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위원회 역할과 활성화 방안’ 주제 토론회
이재준 더민주 고양시갑지역위원장 첫 행사
지역 당원에 공직 후보자 선출권 돌려줘야
120여명 시민, 지역정치 복원 열띤 토론 펼쳐

지난달 22일 덕양구 화정동 아벨리스컨벤션 웨딩홀에서 ‘지역위원회 역할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과 고양시갑 지역위원회가 주최한 이 토론회는 이재준 경기도의회 의원이 더민주 고양시갑 지역위원장으로 선임된 후 갖는 첫 번째 ‘우터리(우리 터놓고 이야기 합시다)’ 행사였다.
이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지역에서 주민의 삶과 애환을 함께 나누는 것이 진정한 정치이고, 지역에서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책임과 권한이 돌아가야 한다”며 “이제는 지역위원회를 주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발제 : 박혁 동국대 객원교수
사회 : 윤용석 고양시의회 의원
패널 :
권금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문화연대 집행위원
이철민 전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장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
김현국 미래와 균형 연구소장, 전 경기도교육청 정책기획관
신정현 리드미 관장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각 분야의 전문가와 패널, 120여 명의 일반 시민들은 한국 정치의 토대가 되는 지역위원회의 현재 모습을 냉정하게 진단했고, 주민들 속에서 어떻게 소통하며 그 역할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토론회의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발제 : 정당정치의 지역화와 민주화(박혁 정치학 박사)
오늘 준비한 발제문의 제목처럼 정당의 지역조직과 지역정치가 활성화돼야 정당의 민주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오늘과 같은 토론회가 그런 현실을 개선해 나가는 첫 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의 자치와 분권, 즉 지역정치의 복원을 통한 정당개혁을 화두로 이야기를 진행하겠다.
민주주의 이념과 지역정치의 현실
정치에서 지역이란 무엇인가. 먼저, 민주주의에서 지역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한국 정치 현실에서는 지역이라는 것이 지역주의라는 말에서 보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사실 민주주의에서 핵심은 바로 지역에 있다.
민주주의(democracy)란 말의 의미를 살펴보자. 고대 그리스에서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시작된 계기는 클레이스테네스(BC 570~508) 왕의 개혁을 통해서다. 그 개혁의 핵심은 4개의 큰 부족으로 이뤄져 있던 혈연연합을 10개의 지역(deme)연합으로 나누고 그것을 국가의 이념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즉, 혈연연합을 지역(deme)연합의 질서로 바꿔 demos(일반시민, 민중)가 cracy(통치)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이 democracy(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이처럼 ‘지역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연합에 기초한 지배체제’를 말하기 때문에 “지역 위에 지역 없고, 지역 밑에 지역 없다”는 것이 원래 이념이다. 민주정치의 핵심은 중앙 집중의 원리가 아니라 지역 간 평등에 입각한 연합과 분권 그리고 자치를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당의 지역조직화를 가로막는 정당법에 근거한 지구당 폐지는 지역 정치의 위축을 낳았고, 이는 곧 민주주의의 후퇴 또는 민주주의가 공동화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주의만 팽배하고 진정한 지역정치는 사라져버렸다. 지역주의에 함몰된 20대 총선 결과가 지역정치의 부재라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지역정치를 확대하고 지방정치를 활성화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민주화 운동이다.
지역정치의 부재로 빚어진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
한국 정당정치의 모든 문제는 사실 지방정치가 부재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앙당의 비대화와 지역위원회의 왜소화로 인해 수직적 권력분립이 사라졌고 지역과 중앙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서 지역에서 중앙당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져버렸다.
