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현 국민연금공단 고양지사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자로 시행되었다. 벌써부터 여러 매체들이 이 법의 취지와 세부사항을 앞다퉈 보도해 왔기에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정(情)’을 키워드로 하는 평균적인 한국인의 정서상 명절 등 절기에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움이고 관행이었다. 그러나 그 오랜 관습에 묻어 선물의 형식을 빌렸지만 권력관계로, 이해관계로 그 결과가 범죄로 뿌리 깊게 왜곡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 무엇이 부정청탁이고 금품수수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역사 앞에 바로 서는 것일까?“이건 괜찮아!”하는 게으름, 무지도 문제이겠지만 제일 큰 적은“난 아니야!”라는 교만함일 것이다. 이러한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등이 일절 없는 상태가 ‘청렴’일 것인 바, 내게 청렴은 다음과 같이 정의 되었다. ‘청렴은 신독이다. 청렴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것이다. 청렴은 약속이고 실천이다. 청렴은 과거이고 오늘이고 내일이다. 청렴은 용기이고 혁명이지만 청렴은 역발상이고 청렴은 일상이다. 청렴은 나이고 너이고 우리다.’

  생각해보니 불법과 청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항상 같이 존재하는 것이고, 자칫하면 청렴으로 시작했으나 불법으로 결과 되어 지기 쉽다는 것이다. 편법과 원칙, 관습과 원칙, 융통성과 원칙, 눈치(또는 형식)와 원칙, 연륜과 원칙 등 여러 가지 사소한 습관과 원칙 간의 끝없는 싸움인 것 같다. 어쩌면 많이 학습하고 백번을 각오한 후 막상 청렴을 실천하려면 우리는 부자연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맞다. 부자연스러움에 당당하고 의연함으로 낯설음이 낯익도록 해야 한다.

  마음은 전달되게 되어있다. 굳이 선물이 아니어도 된다. 미풍, 관습을 가장한 미적거림은 선물이 뇌물이 되게 한다. 국제 투명성 기구(TI)가 올 1월 발표한 2015년 부패지수(투명성)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175개 국 중 37위를 차지하였다. 100점 만점 중 덴마크가 91점으로 1위, 핀란드 90점, 스웨덴 89점으로 다수의 선진국은 상위에 랭크되었지만 우리나라는 57점으로 조사되었다. 이들 국가의 청렴성이 부러운 것은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오늘의 부러움을 내일의 우리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모든 일에 ‘청렴이 일상이 되게 하는 것’이다. 청렴은 학술적이거나 철학적이거나 복잡다단한 것이 아니다. 청렴은 일상이며 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긴 폭염 뒤 찾아온 가을이다. 문득 바라본 가을하늘이 청명 그 자체다. 시인의 말처럼 ‘손대면 쨍하고 깨질 듯’ 파란 하늘이 높기만 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청렴의 얼굴이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모든 어려움을 떨어내고 소망을 맛보는 높푸른 하늘의 모습이며, 무릇 만들기는 어렵지만 깨기는 쉬운 그런 것!’

  오늘이 내일되고 내가 우리가 된다. 그리고 한 번이 계속이 되고 영원이 된다. 그러므로 지금 내가 바꿔야 한다. 관습도 허울도 그 무엇도 원칙 앞에 내려놔야 한다. 방심하면 나 또한 역사 앞에 부끄러운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실천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이다. 이제는 청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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