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공간(2) - 애니골 ‘갤러리카페 밀’

풍동의 먹거리마을인 애니골을 수없이 오갔으면서도 ‘갤러리카페 밀’을 몰랐다. 그럴 만도 하다. 2층도 아닌 3층에 있다보니 선뜻 눈에 띄진 않는다. 더군다나 1층과 2층이 나름 이름난 식당이어서 식당 옥상의 휴게공간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눈여겨보니 간판도 크게 걸려 있고, 진입하는 계단도 건물 측면에 시원한 대각선을 그으며 직선으로 뻗어있다. 천천히 계단을 오른다. 우측 벽에 전시를 알리는 멋진 현수막이 걸려있고, 입구에는 각종 언론과 방송에 소개된 이력도 한데 모아 놨다. 문을 열기도 전에 기대감이 부풀어오른다.

 

야외 테라스. 직사광선을 가린 그늘 아래서 차 한 잔 마시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미술전시공간과 멋진 카페가 한 곳에

안으로 들어서니 멋진 갤러리가 방문자를 반긴다. 신진작가 최소윤의 개인전 ‘꿈꾸다 展’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처럼 이상의 세계를 향한 동경의 기운을 담은 참신한 작품들이 걸려있다. 전시 공간은 닫힘과 열림이 무척 조화롭고 깔끔하다. 테이블에는 작품 이해를 돕는 카탈로그와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방명록도 놓여있다. 바로 옆에서 풍겨오는 커피 향기와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소곤거림이 갤러리 특유의 긴장감을 희석시켜 주는 까닭일까.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 한결 느긋하고 편안하다. 한 작품 한 작품 천천히 감상한 후 느긋하게 커피를 주문하러 발길을 옮긴다.

 

갤러리와 카페가 함께있는 실내는 넓으면서 아늑하다.

 

쾌적하고 분위기 있는 야외 테라스

카페 공간은 넓으면서도 아늑하다. 넓은 창을 통해 은은한 채광이 실내를 감싸고 있고, 곳곳에 작은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장식돼있다. 의자의 소재와 모양을 다채롭게 변화를 준 것도 눈에 띈다. 실내 공간도 멋지지만, 인기가 좋은 자리는 아무래도 탁 트인 야외 테라스다. 파라솔과 차양, 차광천으로 직사광선을 가린 그늘 아래 테이블이 13개나 된다. 최근 서울의 이태원 등을 중심으로 분위기 있는 옥상 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데, 갤러리카페 밀의 야외 테라스는 일찍부터 단골손님들로부터 분위기 명소 1순위로 꼽힐만큼 입소문이 났다. 벽돌담 난간 너머로 푸르른 녹지가 눈을 시원하게 한다. 바닥은 산뜻한 초록색의 인조잔디위에 나무 데크를 깔아 한껏 멋을 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부터가 바야흐로 야외 테라스가 가장 각광받는 시즌이다. 해가 저물고 조명이 불을 밝히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니 조만간 늦은 시간에 한번 와 봐야겠다.

 

 

카페 곳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도 가득해 볼거리도 많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와 우유빙수 인기

갤러리카페 밀은 공간만큼이나 메뉴도 훌륭하다. 커피는 최고급 원두를 받아 직접 로스팅한다. 갤러리카페 밀만의 고유한 커피 맛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재료를 엄선해 직접 만든 수제차는 계절에 맞춰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다. 홈메이드로 만드는 브런치 메뉴는 가격도 부담 없고 알차다. ‘베스트셀러’는 100% 눈꽃빙수다. 공신력 있는 맛 평가단으로부터 고양의 빙수맛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여름이 제철이지만 시원하고 달콤한 맛에 반한 손님들이 “빙수 먹으러 일부러 온다”고 할 만큼 연중 내내 주문이 끊이지를 않는다. 끊임없이 메뉴 조정과 레시피 개선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윤선혜 관장은 “갤러리 운영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서 음료나 식사의 질을 소홀히 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예요. 제 스스로가 용납이 안되거든요.” 뭐든 하나를 하면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파고든다니, 은근히 완벽주의자다.

 

 

작가에게 공간을, 손님에게 문화를

갤러리카페 밀, 뜻은 뭘까? 의미보다는 발음과 형태에 초점을 맞춰 선택한 이름이란다. 발음하기 좋은 ‘밀’이라는 이름을 표기하면서 ‘M’과 ‘l’ 사이에 다섯 명의 사람(iiiii)을 세워놓았다. 뭔가 호기심에 찬 사람들이 사이좋게 모여 들어 웅성거리는 형상이다. 로고에서부터 미술적 감각이 묻어난다.

갤러리카페 밀은 3년 전 문을 열었다. 그동안 매해 10여 차례 다양한 장르의 크고 작은 전시를 열었다. 주로 전시공간이 절실한 실력 있는 신진 작가들이 기회를 얻었다. 카페 대표 겸 갤러리 관장인 윤선혜 관장은 사실 오랫동안 일산에서 이름난 입시미술학원을 운영했다. 미술과 관련된 새로운 사업을 찾다가 갤러리카페를 열게 됐다. 신진 작가들에게는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일반인들에게는 보다 가까이서 예술을 대하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어서다. 처음에는 카페에 전시공간이 있다는 게 낯설어 문을 열었다가 되돌아나가는 손님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새로운 전시 날짜를 기다렸다가 새로운 작품을 만나러 오는 손님들도 많다. 상업공간과 미술 전시공간을 균형 있게 운영하며 예술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켜나가는 윤선혜 관장의 내공이 만만찮아 보인다.

윤선혜 관장은 일산에서 오랫동안 미술입시학원을 운영하다 3년 전 갤러리카페 밀 문을 열었다.

 

고양은 100만 인구가 살아가는 대도시가 됐지만 미술작품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전시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 갤러리카페 밀과 같은 문턱 낮은 미술관의 존재가 더없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두어 달 전 가까운 이웃에 자리잡고 있는 피노 레스토랑에서도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을 개관했다. 두 곳의 ‘카페+갤러리’가 나란히 연결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듯. 점진적으로는 두 공간을 중심으로 애니골이 예술을 중심에 둔 문화벨트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느긋한 행복을 전해주는 차 한 잔,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 상쾌한 야외 테라스, 거기에 감성을 충전해주는 미술 감상까지. 갤러리카페 밀은 일상 속 한나절을 멋지고 특별한 시간으로 꾸며줄 다양한 레퍼토리를 장착하고 있다.

 
갤러리카페 밀 전시

 

 

송현진 작가의 ‘4, 2 좋게展’ , 9월 8일부터

갤러리카페 밀에서 전시 중인 최소윤 초대개인전 ‘꿈꾸다 展’은 9월 4일까지 열린다. 9월 8일부터는 송현진 작가를 초청해 ‘4, 2 좋게展’이라는 새로운 전시를 연다. 귀여운 그림 속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일깨워 줄 사랑스러운 전시다.
문의 031-905-8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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