민주정치에서 가장 핵심은 반응성과 책임성이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하지만 허울 뿐인 풀뿌리 민주주의로 인해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 민심에 반응할 필요조자 느끼지 못하며 반응성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앙당이나 지역위원회조차도 평소에 하는 일이 별로 없다. 루소가 말한 것처럼 ‘국민들은 투표를 할 때만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가는 상황’이 반복된다. 지역위원회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정치 참여와 소통의 통로의 역할을 상실하고 선거운동기구로 전락해버림으로써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중앙당의 무제한적 권한도 문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부재로 인해 지역의 정치 지망생들은 지역에서 지역민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공천권을 가진 중앙 정치인에게 줄을 서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고, 핵심당원을 확보한 중앙의 기득권 정치세력에 의한 의사결정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위원회의 활동에도 문제가 많다. 지역위원회의 활동이 국회의원 개인 활동에 중심을 두다보니 지역에서 정당활동이나 정치활동은 사라지고 의원 개인과 지지자, 유권자로서의 관계만 남아버렸다. 그나마 지역위원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한 활동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당의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활동과 과정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정당에 대한 충성심과 정체성은 낮아지고 이로 인해 정당이 이합집산 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정당의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지역정치 강화를 위한 몇 가지 제안
1. 지역위원회의 조직적 측면
우선, 조직적 측면에서는 분권과 자치를 토대로 한 연합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정치, 지역분권에 근거한 정당 활동이 활성화된다면 민주당 고양시지부가 아니라 고양시민주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광주시민주당, 대전시민주당, 대구시민주당과 같은 지역정당이 생기고 이들이 연합해 새로운 중앙당을 만든다면 중앙과 여의도 중심의 정치를 혁신하고 지방자치와 지역분권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위원회를 임의기구에서 공식적인 정당조직으로 전환해야한다. 지금은 당협위원회나 지역위원회가 정식 조직이 아니고 임시조직이지만 지난 6월 김태년 의원이 지역당을 공식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개정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역위원장을 중앙당이 임명하는 대신 지역당원이 실질적으로 선출해 지역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할 필요도 있다. 국회의원이 곧 지역위원장이 되는 관행도 깨야한다. 또한 지역위원회의 하부단위를 더 작게 쪼개 주민과 당원들의 실질적인 참여와 일상적인 모임과 활동이 가능한 조직형태로 재편해서 상향식 의사결정 과정을 구축해야한다.
기득권화돼 있는 핵심당원 조직을 벗어나 다양한 계층과 세대, 특히 청년 세대로 확대해서 자율적 네트워크 조직을 구성해야한다. 지역위원회의 모든 자원이 지역위원장 1인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조직과 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2. 지역위원회의 역할적 측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후보자 등 공직 후보자의 실질적 선출권을 지역 당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원내 정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당 정책위원회 등에 지역위원회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역민들의 삶에 밀착된 풀뿌리 정치활동이 중앙과 지방정부 그리고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3. 지역위원회의 활동방식 측면
현재 지역위원회의 각 위원회나 당협위원회와 같은 하부조직들은 계층별·직업별 투표 동원 조직의 활동만 하고 있다. 지역위원회는 평상시에도 교육, 보육, 교통, 치안, 주거, 공원 등과 같은 더 나은 삶과 직결되는 분야들에서 주민들이 문제를 스스로 발굴해 개선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지원하고 지역당원들의 참여와 활동 공간을 보장해야한다.
지역위회회가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엘리트의 발굴과 육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한다. 특히 청소년, 청년, 여성 등 특화된 대상에 대한 멘토링과 정치교육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패널토론
이제 패널 토론을 진행하겠다. 한 분당 5분정도씩 토론을 진행하고 박혁 교수님이 마무리 발언을 하는 것으로 하겠다. (윤용석 고양시의회 의원)
권금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제가 생각하는 지역정치란 이런 것이다. 지역정치가 때로는 지역감정으로 소구될 수도 있지만, 진정한 민주적 지역정치란 그 지역만이 잘 살기 위함이 아니라 어느 지역이나 같이 잘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마음을 열고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듣기 싫은 이야기도 서로 나누면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우리 편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철민 전 민족문제연구소 고양·파주지부장
정치라고 하면 보통사람들은 우리 일상생활과 관계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했는데 요즘은 좀 달라진 것 같다. 지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예산과 권한과 자치권이 주어져야 하는데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중앙 정치세력은 그럴 의지가 없다.
