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의 대표, 전국 시·도 교육감과의 대화 『교육대담』 출간

(사)행복한미래교육포럼 최창의 대표가 최근 신간 '교육 대담'을 펴냈다.

 

교육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교육감은 어떤 이들이며, 어떤 정책들을 펼치고 있을까? 교육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질문을 속 시원히 풀어 줄 『교육 대담』(살림터)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전국의 시·도 교육감을 만나 대담한 내용을 담았다. 17개 시·도의 교육감을 빠짐없이 만난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에 교육 정책과 철학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책의 저자는 고양에서 교육운동을 펼치고 있는 (사)행복한미래교육포럼의 최창의 대표다. 경기도교육의원을 지냈고, 지난 번 교육감 선거에 경기도 교육감에 도전하기도 했던 최 대표를 주엽동에 있는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도서관에서 만났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두 달 후인 6월에 교육감 선거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교육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절박한 민심이 반영됐기 때문일까, 17개 시도교육감 중 13곳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다. 나머지 4곳의 보수 성향 교육감들도 변화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지금의 교육감들은 학생들의 비극적 희생 속에서 탄생된 이들이기에, 교육의 개혁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하게 품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과연 교육감들이 국민들의 요구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마침 보리출판사에서 발행하는 학부모 월간지 『개똥이네 집』에 교육감들과의 대담을 연재할 기회를 얻어 지난 해 3월부터 전국 17명의 교육감을 한 달에 한명씩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쌓인 연재물을 다듬어서 책으로 묶었다.

대담은 순조롭게 진행됐나.
교육감들이 워낙 바쁜 이들이라 일정 잡기가 쉽진 않았다. 어떤 경우는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자리 만들기까지 애를 먹기도 했고. 하지만 어린 시절,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질문하며 편안하게 대화를 유도하니 대개 진솔한 목소리를 들려줬다. 각자가 의욕 있게 펼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선 시간을 연장해가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핵심은 아무래도 학교와 교실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또한 학부모와 지역 교원들에게 바라는 점을 듣기도 했다.

진보 성향과 보수 성향 교육감의 정책적 간극이 멀던가.
편의상 어느 한 성향으로 분류하곤 하지만 사실 교육관은 개별적으로 다 달랐다. 진보 성향으로 일컬어지는 교육감이 특정 정책에 대해 보수적 견해를 가져 놀란 적도 있다. 보수 성향 교육감 중 한 분은 자신이 정치적으로는 보수지만, 교육정책은 무척 진보적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서로의 결은 각자 달랐지만, 모든 교육감이 공통적으로 과거와 같이 지식을 일방 주입하는 시교육으로는 교육의 미래가 없다는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었다.

대담을 진행하며 느낀 희망과 아쉬움은.
모든 교육감이 토의, 토론,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고자 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었다. 또한 과거 권위적이었던 모습을 벗어나 기본적으로 청렴을 추구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고, 지역주민과 학부모, 교원들의 의견을 들으려는 자세도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추진하는 정책들이 교실 안까지 도달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구호는 희망적인데 실천은 아직 요원하다고나 할까. 학생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보다 집요한 시스템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책이 어떤 이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나.
교육의 현장에 서 있는 이들은 본인이 속한 현실에만 매몰되지 않고 우리나라 전체의 교육의 현주소를 조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교육행정가나 정책 연구자들은 자신이 펼치는 정책을 되돌아 볼 거울이 될 것이다. 일반 독자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의 교육감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정책을 펼치고자 하는가를 살펴보면 흥미롭지 않을까.

책 속에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의 진솔한 목소리와 교육 철학이 담겼다.

 

본인의 교육 비전과 철학을 들려달라.
교육의 출발도 결론도 오직 아이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지금의 교육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를 늘 성찰해야 한다. 교과서와 시험, 입시제도 전반이 아이들의 삶에 자신감과 행복을 안겨주는가, 열등감과 좌절에 빠지게 하는가를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이 행복하게 이어지도록 하는 게 교육의 사명이다. 그러려면 한 명의 일등을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365명이 365개의 길을 가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책을 쓰면서도 그런 생각을 더욱 굳히고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되었다.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가능할까.
교사에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자 본분으로 생각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시행되는 임명제 교장제,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점수 중심의 승진제도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만 교사들이 아이들 가르치는데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학부모들도 모든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목소리를 내야지, 자신의 아이만이 경쟁의 우위에 서게 하려고 이기적인 목소리를 높여서는 곤란하다. 학교가 학부모위에 군림하던 옛날을 그리워할 순 없다. 교사와 학부모의 공동체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전환하는 노력을 교육청이 지원해야 한다.

