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호수자연생태학교 시민특강 ‘관경하다 - 비단길 풍경과 생태’

생태학자의 눈으로 진단한 비단길의 역설

호수자연생태학교가 주관한 첫 번째 시민 특강이 지난 23일 일산 호수공원 자연학습센터 강의실에서 열렸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이도원 교수를 초청해 ‘관경하다 - 비단길 풍경과 생태’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강연에는 사전 등록 정원인 30명을 훨씬 넘는 4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생태와 환경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의 눈에 비친 비단길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비단길로 이어진 삶의 여행
이도원 교수는 평생 쉬지 않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연구를 지속해 온 자신의 삶을 ‘여행’이라고 말한다. 그 여행의 출발지는 경남 고성의 작은 시골마을이다. 평범한 농촌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다양한 생물들이 마을의 주변에서 생태학적 다양성을 유지하며 공존했던 작은 우주였다. 서울대 문리대학교 산악회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역마살이 발동한다. 특히 남미의 험준한 설산에 등반했다가 선배 한 사람을 잃고 시신을 수습해 온 경험은 이도원 교수의 기억과 정서에 커다란 흔적이 됐다. 좁은 세상을 넘어 더 넓은 세상을 꿈꾸기 시작한 것도 그 경험이 가져다 준 영향이었다.
2000년대 들어 이도원 교수는 비단길과의 인연을 시작한다. 10여 차례에 걸쳐 서쪽으로는 지중해 연안의 시리아에서부터 동쪽으로는 산둥반도에 이르기까지, 드넓은 유라시아 대륙을 건너는 비단길 루트 곳곳을 답사한 경험을 책 속에 담았다. 별이 쏟아질 듯 밤하늘을 수놓은 초원에서의 야영은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환경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비단길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나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사막화였다. 현상이야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과 같지만, 이도원 교수는 사막화의 원인을 조금은 독특한 시각으로 진단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도한 농경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식목이 오히려 사막화를 재촉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무를 심는 것이 사막화를 부추겼다고? 청중들의 눈동자가 커진다.

나무가 자랄수록 물이 메마른다
우리나라에 황사를 가져오는 몽골지역 사막화의 원인으로 일반적으로 유목민들의 과도한 목축을 꼽는다. 하지만 이것은 한족 중심의 중국이 내세우는 주장이라는 것이 이도원 교수의 설명이다. 초원지대는 오래전부터 초목과 초식동물이 균형을 이루며 살아온 곳이다. 양과 염소, 소 등의 초식동물은 식물을 섭취하고 배설물을 통해 자원을 순환시키기 때문에 초원의 생태 균형에 적합한 구성원이다. 초지 생태계의 중추종인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 모택동이 주도한 문화대혁명 시기에 한족들이 대거 내몽골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농경을 시작한 것이 사막화를 가져온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이도원 교수의 해석이다.

더 놀라운 것은 사막화를 저지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나무 심기 운동이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헛수고일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실제로 오랫동안 몽골지역의 사막에 숲을 만들기 위해 나무 심기 운동을 벌였지만, 실제로 자리를 잡은 나무들은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공연히 노동력과 수분만 소비하고 말라죽어버렸다. 애초에 강수량 자체가 나무가 성장하기에는 극히 부족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나무가 생존을 위해 토양에 있는 수분을 빨아들여 증발시키는 양을 계산하면, 숲이 넓어질수록 땅 속의 수분은 메말라간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도원 교수는 다양한 자료와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견해를 개진한다.

사막화의 원인은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과도한 목축도 무시할 순 없지만, 기후변화에 따라 강수량 자체가 줄어들었고, 그마저도 농경과 식목에 소비되느라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층을 형성해야 할 물들이 나날이 말라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단길을 지나오는 황하강의 수자원이 사막을 지나는 동안 다 소비돼 하류에서는 아예 말라버리는 날이 일 년 중 260여 일이나 된다고 한다. 지하수의 수위도 매년 내려가 우물조차 말라버리고 있다. 나무를 기르니 물이 말라버린다는, 상식을 전복시키는 역설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케냐에서는 유칼리나무를 제거하는 조치를 실행하기도 했다.

생활속의 생태학에 대한 제언
강의의 결론을 요약하자면, 황사 증가는 사막화와 연결되어 있음이 명백하고, 건조지역의 초지 훼손의 원인은 기후변화와 농경, 목축의 복합적인 요인이며, 특별히 건조지역에서의 식목은 물 소비에 따른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몽골사막만의 현상은 아니다. 지하수의 수위가 나날이 낮아져가는 우리나라 역시 적절한 식목과 수자원 관리에 대해 근본적인 관점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강의의 말미에 이도원 교수는 자신의 다양한 도보 출근길 코스를 소개하면서 ‘생활 속의 생태학’을 간단히 소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승용차로 출근하면 아무것도 못 보고, 버스로 출근하면 조금 보이고, 걸어서 출근하면 세상이 훨씬 많이 보이지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천천히 관찰하는 것이 생태학의 시작입니다.”     

 

 

 

 

 

 

호수자연생태학교의 다양한 성인 대상 프로그램      
한편 호수공원의 생태호수 구간을 주 활동 무대로 삼는 호수자연생태학교는 올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교육 프로그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성인들이 먼저 생태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을 높여야 보다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근에는 장애인 생태교실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호수자연학습센터(031-923-3356)로 문의하면 다양한 성인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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