지역위원회가 시민단체·노동운동단체·청년·장애인들이 참여해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돼줘야 한다. 지역위원장이 바뀌더라도 그 풀뿌리 조직은 그대로 갈 수 있어야 지역주민들이 계속 동참할 것이고 그렇게 튼튼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면 중앙에서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영아 고양신문 대표
오늘 이 자리가 지역의 주요의제를 챙겨온 이재준 의원을 중심으로 한국정치가 진정한 지역자치를 이루는 혁신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성장과 분배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정말 중요한 문제다. 그 결정권은 당연히 국민에게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정치는 국민에게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고 어떤 국가를 원하는지를 묻지 않는다.
따라서 내용적 측면에서는 지역위원회가 지역주민에게 당신은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고 어떤 국가를 원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토론하고 공부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의제를 통해 자치와 민주주의를 연습하고 그 연습이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고 우리가 풀어야 할 국가의 의제를 설정해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형식적 측면에서는 지역자치를 존중해야 한다. 지역에서 주민들이 후보자를 직접 선출하는 실질적 권한을 갖게 되면 국회의원들이 독점하고 있는 시스템이 분배될 수 있을 것이다.
권력과 돈은 집중될 수록 가진 사람이 더 불행해진다. 따라서 분배의 문제가 우리시대의 화두가 돼야 하고, 지역을 중심으로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중앙정치는 이념보다는 권력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이념은 부수적 요소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현국 전 경기도교육청 정책기획관
어떤 탁월한 중앙의 공무원도 지방을 다 알 수는 없다. 지역의 문제는 지역이 가장 잘 안다. 독일이나 스위스는 국세·지방세의 개념이 사라졌다. 지방정치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중앙집권적 사고방식을 벗어나 지방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지원해주는 지역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그리스의 시리자, 캐나다의 자유당 같은 경우 지역에서 갖가지 민생이슈를 해결해 가며 결국 제 1당으로 등극했다. 지역정당 활동이 건강해지려면 일상 활동을 조직하고 수행해야 한다.
신정현 리드미 관장
정당의 근본적 목적은 정권의 획득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은 ‘내가 정권획득의 수단이 된다’는 느낌 때문에 정치를 혐오하고 싫어하게 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지역정치에서는 정권획득보다는 사람이 먼저 중심이 되면 좋겠다.
지역위원회는 청년이나 여성 그리고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아픔을 공감해주는 역할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지역위원회에 속한 나 자신이 또 다른 이재준 위원장이 되어 현장 속으로 들어가 시민들의 아픔과 애환에 귀 기울이고, 그 문제를 위원회 내에서 의제화해서 함께 해결하는 조직 내의 수평적 의사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당원으로서의 청년은 선거운동원으로서만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평상시에도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여 미래의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지역위원회가 활성화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삶을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좋은 정치의 부재 때문이다. 좋은 정치는 좋은 정당이 만든다. 좋은 정당은 좋은 지역위원회가 있어야 가능하다. 새롭게 출발한 고양시갑 지역위원회가 그런 좋은 지역위원회의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마무리 발언
박혁 교수
세 가지 키워드로 마무리 하고 싶다. 지역소외, 지역사랑, 지역 정치 엘리트다. 지금의 지역정치 부재의 문제는 지역소외에서 비롯됐다. 다름 아닌 지역의 주민들로부터 지역정치가 소외받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랑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치의 핵심은 정치적 소명의식이다. 지역위원회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이런 소명의식 또한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의식을 믿고 학습하면서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정치 엘리트를 육성해 지역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을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재준 위원장
오늘 발제자, 토론자, 플로어에서 의견을 주신 시민들의 소중한 목소리를 잘 귀담아 듣겠다. 정치를 하는 목적은 사람과 미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공감은 잘 하지만 동감은 잘 못하는 것 같다. 지역위원회와 정당이 지역사회와 주민의 삶속에서 녹아나서 정책이 표출될 때 그것이 바로 살아있는 동감의 정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행사를 동별로, 주제별로 지속적으로 열어가면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겠다. 내 주변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분노하며 그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늘 약자의 편에 서있겠다. 지역주민들과 늘 상의하고 함께 걸어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