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한국청소년문화연대 조인핸드 회장

청바지 한 번 못 입어본 법학도가
이젠 끼 많은 청소년들 위해 후원
'
여자친구'의 유주, '엑소'의 디오 길러내

한국청소년문화연대 조인핸드 박상돈(68세) 회장은 끼 있는 청소년들의 열정어린 후원자다. 15년 동안 조인핸드를 이끌며 청소년들이 춤, 노래 등 예술적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연습무대를 제공해왔다. 조인핸드의 무대를 통해 배출된 이들 중에는 동방신기 시아준수, 슈퍼주니어 신동과 은혁, 원더걸스 예은 등 유명 아이돌가수들도 있다. 최근에는 인기절정의 여자친구에서 활동하는 유주, 엑소에서 활동하는 디오도 조인핸드 출신이다.

31개 자치단체 청소년들이 대거 참여하는 경기도 청소년 예술제에서 고양출신 청소년들이 락밴드·가요·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조인핸드를 통한 박 회장의 열정어린 후원 덕분이다.

이렇게 끼 있는 청소년들에 의해 늘 둘러싸여 있을 것 같은 박 회장은 젊은 시절 법학도였다. 법조계에서 일한 부친의 영향으로 30대 후반까지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책상물림이었다. 당시에 판검사가 되려고 했던 이유가 출세를 하려는 것보다 말 그대로 이 사회의 정의를 이루겠다는 명분 때문이라고 말할 만큼 고지식한 젊은이였다. 박 회장은 20대 대학시절 조차도 청바지를 입어보지 못했다. 입어보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청바지를 불량문화의 대명사로 여길 정도였다. ‘딴따라’와 체질적으로 맞지 않다고 여겨왔던 박 회장이 지금 끼있는 청소년들의 ‘아버지’가 된 것은 역설적이다.

“저는 자라면서 문화생활을 많이 못했어요. 원칙적으로만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책상머리에 앉아 법공부나 하고 점잖은 체 했어요. 지금도 춤을 전혀 못 춰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춤을 추는 걸 보는 것은 좋아해요. 청소년 시절 폭넓은 삶을 살지 못한 제가 춤을 추는 지금 아이들의 에너지를 보고 있으면 막 좋은 거예요. 공부를 잘하는 것 보다 자신의 끼를 발견하고 그 끼대로 사는 사람이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 끼와 열정을 펼치는 청소년을 보면 즐겁다는 한국청소년문화연대 조인핸드 박상돈 회장. 그는 조인핸드를 15년째 이끌고 있다.

박 회장에게 청소년 문화사업은 누구에게 보여 주려고 했던 일도 아니고, 누구에게 굽실거리며 이득을 챙기려고 했던 일도 아니다. 그에게 이 사업은 ‘스스로 좋아서’ 했던 일이었다.

박 회장이 한국청소년문화연대 조인핸드를 15년 전에 만든 작은 계기는 한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였다. ‘화정로데오 거리는 청소년들이 배울 것 하나도 없는, 절대로 다니면 안 되는 거리’라는 말이 당시 화정 로데오거리 초대 상가엽합회장을 맡고 있던 박 회장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던 것이다. 이 말을 들은 박 회장은 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졌을 뿐 무엇부터 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고.

“화정 로데오거리가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청소년들에게 뭔가로 보답해야겠다는 단순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거창한 비전이 없었어요. 청소년들에게 건전하게 놀 수 있는 마당을 줘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온 겁니다.”

박 회장은 신동영 전 시장, 황교선 전 시장, 강현석 전 시장 등 역대 고양시장이 새롭게 취임할 때마다 청소년이 놀 수 있는 무대다운 무대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가 현재의 덕양구 화정 로데오거리의 중앙공원 무대다.

음악을 틀어놓고 청소년들이 춤을 추는 무대를 만들면 주위 사람들이 시끄럽다는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럴 때마다 박 회장은 항변했다. 제한된 시간을 조금 참을 것인지, 아니면 청소년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문화를 훼방할 것인지 잘 생각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했다.

현재 조인핸드 사무실은 지난 4월 덕양구 관산동에 둥지를 틀었다. 관산동으로 옮기면서 청소년 문화콘텐츠센터에서 댄스·미술·오케스트라·보컬·치어리딩 등 다양한 분야의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청소년문화콘텐센터가 있는 관산동 178-52번지 일대는 이제 청소년 문화가 꽃피는 지역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 청소년들의 꿈은 끼와 열정을 펼치는 것이다. 젊은 시절 마음껏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했던 박 회장의 꿈은 이러한 젊은이들을 통해 늦게나마 펼쳐지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어쩌면 나에게 청소년 문화사업을 하는 기회를 주려고 당시의 젊은 시절 판검사가 되려는 포부를 앗아 갔구나라는 생각 말입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