서점 매출액의 약 70%가 학습참고서이다. 만약에 교보문고에서 학습참고서를 취급하게 되면 지역서점은 결정적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관계자는 “교보문고가 1년 6개월간 학습참고서를 들여놓지 않은 것은 고양시서점연합회와 상호 협의 때문이 아니라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제도를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중소기업 영역이나 소상공인들의 터전인 골목 상권에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이 제도에 따르면 대형서점이 지역서점 시장에 신규 출점할 때 1년 6개월간 초·중·고 학습참고서를 팔 수 없다.

문제는 교보문고가 참고서를 진열하지 않는 기간이 1년 6개월이라는 한시적 기간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1년 6개월이 지난 내년 11월 이후 교보문고 일산점이 학습참고서를 팔아 지역의 참고서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고양시서점연합회는 “교보문고가 영구적으로 학습참고서를 팔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 관계자는 1년 6개월 이후에도 이러한 지역서점연합회의 요구를 들어줄지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김남인 고양시서점연합회장은 “최근 중대형 서점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시장조사 결과가 있다”며 “시장규모만 확보된다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한 교보문고가 쉽게 학습참고서 시장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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