⓵동별로 시행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본격 가동
복지 사각지대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위기가정을 발굴하기 위해 동 단위로 실행되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올해부터 본격 가동된다. 고양시는 지난해 9개 동을 시범 운영했고 올해는 전체 39개 동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자원분배 시스템인 ‘다잇다’를 개발해 체계적인 자원분배가 가능하도록 했다.
동별로 10여 명의 협의체위원들이 활동하는 ‘동별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하 동협의체)’는 동장을 포함한 공무원 협의체위원과 다수의 민간 협의체위원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동네 구석구석을 탐방하며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찾아내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고양신문은 동협의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2회에 걸쳐 싣는다. 첫 회는 일산동구 백석2동 사례다.

귓속에서 바퀴벌레 알 나온 10대 형제
도배부터 가전제품까지 새집으로 탈바꿈
지난 18일 백석2동 동협의체 민간위원인 여미경씨를 통해 모인 봉사단원들이 방문한 곳은 10대 초반 청소년 2명과 할아버지가 사는 집이다. 부모 없이 조부와 함께 사는 형제들의 위생상태와 살림살이는 여느 가정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었다.
상한 음식을 먹었는지 배가 아파 병원에 데려가 보니, 아이의 귓속에서 바퀴벌레 알이 잔뜩 나왔다. 학교 담임교사가 아이의 가정상태를 가장 먼저 인지했고 곧바로 백석2동 동협의체에 의뢰를 했다. 천동명 백석2동장을 포함한 17명의 동협의체 위원들은 두 차례의 회의를 통해 긴급 지원 절차를 결정했다. 이후 가정을 방문해 1차 대청소를 하고, 지난 18일에는 아예 도배를 다시 하고, 집기에 이르는 모든 생활용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2차 대청소를 실시했다.
천 동장은 “가정에 처음 방문해 보니 집안의 모든 곳에 바퀴벌레 알들이 새카맣게 붙어있었다”며 “아이들 옷과 문틈, 냉장고와 세탁기까지 바퀴벌레가 없는 곳이 없어 대대적인 청소가 필요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바퀴벌레 알 등으로 오염된 옷은 모두 수거해 버리거나 삶아 빨았고, 세탁기와 냉장고는 후원단체의 지원을 받아 새로 들였다. 냉장고의 상한 음식도 모두 버렸다.
이날 가장 큰 도움을 준 단체는 여미경 협의체위원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봉사단체인 ‘시민로스쿨로얄12기봉사단(회장 안상철)’이다. 10여 명의 봉사단과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들은 4시간에 걸쳐 집기를 들어내고 옷을 세탁하고 음식을 버리고 집안을 다시 꼼꼼하게 청소했다.

협의체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수재 일산21세기병원 부장은 아이들의 옷을 마련하기 위해 병원에서 바자회를 열기로 약속했다. 동 복지담당 공무원들은 지속적으로 아이들의 상황을 관찰하기로 했고, 청소를 직접 한 봉사단체 회원들은 앞으로도 가정에 정기적으로 방문하기로 했다.
여미경 협의체위원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할 사람이 없어서 위생이 엉망이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원들이 돌아가며 자주 방문하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며 “앞으로 청소하는 법, 세탁하는 법, 음식 관리하는 법 등을 형제들에게 하나하나 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성진 고양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은 “보통은 동별로 10여 명의 협의체위원들이 조직돼 있는데, 백석2동은 평균을 훌쩍 넘긴 17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전문성이나 적극성 면에서 타 동에 비해 월등히 우수해 동협의체의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처럼 협의체위원들을 통해 민간봉사단체가 합류한 것 또한 좋은 사례”라며 “일반 시민들도 어려운 이를 발견했거나 봉사할 곳을 찾고 있다면, 주저 없이 주민센터에 방문해 동협의체의 활동사항에 대해 문의할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