혁신학교와 자유학기제에 대한 의견을 들려달라.
혁신학교는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만 기다릴 수 없다는 절실함에서 교사와 학부모들이 나서 탄생시켰다. 상당한 성과를 내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도 했지만, 최근 과도한 실적주의의 조급성에 발목이 잡혀 초기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욱 깊이 있는 교육실천을 통해 우리 교육의 대안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자유학기제도 혁신학교의 토양에서 싹 튼 열매다. 다만 모든 학교에 전면적으로 실시하다보니 획일화의 우려가 있다.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쳐 학부모들이 불안해한다. 엉뚱하게도 사교육 시장에선 이 시기에 당신의 아이를 차별화해야 한다고 부추기며 악용하려 한다. 자유학기제의 내용을 내실 있게 하기 위해 역량을 좀 더 집중해야 한다.

개인적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1982년 교사 생활 시작했고, 고양시와는 1985년 흥도초등학교에 부임하며 인연을 시작했다. 당시 막 싹이 튼 전교조 교육민주화 운동의 씨를 뿌리는 역할을 하다 능곡초등학교에서 해직됐다. 이후 학교 밖에서 전교조 합법화 활동과 함께 고양시민회 등 시민운동에 힘을 보탰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1998년 행신동 성신초등학교에 복직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권위적 풍토 등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정책적 대안들을 제도적 결정기구 속에서 제시하고자 2002년 경기도 교육의원에 출마해서 이후 3선을 했다. 또한 지역에서 7년전 (사)행복한미래교육 포럼을 만들어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 2014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으나 진보 진영 후보가 현 이재정 교육감으로 단일화되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경기교육 희망네트워크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고, 경기도 교육연구원 비상근 초빙연구원이기도 하다.

(사)행복한미래교육 포럼은 어떤 활동을 펼쳤나.
2009년 10월 9일 한글날 창립. 교육문제는 누구나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과제임에도 다양한 구성원들이 만나 공론하는 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2009년 창립했다.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교육과 관련한 토론과 세미나다. 주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일제고사 문제, 박근혜 정부의 자유학기제 시행, 경기도 교육청의 혁신학교 정책, 고양시 혁신교육지구 시행 등 시기적으로 주요한 정책들을 다뤘다. 두 번째는 교육과 관련한 정보와  흐름을 알려주는 강연이다. 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교육 전문가와 실천가들이 강사로 초청된다. 포럼과 강연은 지난 8년동안 80여 차례 꾸준히 열었다. 마지막으로 교육현장의 구체적인 변화를 위한 조직적 운동의 구심점 역할도 한다. 직접적으로 학생들과 함께 하는 500인 원탁 토론 벌인 적도 있고, 고양시의 교육 방향을 주제로 시민들과 함께 하는 300인 토론을 열기도 했다. 현재 670명 회원들이 포럼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의미 있는 대안들을 꾸준히 제시하며 경기도의 교육단체 중 가장 활발한 포럼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자평한다. 

최근 손바닥 헌법책 읽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는데.
헌법은 나라의 운영 제도를 담아 놓은 모체가 되는 법인데도 일상과는 멀리 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헌법 전문을 한 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사실은 130쪽 밖에 되지 않는 양이다. 헌법을 제대로 알아야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3권이 분립된 국가 운영의 명확한 얼개를 인식할 수 있다. 결국 헌법을 올바로 알아야 대통령,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우리가 뽑은 선출직 대표들에게 헌법에 입각한 올바른 정치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 취지에서 작은 헌법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읽고 공부하자는 운동이 지난 3월 전국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손바닥 헌법책은 현재 전국적으로 10만부 가량 보급됐다.

요즘 어떤 일에 행복을 느끼나.
두 해 전 20여 년 살던 일산신도시 아파트를 떠나 내곡동으로 이사를 했다. 마을을 둘러싼 숲과 논밭에서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게 무척 즐겁다.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동네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느낀다. 이웃의 아버지들과 기타도 배우고 민요도 배워 마을 음악회를 열기도 했고, 텃밭농사도 짓는다. 최근에는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아들과 산티아고 도보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부자간의 대화도 좋았고, 스스로의 생각을 가다듬는 기회도 됐다. 교육정책 뿐 아니라 각자의 일상도 목표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겸손하고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새삼 새겼다. 좋은 교육에 대한 꿈을 끝까지 붙들고 말이다.  

"삶의 과정을 행복하게 즐기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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